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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 미셸 자우너의 이야기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란 문장으로 시작된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한국어와 한국 문화, 한국 음식을 접해왔지만, 스스로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정체성의 모호함 속에서 헤매곤 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엄마와 딸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론, 엄마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는, 엄마의 암 투병과 이별, 애도의 시간을 통과하며 엄마의 삶과 엄마가 자신에게 남긴 모든 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된다.
음식은 엄마가 딸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달큼하고 짭조름한 갈비, 채소를 듬성듬성 썰어 넣어 끓인 된장찌개, 슴슴하면서 고소한 잣죽, 발효 시간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김치. 엄마로부터 직접 요리를 배운 적은 없지만, H마트에 가서 재료를 사 와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들을 하나씩 만들어 먹으며 이별 후의 마음을 회복해나간다.
<H마트에서 울다>는 아픈 엄마와 함께한 시간과 유년 시절을 넘나들며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유려한 문장으로 담담히 써내려간 기록이다. "이 책을 읽고 울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책을 덮기도 전에 이길보라 작가의 그 말에 깊이 동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