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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장르소설 월간지 '판타스틱'을 통해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정세랑이 10년간 쓴 SF 소설로 첫 소설집을 엮었다. 초기작인 2010년 경의 작품부터 최신작인 2019년 작품까지, 차곡차곡 써내려간 개성적인 이야기가 정세랑이라는 세계를 형성한다. "용 같은 것 말고, 좀더 부적절한 이야기를 써야지. 모두 입을 모아 부적절하다고 말할 만한 이야기를." (<덧니가 보고 싶어> 中) 쓰고 싶어했을 젊은 소설가는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색이 선명하고 결이 바른 이야기를 독자에게 꾸준히 선보여 왔다.
손가락이 자꾸 사라지는 미싱 핑거와 시무룩해지는 그를 귀여워하는 점핑걸 이야기. (<미싱 핑거와 점핑 걸의 대모험>), 멸망과 멸종이 다가오는 시점, 거대한 지렁이들이 '역겨운' 인류 문명을 갈아 엎는 이야기. (<리셋>) 자신의 목소리가 살인자들을 자극하기 때문에 '수용소'에 갇히게 된 승균이 목소리보다 소중한 마음을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 (<목소리를 드릴게요>) 마음결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이야기의 개성도 좋지만, 이 이야기들이 향하는 방향의 곧음 역시 와닿는다. '노인이나 외국인이나 여하튼 특정한 사람을 싫어했으면' 벌어졌을 혐오를 염려하는 '가치관이 건전'한 수용자나 (<목소리를 드릴게요>) 여성 양궁 메달리스트인 정윤의 팔의 모양을 보고 '팔이 아니라 조각 같아요'라고 감탄하던 '승훈' 같은 이들.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 멸망을 앞두고 "우리가 다른 모든 종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하기 전에 와줬다는 게 감사할 정도다." (<리셋>)이라고 생각하는 인물들의 편에 함께 서고 싶어하는 마음이 이야기 속에 있다. "세계는 더디게 더 많은 존재들을 존엄과 존중의 테두리 안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고 믿는다."는 작가의 말대로, 너무 늦지 않은 때에 도착한 이 이야기들이 우리의 세상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