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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소설집의 출간. 등단 10년 내 젊은작가를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젊은' 문학상이 2010년 김중혁 작가를 시작으로 어느덧 여섯 명의 대상자를 배출했다. 2015년 대상 수상작가는 2013년 등단한 정지돈.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이자 근대건축가인 '이구'라는 실존 인물의 일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실'이 허구적으로 교차한다. 정보가 꼴라주처럼 교차하며 볼라뇨와 박해천, 고다르와 구본준 같은 취향과 교양이 엮여 하나의 서사를 향해 전진한다. 레퍼런스만으로도 소설을 이룰 수 있을 듯한 새롭고 지적인 소설. '허구로서의 진실이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보호하고 삶을 기획하게 한다'는 이성복의 말을 인용한 작가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를 읽노라면 어느덧 '정귀보'라는 인간의 구체적인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그 우스꽝스러움, 애틋함과 쓸쓸함 같은 것이. 손보미의 <임시교사>가 만들어 낸 세계는 비정규직과 중산층 가정이라는 한국적 배경에서 "세상에, 상상도 못하겠네요 정말 대단하세요" 같은 연극적 감탄을 하는 대사가 어우러져 스튜디오 속 한 장면 같은 독특한 미감을 만들어낸다. 백수린의 <여름의 정오>라는 시점,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남자 '타카히로'와의 만남을 기억하는 주인공의 조심스러움이 다른 이의 '말 잃음'에 가닿는 순간 그 사려깊음이 마음을 울린다. 한국소설이 현재 위치한 자리를 설명하는 유의미한 이야기들이 푸르게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