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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호황이 절정이던 1988년, 한자와는 당시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중앙은행에 취업한다. 기쁨도 잠시, '거품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도 함께 저물어간다. 어느 날, 지점장의 지시로 거액을 대출했던 중소기업이 갑작스레 도산하고 사장이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지점장은 부실 기업을 파악하지 못한 책임을 한자와에게 즉시 뒤집어 씌우고, 본부의 동기는 지점장이 사내 정치 행각까지 벌이고 있다고 귀띔해준다. 그동안 은행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매사 성실하게 업무에 임해 온 한자와는 큰 배신감을 느끼고, 명예 회복을 위해 죽기 살기로 대출금 회수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일본에서 50.4%라는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의 원작 소설이다. 조직의 부당한 갑질에 맞서는 '은행원-탐정' 캐릭터를 제시한 이 책은, 출간 당시 일본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신입 시절 품었던 푸른 꿈과 직업인으로서의 긍지를 시시각각 위협하는 외부 요인들, '상식'의 선을 생각 없이 넘는 사람들, 그럼에도 동기들과 모여 마시는 맥주 한 잔과 정의로운 사람들로 치유받는 순간들이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일본 대표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이케이도 준이 풀어놓는 흥미진진한 전개와 흡인력 강한 문체가 책장을 넘기는 손에 가속도를 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