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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여름 안에서 백수린의 소설을 만난다. 여름이라는 계절은 어쩐지 여름의 한가운데를 겪으면서도 그 순간의 애틋함을 회상하게 만든다. 초록으로 빛나는 여름의 파리, 센강을 오고가는 유람선 위 관광객의 행복한 함성, 우리를 위협하는 '불행한 인간들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던 아름다운 유월의 밤. (<시간의 궤적> 中) '안주를 지향하지만 탈주를 동경하고, 고독을 좋아하지만 타인과의 결합을 원하는' (18쪽) 어떤 사람들. 스스로의 욕망의 복잡한 마음의 결을 제대로 성찰할 줄 아는 이들의 예민함은 백수린의 문장을 닮았다. 여러 번의 붓질로 섬세하게 색을 쌓은 수채화처럼, 백수린의 문장은 그 '불가해한' 순간의 마음의 결을 그려낸다.
알라딘과 나눈 인터뷰에서 ( https://blog.aladin.co.kr/line/11823031 ) 백수린 작가는 이 '백수린다움'을 언급한 질문에 "'백수린다움'을 좋아하는 여러분은 겉으론 조용하고 소심해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 깊은 곳에 타오르는 불꽃을 가진 분들이시군요."라고 답했다. “엄마한테는 세상에서 연애가 가장 중요해?”라는 딸의 대답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랑에 빠져 '딸을 버리고' 이혼한 엄마. (<폭설>) '일찍 철이 든 척했지만 그녀의 삶은 그저 거대한 체념에 불과했음을.'(165쪽) 이제 막 알아챈 이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목숨을 걸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평화로움.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나의 할머니 '난실'이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연주하는 브뤼니에씨와 마주친 그 순간. (<흑설탕 캔디>) 백수린의 소설은 이렇게 욕망과 현실이 부딪치는 그 순간을 정확하고 섬세하게 묘사하는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백수린다운' 독자의 눈을 만족시켰던 여덟 편의 소설이 여름의 독자를 만난다. 자신만의 '여름의 빌라'에서 그 마음 안에 고인 '시간의 궤적'을 들여다보는 '고요한 사건'을 경험하는 '아주 잠깐 동안에' 그 작은 감정이 '폭설'이 되어 나를 뒤덮는 진귀한 문학적 체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