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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을 조선사에 푹 빠져 완성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이후 5년, 역사만화로 우리 시대 사관이라 불리게 된 박시백 화백이 이후 어떤 시대를 그려낼지 관심과 기대가 끊이지 않았다. 긴 공부 끝에 내놓은 신작 <35년>은 일제강점기를 담았는데, 1910년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된 저항에서 시작해 1945년 몰락하는 제국과 해방의 꿈까지, 일곱 권으로 35년의 역사를 그려낼 예정이다.
그가 이 시기에 주목한 이유는 두 가지다. 당대에 오늘 한국사회의 지형이 형성되었기에, 오늘 한국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 35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여전한 근현대사 역사 인식 논란 앞에서, 혼란의 시기에 시대의 요구를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돌파하려 노력했던 이들, 반대로 혼란을 틈타 사리사욕을 채우며 정의와 진실을 외면했던 이들을 합당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35년을 투쟁과 부역의 시대라 말한다. 어쩌면 역사란 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같은 선택지를 내놓는지도 모르겠다. 역사적 평가가 합당하지 않다면 오늘의 선택도 달라지지 않을 터, 나아갈 역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 이만한 타산지석이 있을까 싶다. 이 책이 현명한 판단을 하는 데에 온당한 기준점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