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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내가 웃으면 거울 속의 상대도 웃고, 내가 주먹을 들면 상대도 주먹을 든다. 그러니 주체와 객체는 분명하다. 거울 속 상대가 나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거울 속 상대를 움직인다.” 북한 및 남북관계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 김연철 교수가 간명하게 정리한 남한과 북한의 존재 양태다. 그럼에도 “서로 주먹을 들고 거울 앞에 서서, 거울을 향해 왜 도발하느냐며 화를” 내니 “희극이면서, 씁쓸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남과 북에 각각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70년, 둘은 다툼과 화해, 상처와 회복을 반복하면서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마치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듯한 좌절감을 주었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평화와 통일이라는 지상 과제마저도 흐릿해진 오늘이다. 이 책은 전후 5, 60년대 대결의 시대부터 80년대 합의의 시대와 2000년대 접촉의 시대를 거쳐 지난 두 정부가 만든 제재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긴 안목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보며 변하지 않는 조건과 변화로 가는 가능성을 찾아낸다.
변하지 않는 조건은 앞서 말했듯 거울 앞에 선 둘이다. 따라서 "북한의 변화를 원한다면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하고, 남북관계가 움직이길 바란다면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 평화와 통일이 고정된 상태나 단계가 아니라, 그런 상태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과정이라는 이해가 더해져야 한다. 지난 70년의 역사는 결코 제자리걸음이 아니다. 이 해답을 발견하고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또 다시 '평화의 시작'과 '대결의 심화'라는 선택지 앞에 선 남과 북, 오늘이 둘의 역사에 결정적 순간으로 남길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