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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해방물결은 동물을 세는 단위를 '마리'가 아닌 '명'이라고 한다. 그에 따라 인제 꽃풀소 달뜨는 보금자리에서는 소를 한 명, 두 명으로 센다. 이상하지. 단어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소가 전보다 훨씬 더 인간에 가까운 생명체로 감각된다. 소와 돼지가 고기가 아닌 생명이라는 사실이 소름 끼치도록 느껴진다.
이 같은 감각의 전환을 이 책은 무시로 선사한다. 동물의 생명과 죽음을 이용 가치로만 보던 인간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나 그 자체의 삶으로 바라보는 일이 이렇게나 새로울 줄 몰랐다. 고기가 아닌 소를 키우는 일이, 퇴역한 경주마를 돌보는 일이 미답의 길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AI가 일상의 저변에 깔리고 개인이 우주에 인공위성을 쏘는 시대에 우리는 고작 2살(일반적인 도축 나이) 넘게 산 소를 돌보는 방법을 몰라 이리저리 헤맨다.
이 절망의 현실 위에서, 책은 희망의 방향으로 몸을 한껏 기울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추어리의 활동가들이 헤매면서 길을 찾아가는 여정, 그 속에서 동물들과 눈빛을 교환하고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읽노라면 짙은 희망의 온기가 마음을 덮어 감싼다. 동물들을 살리기 위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모습, 치유의 많은 부분을 자연에 기대는 모습, 동물들이 자신의 삶을 비로소 서서히 '즐기게' 되는 모습은 분명히 마음의 깊은 어딘가를 울려 버린다. 울린 곳에서 돌봄과 삶에 대한 영감이 무수히 솟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