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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약간의 세월감 외엔 낙서,훼손 없는 중상급 / 반양장본 / 121쪽 / 127*206mm
<농무>로 유명한 중견작가의 시집. 모진 삶을 헤치고 참된 사랑을 찾는 `너희 사랑` 을 비롯하여 `밤비`, `언덕길을 오르며` 등 50여편의 시를 수록했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사랑노래, 실천문학사,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