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급한 한국인들의 특징은 고속도로에서 잘 드러난다. 주행선과 추월선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테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부의 추월차선을 달려 가장 빨리 부자 되고 싶은 사람이 차고 넘친다. 암호화폐라는 정체불명의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한 이후 그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져 현재는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의 절반 이상이 재테크서일 정도다. 상황을 정리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끝판왕의 등장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전 세계 4천만 부 판매라는 위업을 달성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말이다.
지금처럼 초저금리 시대도 아니었던 1997년, '저축하는 사람은 패배자가 된다'며 일침을 가했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부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는 돈에 대한 관점과 교육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사실 부자들은 단지 돈이 많아서 계속 부자인 게 아니다. 부자가 될 수 있었던 방식을 유지하기 때문에 부자인 것이다. 반면,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부자가 될 수 없었던 행동을 고수한다. 새로운 내용이 추가된 20주년 특별판이지만, 핵심은 그가 제시한 돈에 대한 원칙들이며 이는 기존 독자들도 여러 번 곱씹을 필요가 있다.
설정 아닌 설정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금융관이 상반된 두 아버지를 겪으면서 돈에 대해 성찰할 수 있었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경제학과에 진학했다는 이유로 이 책을 사 주셨던 아버지 덕분에 돈에 대한 관념을(정확하게는 관념만) 정립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버지라는 역할에 부담을 느낀 나는 딸이 성인이 되면 (나와 다른 부자 아빠 대신) 이 책을 선물할 생각이다. 딸이 읽게 될 40주년 기념 특별판에는 또 어떤 내용이 추가될 지 궁금해진다. 물론, 그가 남긴 주옥같은 돈의 격언들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