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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과학기술이 인류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추악함을 거울처럼 반사하며 내보일 때. 작가는 그런 순간들을 포착해 질문을 던진다. 사망한 자사 수석 엔지니어의 뇌를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계속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던 회사, 전쟁에 투입되는 조종사의 트라우마를 없애고 더욱 '문명화'된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코딩된 로봇이 저지른 일, 미래의 범죄를 미리 예측하는 능력이 가져온 것들.
우리는 무엇을 향하는가. 유구한 역사 속에서 인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같은 꿈을 그려왔다. 임진왜란과 명청 교체기부터 근미래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11편의 소설. 모두가 컴퓨터의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혈안이 된 시대 속에서 작가의 말이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시간과 공간, 언어, 문화를 넘어 쓰는 이와 읽는 이가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인간다워진다고, 저는 느낍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짓는 종(種)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