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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일흔에 접어든 한 남자가 속수무책으로 빠져버렸던 첫사랑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제정신이 아닐 정도의 자신감'으로 충만한 19세 청년과 스스로 '다 닳아버린 세대'에 속한다고 믿는 48세 여인. 제비뽑기로 테니스 파트너가 된 두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첫사랑은 늘 압도적인 일인칭으로 벌어진다(...) 다른 사람들, 다른 시제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남자의 독백처럼, 작품 속 화자의 시점은 '나’였다가 ‘너’였다가 ‘그’가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온다. '선택할 수도, 제어할 수도 없는 감정'이 두 사람을 휩싸 타오르던 사랑의 시작부터 누구의 잘못도 아니게 찾아온 사랑의 끝까지, 그 사랑의 생몰은 하나의 이야기로 기억 속에 깊숙이 자리잡는다.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최신작이자 자전적 요소가 담긴 작품이다. 원제 ‘The Only Story’는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으며 그것이 '단 하나의 이야기'라는 소설 속 여인의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누구나 사랑을 하지만 그 형태는 제각각이다. 사랑을 나눈 당사자들의 기억조차 동일하지 않다. 시작도 못 하고 혼자 마음 속에 담았더라도, 파국을 맞았다 하더라도 내가 경험한 ‘그 사랑’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연애의 기억>은 그렇게 모두가 지닌 ‘단 하나의 사랑’에 대한 기록이다. 노작가가 담담히 돌아보는 첫사랑의 뒷모습이, 마음 한 구석 깊게 자리잡은 저마다의 사랑의 추억을 일깨워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