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를 동시에 보호해야 공감이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지난 10여 년 진료실보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갑작스레 벌어진 고통을 앞에 두고 어찌할 바 모르는 상황, 사회적 아픔이 고여 빠져나갈 출구를 찾지 못하는 곳에 그가 있었고, 그곳에서 그는 환자와 질병이 아니라 사람과 마음을 직접 만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의학적 관점이 필요했고, 전과 다른 치유의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여 이른 결과가 적정심리학이다. 적정기술에서 따온 표현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이 아니라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마음을 치유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활용 가능한 방법을 말한다. 그 핵심은 공감인데, 그가 말하는 공감에는 경계가 있다. 우리는 모두 개별적 존재라는 이해 위에서 자기 보호가 우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나와 너를 동시에 보호해야 공감에 이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에게 모자랐던 건 '너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나에 대한 공감'이고, 이런 상태에서 공감을 아무리 강조해봐야 어떤 이해와 위로도 나눌 수 없다. 결국 나를 구해야 너를 도울 수 있다는 말이다. 모두를 살리는 '공감 행동 지침서'가 상비약처럼 곳곳에 놓여 언제라도 찾아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인문 MD 박태근 (2018.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