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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소설은 '유토피아 소설'이다. 보통 낙원이라고 번역하기도 하는 유토피아를 다룬 소설은 사실 재미있을 수가 없다. 소설을 전개할 만한 갈등의 여지가 완전히 해소된 태평성대의 공간이 유토피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대한 소비에트 작가 이반 예프레모프는 우주로 눈을 돌렸다. 완성된 사회 속에서 자라난 인격체들이 외계인(즉, 다른 세계관과 인격)을 만나고 우주의 물리적 위협에 대응하면서 모험을 수행한다. 그래서 <안드로메다 성운>은 재미있는 유토피아 소설이 되었다. 어쩌면 이 소설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재미있는 유토피아 소설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재미가 있다. 모험의 전개 자체도 신나지만, 목숨을 건 위험에 직면해서도 긍정성을 잃지 않고 다른 인간을 깍듯한 인격체로 대하는 등장인물들을 보면 그 진지함이 어쩐지 희극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드로메다 성운>이 희극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지금 이 세계가 그만큼 뒤떨어져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어쩌면 인류는 정말로 저렇게 기품과 의지와 명랑함을 함께 갖춘 존재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다른 소비에트 소설들, 이 소설과 닮았지만 당시의 현실에 짓눌렸던, 어두우면서 어딘가 환상적인 작품을 떠올리게 하면서 복잡한 심경을 불러일으킨다. 나는<안드로메다 성운>을 읽으며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체벤구르>를 떠올렸다. 우주를 향해 솟아올라 전진하는 이들과 끝없이 밀려오는 현실에 저항하는 이들은 같은 슬로건을 공유하는 동지들이다. 그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이 인류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어쩌면 이는 슬로건이라기보다는 기도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안드로메다 성운>은 문학이 선사한 가장 신나고 유쾌한 찬송 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