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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문명장치로서의  이야기 (이야기의 형성하는 힘 그리고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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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을 창출하고 갱신하고 전승하고 종교의 포교와 문명교류의 촉매제였던 문명장치로서의 ‘이야기’가 형성하는 힘을 중국문화 전반에서 읽어내다.

    문명장치로서의 이야기, 이야기가 중국을 만들다!

    백일 사진이나 돌 사진을 보면 지금의 나와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사진 속 아이가 그 사진을 보고 있는 나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왜일까? 사진을 봤을 때 곁들여진 이야기 때문이다. 부모님으로부터 또는 주변 지인으로부터 들어온 '이야기'가 사진 속 아이와 보고 있는 나를 동일시하게끔 만들어준다. '이야기'가 있어 우리는 나와 꽤 다르게 보이는 대상조차 나라고 선뜻 믿는다. 시각적 유사성이 아닌 '이야기'가 나라고 믿게 한 것이다. 결국 이야기가 나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단지 개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다. 이야기가 본성적으로 지니는 '형성적 힘', 그러니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힘'은 조직이나 지역, 국가는 물론 문명 차원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중국 같이 규모가 엄청 커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이야기가 '중국문명'의 창출과 갱신, 전승에서 고갱이 노릇을 톡톡히 해왔음을 살펴볼 수 있다. 최초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신화가 그러했고, '신화의 시대'가 저물고 제정분리의 시대가 도래하여 인문이 만개했던 시절에도 그러했다.
    하늘과 땅은 언제 생겼는지, 왜 그런 모양새를 띠게 됐는지, 최초의 인간은 누가 낳았는지 등, 숱한 궁금함이 '신들의 이야기' 또는 '신에 관한 이야기'인 신화에 담겨 유포되고 전승되면서 문명을 빚어냈다. 신들의 이야기와 함께 유전되던 국가나 영웅의 사적은 차츰 역사로 정착되어 국가를 만들어냈다.
    국가에 도타운 인문의 토대를 쌓아준 것도 이야기다. 『서경』, 『역경』, 『시경』 같은 경전조차 이야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아니 이야기가 중국문명의 고갱이인 경전을 주조했다고 봄이 오히려 타당할 정도이다.
    비단 신화나 경전뿐만이 아니다. 전근대기 내내 이야기는 유용한 문명장치로 꾸준히 기능하였다. 제자백가의 시대, 사실을 기술하거나 의론을 전개할 때 이야기는 학파 불문하고 중요한 자원으로 널리 활용되었다.
    『국어』, 『전국책』, 『춘추좌전』 등을 비롯하여 자기 글의 열에 아홉이 우언이었다는 『장자』나 다량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한비자』, 『여씨춘추』 등은 대표적 예이다.
    한대에 들어서도 『사기』, 『한서』, 『회남자』, 『신서』, 『한시외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이야기는 여전히 기사와 입언의 중요한 자산이자 매체였다. 게다가 한대에는 관리 임용이 추천에 의해 이뤄지고 추천의 근거가 평판이었던 까닭에 인물에 대한 품평 곧 '인물 이야기'가 무척 성행하였다.
    이것이 위진남북조시대에 들어 지인(志人)이란 서사 양식으로 이어졌고, 때맞춰 성행한 기이한 물상과 사태를 이야기한 지괴(志怪)와 함께 위진남북조시대의 문화 형성과 진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또한 이 시기에는 현담(玄談) 곧 '현리(玄理)에 대한 이야기'라는 조어에서 목도되듯, 심오한 철리도 이야기 형태로 유포, 전승되었고, 동한시대의 청의(淸議)를 이어 혼탁한 세태와 동탕되던 현실을 이야기한 청담(淸談)도 널리 유행했다.
    이야기는 문학의 테두리에 구속되지 않고 정치와 학술 분야에서 처음부터 폭넓게 활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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