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커의 대학생활 [The Original]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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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프롤로그



검은 첨탑, 검은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 있다.

아직 아무도 깨지 못한 최상위급 던전, ‘마계의 문’이다.

눈앞에 검은색으로 출렁이는 공간이 보인다.

더는 거칠 게 없었다. 이곳에 모인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최상위 랭커 20명, 레벨은 그리 높지 않지만, 중상위권 레벨을 가지고 있는 UDT 대원 100명. 랭커를 보조할 인원이다.

‘그저 게임인 줄 알았는데…….’

그저 게임일 뿐이었다.

지금은 현실이 되어 게임의 능력을 현실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넘쳐나고, 게임에만 존재하던 괴물들이 등장해 사람들을 학살하고 다닌다.

태식은 주변을 바라봤다.

초조하지만 비장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군인들은 나라의 명을 받았지만, 자원해서 모인 것이다.

랭커는 국가의 부탁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였다.

‘반강제긴 했지만,’

억울하지는 않다.

어차피 먼저 들어가지 않으면 그놈들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답도 없다.

서울 중앙에서 그놈들이 쏟아져 나온다면 서울은 물론이고 한국 전체가 폐허가 될 것이 자명했다. 그 안에는 이곳에 모인 모두의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

태식은 그저 집에서 게임이나 하던 폐인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걱정만 끼쳐 드리고 욕만 먹었다. 누나는 어머니를 따라 변호사가 되었고, 동생은 손꼽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하지만 태식 본인은 게임만 죽어라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랭커라는 타이틀.

지금은 그 타이틀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자- 이제 진입합니다!”

선두에 선 UDT 대원 소수가 들어간다.

랭커는 상위 마족을 상대해야 하는 소중한 인적 자원. 허무한 함정으로 잃어선 안 된다. 그렇기에 훈련받은 군인이 희생하며 들어가는 것이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안다.

비인도적이고 말도 안 되는 행동이라는 것.

모두 알고 지원했다.

어차피 버려지는 목숨이다.

더 많은 랭커를 투입할 순 없다.

지금 이 게이트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몰려오는 상위 몬스터를 상대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랭커가 아닌 UDT 대원이 랭커를 보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보조라는 것은 언제든지 랭커를 대신해 죽을 수 있는, ‘여분의 목숨’이다.

“선발대 출발!”

UDT 대원 10명이 먼저 들어간다.

들어간 지 10초.

원래 계획대로라면 상황을 전달하려 한 명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선발대 10명이 죽었다는 것. 두 번째는 다시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게 던전 특성일 수도 있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입장은 가능하지만 나올 수 없는 게이트라는 것.’

상식적으로 이런 상황이 되면 뒤로 물러야 한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 전진뿐이 없는 것이다.

1분 정도가 흘렀다.

선발대가 안전을 확보했든, 안 했든. 일단은 들어가야 한다.

어차피 들어가야 하고, 위험한 상황이라면 더욱 어서 본대가 들어가서 도와야 한다.

“두 번째, 본대 진입합니다.”

역시, 계획은 변경되지 않았다.

두 번째 진입하는 본대는 군인과 랭커가 섞여 있다. 탱커형 랭커와 방어 술사가 섞인 본대. 차례로 입장을 시작한다.

그리고 곧이어 태식이 있는 공격형 랭커가 진입을 시작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게임에선 날아다녔지만 여긴 게임이 아니다. 현실이고 이곳에서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다.

단 한 번의 목숨이라는 것.

죽음이라는 악마가 너무나 두렵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번 웨이브를 막지 못한다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과 서울의 모든 목숨도 끝이다.

후-

평생 가져 보지 못한 책임감이 전신을 짓눌렀다.

하지만 탐사대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군인들과 정부 관계자 그리고 대통령까지 나와 있다.

군인과 군인이 아닌 사람 모두가 탐사대에게 경례를 하고 있다. 그들의 눈에선 비장함과 경건함이 묻어 나왔고, 몇몇은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이곳에 모인 모두가 안다.

90% 이상의 확률로 탐사대는 살아 돌아올 수 없다.

이들은 서울. 아니, 한국과 세계를 위해 제 발로 들어가는 거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우우웅-

눈앞 게이트에서 기이한 공명음이 울리고 있었고, 태식은 그 검은 물결에 발을 내디뎠다.

‘시간은 벌겠지.’

우웅-

아버지의 음성이 떠오른다.

‘우리의 결정이 헛되이 되질 않길…….’

군인 장성. 다른 장관들의 신임을 받는 아버지는 이번 프로젝트의 책임자를 맡았다. 그리고 랭커 선발 과정에서 태식과 만났다. 평생 살면서 아버지의 눈이 그렇게까지 흔들리고 빨개지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아들을 사지로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이 어떻게 편할 수 있을까.

태식은 이해했다.

자신도 자신이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아버지가 말렸어도 자신이 설득했을 것이다.

이 던전이 생긴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이고, 자신이 이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얇은 막을 통과하는 가벼운 느낌과 함께 눈을 떴다.

‘생각보다 이질적이진 않네.’

오히려 가벼웠다.

하지만 바로 보이는 광경은 절대로 가볍지 않았다. 이미 선발대 군인은 모두 전멸했고, 뒤이어 들어간 탱커 관련 랭커가 힘겹게 마물을 막고 있었다.

끼르르르륵.

쾅-

쿠웅-

마물들의 울음과 비명, 공격과 실드가 맞닿아 생성되는 거대한 파장.

일반인이라면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는 폭풍의 연속.

태식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양팔에 거대한 낫을 소환하고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샤삭-

태식의 형상은 그 자리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였고, 엄청난 속도로 마물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거대한 발톱이 땅속에서 솟아 나오기도 하고, 멀리서 시뻘건 광선이 등을 노리고 들어오기도 했다. 그 와중에 군인들은 하나씩 죽어 나갔고, 그래도 랭커는 랭커라고 마물들을 천천히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70대 던전의 마물과 비슷한 난이도다.’

현재 최상위 랭커라고 이곳에 불려온 랭커 20명 모두 70대 레벨. 최고 레벨이 77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혀 낮은 레벨은 아니다.

태식도 5년간의 플레이로 겨우 75라는 레벨을 찍었고, 최상위 랭커들은 겨우 70레벨에 도달한 수준이다.

말 그대로 이곳은 초입부터 지옥이라는 뜻이다.

‘도전하는 탑 형식이다.’

이 던전은 1층부터 100층까지 올라가고, 100층에 존재하는 대악마. 즉, 마왕을 해치워야 하는 던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고생길이 훤히 보이네.’

속에서 올라오는 신물을 집어삼키며 낫을 휘둘렀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완전히 공략하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절대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단 사실을.

ch 1. 대학을 가야 하는 이유



세상은 그날을 ‘대변혁의 날’이라 불렀다.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한 비현실적인 가상현실 게임 ‘디 오리지널’. 이 게임이 전 세계를 열광시키고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때.

세상은 변했다.

게임에서 사용하던 능력을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겨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전 세계 곳곳에, 게임 안에 존재하던 던전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던전이야 굳이 들어가지 않으면 되니까.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고, 그 던전에서 괴물들이 쏟아져 나오며 사람들을 학살하기 시작한 것이다.

악몽이었다.

전 세계 구석구석 엄청난 양의 마물이 등장했다.

엄청난 사람들이 죽어 나갔고, 정부는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때 나섰던 것이 바로 게임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괴물들에게 현대식 무기가 아예 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심에서 현대식 무기를 사용하기엔 간접적인 피해가 너무 컸다.

결국, 군과 플레이어가 함께 마물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괜찮았다. 어느 정도 진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점점 강력한 던전이 생겼고, 더 강한 몬스터가 나오면서 현대식 무기는 점점 효용을 잃어 갔다.

그러자 플레이어의 입지는 점점 커졌다.

게임에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몬스터가 잔혹할 정도로 강했던 만큼, 랭커의 힘도 강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들의 힘은 커졌다.

하지만 그들이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일은 터졌다.

게임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던전 중 가장 강력한 ‘마계의 문’이라는 던전이 생성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미국에 생겨난 최상급 던전, 마계의 문보다 한 급수 낮다는 던전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왔을 때. 미국은 핵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피해를 입었다.

인명 피해만 대략 300만 명. 재산 피해를 돈으로 산정할 수 없을 만한 상황.

그 모습에 한국은 부랴부랴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팀을 구성했다.

그렇게 그 ‘마계의 문’이라는 던전에 탐사대가 들어가고 ‘공략 중’이라는 상태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런 일도 없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아직도 그 랭커들이 살아 있다는 뜻이지!”

“아니지, 모두 죽었을 수도 있다는 거 아니야?”

평범한 고등학생 둘은 등교하는 버스에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변혁의 날 조국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 가능성이 없는 초고렙 던전에 망설임 없이 들어간 20명의 랭커. 그리고 100명의 군인.

그들 덕분에 지금의 한국은 변혁의 날을 버틸 수 있었고, 지금은 새로운 세상의 빛을 보고 있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 던전 안에 플레이어가 전부 죽으면 던전 타이머는 다시 작동하는 거 모르냐? 그건 기본이라고.”

“만일, 공략이 성공했다면?”

“그러면 당연히 저 던전은 ‘초록 던전’으로 바뀌었겠지. 아직 빨간빛은 그대로잖아.”

그 말을 듣던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그 이야기가 옛날이야기처럼 변해 버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시 공략해야 한다, 후발대를 투입해야 한다는 둥 많은 말이 나왔지만 던전은 모든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후발대는커녕 던전을 없앨 방법도 없는 것이다.

“저게 그 던전이지?”

고등학생은 버스에서 창밖을 바라봤다.

강변에 높게 솟은 검은 첨탑. 빨간 아지랑이가 아직도 무시무시하게 이글거리고 있었다.

“어, 마계의 문. 5년이 지난 지금도 정복당하지 않은 던전이지.”

세상은 변했다.

하지만 게임 시스템이 적용된 현실은 그대로였다.

오히려 게임으로 레벨을 키우면 현실에 적용된다. 그렇기에 플레이어 대부분은 게임 속에서 능력을 키우고 현실에서 능력을 발휘한다.

랭커의 대학생활[The Original]

 

지은이 : 동주

제작일 : 2017.04.07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허혜정

표지 : 코산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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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56005-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