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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서 장애인의 존재에 대한 법적, 사회적, 윤리적 물음을 던진 김원영이 이번 책에서는 '비정상의 몸'에 관한 미학적, 사회적, 윤리적 물음을 이어간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특정한 범위 내에 안착한 몸만이 아름다움을 꿈꿀 수 있는가. 무용의 역사 속에선 어떤 몸들이 등장해왔나. 그 몸들은 어떤 위계를 가지는가. 서로 다른 몸의 움직임을 보며 우리는 어떤 감상을 가질 수 있는가. 그것을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가. 고민의 깊이는 여전하되 질문의 범주는 새롭다.
책은 김원영 자신의 몸으로 살아온 경험에 관한 에세이와 춤의 역사에 관한 인문학적 접근, 그리고 몸에 관한 사회적 관념의 비판적 성찰을 오간다. 그의 글은 안전지대의 바깥에서 우아한 칼춤을 추며 라인 안쪽의 사회에 굵고 짙은 질문들을 던져댄다. 그 춤의 흐름에 따라 독자는 따뜻함 끝에 아연함을 느끼다가, 허우적거리다가, 과거와 현실, 어떤 미래가 겹겹이 쌓인 광경 앞에 숨을 멈추게 되기도 한다.
책의 효용은 책마다 다르다. 존재에 관한 새로운 방식의 사고를 하고 싶다면, 기존의 낡은 시야가 부수어지는 충격을 원한다면, 이번에도 역시 김원영이다. 어떤 온전함은 현재의 사회에선 불온해보이는 방식으로 분투할 때에만 갖추어질 수 있다. 그 담대함을 품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