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아주 특별한 장소"
고독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고독을 알고자 하는 이는 드물다. 고독은 피하고 싶은 시간이지 머무르고 싶은 공간은 아니다. 그럼에도 고독을 탐구하고 기록하고 표현하는 시도는 끊이지 않고, 그 과정과 결과는 고독이 아름다운 일로, 때로는 필요한 일로 보일 정도로 매혹적이기도 하다. 올리비아 랭이 귀를 기울인 에드워드 호퍼와 앤디 워홀이 그러했고, 고독에 저항하는 그들로부터, 마침내 고독이란 장소에서 펼쳐지는 예술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삶의 복잡한 미로를 빠져나올 외로운 길을 찾아낸 올리비아 랭 자신이 그러하였다.
고독은 그 자체로도 특별한 장소이지만, 올리비아 랭이 걸었던 것처럼 도시 안에서 더욱 극명하게 제 모습을 드러낸다. 주위를 마구 빨아들이면서도 끝없이 위계를 나누며 위로부터 아래를 배제하여 고립시키는 도시의 논리는, 누구도 도시에 충분히 소속시키지 않겠다는, 그리하여 쉽사리 고독 아닌 장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모습이다. 그렇게 보여지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 이들은 자신을 드러내 확인받기보다 고독을 품고 나누려 애쓴다. 고독의 고통을 다른 이와 나누려는 게 아니라 고독의 가능성을 나누며 각자의 조각난 삶을 연결할 새로운 장소를 마련하려는 시도다. 그들에게 그것이 예술이었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제 각자의 탐사가 필요한 시간이다. 다행히 꼭 누구를 만나야 하는 건 아니다. 자신을 친구로 여기는 방법이 우선일 테니까.
- 인문 MD 박태근 (2017.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