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얼음행성을 인류가 살 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개척단이 파견된다. '미키7'은 여기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만 골라 담당한다. 우주 방사선에 피폭되고 외계 동식물에 노출되고 의약품 임상 실험에 참여하고 각종 사고를 당한다. 그에게는 절대 좋은 장비가 주어지지 않는다. 미키가 죽으면 바로 새로운 미키가 태어나, 전임자의 모든 기억이 복제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키7은 여섯 번 죽고, 일곱 번째 생을 사는 중이다.
주변인들은 미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몇번째 미키인지 관심이 없다. 그저 무한히 대체되는 소모품이라 여길 뿐이다. 그러나 미키7에게 자신은 미키6과도 미키1과도 엄연히 다른 개별 인격체다. 임무 중 깊은 구덩이에 빠져 상처를 입은 미키7이 보낸 구조 요청에, 친구라고 믿었던 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다며 그냥 죽고 환생하면 안 되냐고 묻는다. 결국 두려움에 떨던 미키7은 혼자 힘으로 겨우 기지로 돌아오지만, 자신의 방에서 이미 미키8이 태어난 것을 목격하고 만다.
가뜩이나 식량 부족으로 긴축 정책이 펼쳐지고 있는데다 상류층과 엘리트로 구성된 개척단에서 하층민 출신 미키를 경시하는 사령관에게 이 사태가 알려지면 미키7과 미키8 모두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둘 중 하나가 죽든가 모두를 속이고 둘 다 살아남아야 한다. 개인의 기쁨과 슬픔, 꿈과 두려움과 기억까지 모두 복제된 존재가 있다면, 그것이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존재론적 물음부터 자본주의의 깊은 어둠을 들추는 질문까지. 강한 흡인력으로 내달리는 줄거리 속에 지금-여기의 사회를 관통하는 질문들이 녹아있다. 로버트 패틴슨, 틸다 스윈튼, 마크 러팔로가 출연을 확정해 화제를 모은 봉준호 감독 차기작 영화 원작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