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리뷰> 60년 인터뷰 총결산"
<파리 리뷰>는 “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문학잡지”라 평가받는데, 그 가운데서도 저자 인터뷰는 참여한 작가만큼이나 명성이 높고 그들의 작품 못지않게 흥미롭게 읽혀왔다. 이 책은 <파리 리뷰> 1호부터 224호까지 60여 년에 걸친 작가 인터뷰를 주제와 질문에 따라 새롭게 구성했는데, 어떻게 또는 어쩌다 작가가 되었는지, 어떤 생각 혹은 어떤 상태로 글을 쓰는지, 작품으로 돈을 벌거나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지 등 34개의 질문에 303명의 작가가 답한 919개의 생각이 담겨 있다.
차례대로 읽을 필요가 없는 터라 첫 질문과 마지막 질문부터 살펴보았는데, 첫 질문은 “책을 즐겨 읽으셨습니까?”이고 마지막 질문은 “미래에도 당신의 작품이 읽힐 거라고 생각하십니까?”다. 쓰기의 출발인 읽기의 경험에서 시작해 쓰기의 완성인 작품의 미래를 물으며 마치는 점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데, 역시 작가들은 이 리듬을 깨고 자기만의 호흡으로 흥미로운 답변을 붙인다. 첫 질문의 첫 답변은 이렇다. “독서광은 아니었고, 사실 살면서 책을 끝까지 읽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독서가 아니어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마지막 질문의 마지막 답변은 이렇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한, 어떤 종류든 미래는 있을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이 질문에 한마디로 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반짝이는 답변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글뿐 아니라 삶과 세상을 대하는 새로운 관점과 안목에 놀라게 되는데, 답변을 읽으며 상상한 작가의 이름을 문단 끝에서 발견할 때면 반가움에 마음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이렇듯 읽고 쓰는 사이에 사랑하게 된 이야기, 그러니까 글로 만들고 나눌 수 있는 모든 이야기의 어떤 조각들을, 앞서 나눈 첫 질문의 첫 대답과 마지막 질문의 마지막 대답 사이에서 찾아내고는, 이내 만지작거리며 새로운 이야기를 떠올리는 누군가를 꼭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 안에서.
- 인문 MD 박태근 (2019.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