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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 작가는 산문 <엄마와 연애할 때> <나라는 여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자유로울 것>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태도에 관하여>를 성실하게 집필해오며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하게 담긴 산문의 세계를 단단하게 다져왔다. 이번 신작 <다정한 구원>은 열 살 무렵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보낸 행복했던 날들을 추억하고, 그 시절의 나이가 된 딸 윤서와 함께 다시 리스본을 찾아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은 산문이다.
지난 늦여름, 아버지와 작별한 뒤 상실의 슬픔과 현실적인 문제들로 어지러운 날들이 이어졌다.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중, 유년 시절 리스본에서 보고 만지고 느낀 경험들을 딸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어 딸과 함께 리스본행 비행기에 오른다. 아버지의 빛나는 청춘이 서린 도시이자, 행복했던 유년기의 흔적이 깃든 리스본의 골목골목을 걸으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추스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모님에게 느꼈던 실망과 서러움을 여과 없이 흘려보낸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테주강과 쨍한 햇살, 아침의 차갑고 투명한 공기, 발바닥으로 느끼는 둔탁한 칼사다 포르투게자의 촉감, 파삭파삭한 부겐빌레아 꽃잎, 어쩌다 한번씩 울리는 트램 경적,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이유 없는 온기' 작가는 리스본의 햇살과 공기와 풍경, 그리고 사람을 통해 아버지의 부재를 극복하고, 위로받는다.
여행기보다 애도와 회고의 기록에 더 가까운 이 책은 부모를 잃은 슬픔과 상한 마음을 솔직하지만 절제된 언어로 풀어놓는다. 리스본에서의 풍경과 시간 속에서 보낸 느슨한 행복을 기록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전 작품들과 곁을 달리하는 이 책은 딸에게 보내는 축복의 말 한마디로 끝맺으며 각별한 여운을 남긴다. "인생의 모든 눈부신 것들을 다 너에게 넘길게." 오래도록 기억될 만한 임경선의 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