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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기 위해선 이유가 필요해."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7층. 아우슈비츠의 기억에 시달리는 로자 아줌마와 맹랑한 아랍인 꼬마 모모가 함께 사는 곳이다. 늙고 병들어 치매끼까지 있는 로자 아줌마는 창녀의 자식들을 키우며 근근히 생활을 이어가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 모모는 그 아이들 중 하나이다.
부모의 그늘 없이 맨몸으로 세상에 던져진 모모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위악적인 태도를 보인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슬퍼도 눈물흘리지 않는다. 소년은 거짓말쟁이다. 천연덕스럽게 어른들을 속여넘기고 가끔씩 도둑질도 한다. 주변 사람들 말에 따르면 꽤나 감수성이 예민하고 영리한 아이인데, 그래서인지 시니컬한 대사도 종종 지껄인다.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목숨을 소중히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 있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볼 때 그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열몇 살 짜리 꼬마가 이런 말을 내뱉다니, 정말 슬프지 않은가.
하지만 아이는 아이일 뿐. 제아무리 강한척 해도, 어둠이 무섭고 로자 아줌마 없이 혼자 살 생각을 하면 두렵기만한 한게 모모의 진심이다. 충분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소년은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세상은 지극히 남루한 현실을 통해 삶의 비밀을 알려준다.
이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또 자신이 사랑할 사람이 있다면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며, 누군가 나를 보아주는 사람이 있는 한 그 삶은 의미를 갖는다는 대답.
모모와 로자 아줌마 사이에 오가는 그것을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단순한 명제를 가슴에 사무치게 하는 책이다. 인생은 영화필름처럼 뒤로 되감을 수 없다. 우리는 우리 앞에 남은 생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가 없다. 그러므로 '사랑해야 한다'. 어린 모모가 계속 '살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메시지이다. - 박하영(200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