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드 마스터 001화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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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

*프롤로그

 

 

 

 

 

 

 

 

 

 

제기랄!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저기에 있다!”

“붙잡아! 그걸 뺏겨서는 안 돼!”

무수히 쏟아지는 총알세례에 벽 뒤로 숨었지만 이거 참…… 꽤 난감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죽을 것 같았으면 이미 수년 전에 죽고도 남았을 나다.

하지만 지금처럼 최악인 경우도 드물다.

“내 손에 남은 거라곤 이 빌어먹을 AK-47과 수류탄 하나군.”

빌어먹을 FSB(러시아 연방 안전국) 새끼들! 이 새끼들 의뢰를 받을 때면 항상 이렇다.

그들은 완벽하지만 나처럼 ‘전장의 들개’라고 불리는 용병들을 부릴 때면 항상 말썽이 일어난다. 특히 지금처럼 특급 기밀에 해당하는 의뢰를 맡길 땐 말이다.

일주일 전, 북한에서 러시아로 망명한 과학자가 있다.

뭘 개발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러시아 입장에선 그 깡패 국가인 부카니스탄 과학자의 망명을 받아 줄 정도로 꽤 대단한 것을 개발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어쨌든 내 의뢰는 어떤 테러리스트 단체에서 그 과학자를 납치했으니 되찾아 달라는 거였고, 이렇게 성실하게 의뢰를 수행해 주고 있는데…… 니미럴, 알고 보니 이쪽은 미끼였나 보다.

어쩐지 뒷맛이 씁쓸했다.

인당 선금으로 3백만 루블Rub을 준다기에 좋아라 했던 것은 젠장맞을 일이다.

덕분에 옆에 팔…… 그것도 한 조각도 안 될 만큼 남아 있는 프랑스 출신의 보리스 녀석도 불안하다고 했지만 다 내 탓이오라고 해야지. 왜냐면 이 의뢰를 받자고 한 게 나였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체코 출신의 리더인 안토니오 자식이 하자고 했고, 내가 힘을 실어 준 것뿐이지만.

어쨌든 우리 쪽은 미끼였고, FSB 새끼들은 제대로 침투한 모양인데…… 그쪽도 썩 결말이 좋지가 않은 듯했다.

왜냐면 납치된 과학자 자식은 이미 죽은 다음이었고, 내 옆에 비교적 온전하게 대가리가 뚫려 죽은 자식이 남긴 이 작은 상자 안에 과학자가 남긴 유품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 빌어먹을 새끼들은 우릴 미끼로 만들었으면 임무라도 잘 수행하든가!

전멸이다, 전멸!

저쪽도! 이쪽도!

왜 이쪽도 전멸이냐고?

“빌어먹을…… 시야가 뿌옇군.”

복부에 총알 한 방, 다리에 한 방…….

옆구리엔 수류탄의 파편이 박혀 있다.

조사했을 땐 이딴 거지 같은 AK-47 따윌 사용하는 가난한 테러리스트 집단인 줄 알았는데, 막상 침투하니까 이 새끼들 장비가 보통이 아니다.

하나 정도는 뺏어 보고 싶긴 했지만…… 워낙 최신 장비여서 그런지 난 차라리 AK 같은 이쪽의 빌어먹을 장비가 손에 익는다. 총알이 떨어지고, 분명히 테러리스트의 손에 쥐인 장비를 뺏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최신과 낙후된 두 개의 장비 중 이 빌어먹을 장비를 먼저 손에 집었으니 말이다.

“이젠 끝이다, 시바Shiva.”

“이 개호로 잡놈의 새끼가! 날 그렇게 부르지 말랬잖아!”

6년 전.

인도 쪽에 볼일이 있어서 비행기를 탄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재수가 없었는지 하이재킹Hijacking을 시도하려는 놈들과 부딪쳤다. 그때 내가 맨손으로 열여섯 명을 몽땅 제압한 것 때문에 인도의 파괴신의 이름을 붙여 날 그렇게 부르는 놈들이 많아졌다.

아니, 이 얼굴 허연 놈의 새끼들은 얼굴 노란 사람 인종도 구분 못 하나!

그리고 시바라니! 발음이 안 좋다고! 난 대한민국 사람이야! 내게 시바는 욕이라고!

“나왔다!”

“이런 썅!”

시바라고 부르기에 얼떨결에 모습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죽어 줄 순 없다.

‘총알이 있는 한 일단 다 죽이고 본다!’

총을 난사한다.

하지만 결코 허투루 쏘진 않았다.

내게 사격을 가르쳐 준 사람은 정말 쪼잔한 인간이었다.

멕시코 출신의 흑인이었는데,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잘 안 난다. 사격을 가르치고 세 번째 의뢰를 받던 그 해에 테러리스트의 총질에 머리가 뚫려 죽었으니까. 하지만 그 인간이 가르쳐 준 건 확실하게 기억한다.

총알 한 발에 한 새끼!

그게 자신 없으면 숨어서 벽 뒤에서 손가락만 빼 놓고 쏘라고 가르침을 받았으니까!

“크억-!”

“억-!”

총질에 두 놈이 쓰러진다.

그리고 재빨리 다시 고개를 숙인다.

“아, 아하하…….”

니미럴! 총알이 두 발밖에 없다!

이 얼마나 지랄맞은 일인가!

“끝났군.”

발목에 스페츠나츠 나이프가 있긴 하지만 총질하는 놈들을 다 죽이고 도주할 수 있으면 그게 신이지 인간이겠는가? 뭐…… 내 위치가 들키지 않았고, 몸만 정상이었다면 반 정도는 썰어 버릴 자신이 있긴 하지만 이건 확실히 아니다.

“젠장…… ‘큰어른’이 보고 싶다.”

‘그 일’만 아니었어도 난 지금쯤 매우 잘나가는 집안에서 호의호식하며 잘살고 있었겠지.

아, 큰어른이 누구냐고? 그건 우리 ‘일가’에서 제일 큰어르신을 부르는 호칭으로 내게 있어선 할머니가 되시는 분이다. 못 본 지 10년…… 아니, 15년인가? 아니면 훨씬 그 이상? 제기랄, 기억도 잘 안 나네.

어쨌든 이젠…… 큰어른도 만나게 되겠지.

“크큭…… 그냥 갈 순 없지. 나 인마, 새끼들아. 그 거지 같은 별명이 붙기 전에 내 별명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나 본데.”

크레이지 칠드런Crazy Children.

전장에 버려져 용병이 된 ‘로스트 차일드Lost child’들 중에서 10대 초반에 적들을 도륙하면서 활동했던 미친 꼬맹이들 중에서도 제일 미친 꼬맹이가 바로 나였다고!

니들은 나처럼 수류탄 까고, 적들에게 개돌할 수 있어?

“잡았다. 그만 항복…… 허, 헙! 도망가!”

“어딜 도망가게? 같이 가자고.”

지금처럼 말이야!

콰콰쾅-!

그렇게 내 손에 들린 수류탄은 나와 적 그리고 과학자가 남긴 유품까지 한 번에 날렸다.

날렸다……고 생각했는데.

 

“에휴…… 찾았다.”

DMZ 지역에서 몰래 산삼이나 캐고 다니는 심마니……가 아니라 현역 군인.

중사(진)을 달고 싶은…… 아니, 제대로 달고 싶었던, 장기에 실패한 현역 하사.

하사 도나리. 그게 지금의 나다.


천명

레이드 마스터 1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1)

 

 

 

 

 

 

 

 

 

 

“크…… 빌어먹을, 여기가 어디야?”

정신을 차려 보니 왠지 모를 산중이다.

“두통이 장난 아니군.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데…….”

산중이라는 것까진 확실하게 알겠고, 한 가지 확실하게 더 알 수 있는 것은 이곳이 의뢰를 받은 모스크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면 모스크바는 이렇게 더울 리가 없으니까.

“내가 산 것이 확실하다면 수류탄을 안고 살아난 것이 이번이 두 번째가 되는 건가? 나란 놈은 운도 좋군.”

과거 그가 납치를 당하고 해외로 팔려 가게 되었을 때, 한 테러리스트 단체가 그를 구해 준 적이 있었다.

무슨 테러리스트가 사람을 구해 주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거기에 사연이 있다면 다르다.

그가 팔려 간 곳은 중국 연변.

그곳엔 어린아이를 사고팔아 장기매매와 인육을 만들어 돈을 버는 병원이 있었다. 그가 팔려 간 곳이 그러한 곳이었는데, 운이 좋은지 나쁜지 아이를 거래하는 곳에 테러리스트 수장의 아들이 납치되어 오는 기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때문에 그곳에 납치된 모든 아이들이 테러리스트들에게 구출되었고…….

훗날 그 아이들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세뇌되어 크레이지 칠드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살 테러 및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암살자가 되어 전장의 악몽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는 크레이지 칠드런 중 여덟 번째로 수류탄을 이용한 자살 테러에 이용되었고, 그때 운 좋게 살아남아 어떤 용병에게 ‘제대로’ 구출되었지만 결국 그때 배운 살인 기술로 전장을 떠도는 용병이 되고 만다.

후에 듣자 하니 크레이지 칠드런 중 살아남은 사람은 그 하나뿐이었다고 들었다.

아! 그 정보는 그에 의해 테러리스트가 전부 몰살당하면서 알아 낸 것이다.

“그땐 운 좋게 살아남았다지만 이번엔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아니, 그보다 누군가 살려 준 사람이 있다면 제대로 돌봐나 줄 것이지 왜 산중에 버려두고…… 응?”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그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목소리.

마치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듯 맑은 소년의 목소리는 확실히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내 목소리가 왜…… 이, 이 팔은 왜 이리 가늘어? 그리고 내 가슴의 상처는 어디로 갔고! 서, 설마 뭔가 인체 실험을 당하고 버려진 거야?”

당황하던 찰나에 그의 머릿속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는 자기도 모르게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서서히 기억이 떠오른다.

“익숙해…… 여긴 익숙해…… 여기로 가면…… 에, 에이…… 서, 설마…….”

그는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이, 있다.”

그는 발견했다.

“사, 산삼! 시, 심봤다……?”

산삼이라니?

갑자기 산삼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는 이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건…… 마치 내가 어렸을 적에…….”

그것은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 속의 일이다.

 

강원도 태백시 외진 곳의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에는 장뇌삼을 심고 재배하여 판매하는 일가가 존재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중국과 일본으로 장뇌삼을 수출할 정도로 이름이 알려져 있어서, 아는 사람들에게 꽤 유명한 그곳에는 외부 사람들이 모르는 치열한 후계 다툼이 있었다.

일가의 다음 큰어른으로 지정된 장남 도명학이 지난날 교통사고로 아내와 함께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아들이 있긴 했지만 그 아들은 너무나도 어렸고, 차남 도명운과 삼남 도명수, 장녀 도명희 역시 장남 도명학이 사고로 죽기 전에 후계자의 자리에 있었기에 그들에게 먼저 후계가 될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일가의 큰어른은 그들을 제쳐 두고 손자인 도나리를 후계자로 지목했다.

그 이유인즉 차남 도명운은 서울에서 큰 회사를 차려 이미 자수성가를 한 다음이었고, 삼남 도명수는 지나친 도박 중독으로 일가를 망하게 할 수도 있었으며, 장녀는 해외로 유학을 다녀와 이미 디자이너로서 성공했기에 그들에게 있어서 일가의 큰어른 자리는 사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후계 자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가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 수백억에 도달한다. 거기에 일손도 별로 쓰지 않기에 그 큰돈을 분할하지도 않고 큰어른이 전부 가져간다.

차남 도명운은 일가에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 회사가 도산 위기에 처해 있었고, 삼남 도명수는 도박 중독 때문에 큰 빚을 져서 돈이 필요했으며, 장녀 도명희는 유명한 남자 아이돌 그룹에 빠져서 그들과 나날이 육욕의 파티를 벌이다가 지금은 디자이너로서의 감을 잃고 망해 가는 도중이었기에 돈이 필요했다.

사실…… 그랬다.

왜 장남 도명운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했을까?

왜 상대 트럭이 설 수 있었음에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던 것일까?

그들은 큰어른 몰래 사악한 계획을 세웠다.

바로 후계인 도명학을 살해하기 위한 계획을!

그들은 사악한 계획으로 도명학을 죽이고, 후계 자리를 가져가려고 했다. 하지만 큰어른은 그들이 한 짓을 간파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뜻대로 될 수가 없었다.

큰어른이 그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도 그나마 자비심 때문이었다.

장남을 죽였어도…… 그들 역시 큰어른의 자식이기에……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다음 비극을 만들어 냈다.

독…….

바로 독이다.

자식들의 비열하고 잔악한 행동에 고뇌를 하던 큰어른은 너무나도 심력을 소모하는 바람에 쓰러지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주치의가 항상 붙어 있었는데, 그들은 주치의를 매수하여 큰어른이 먹는 약에 독을 풀었다.

큰어른은 쓰러져 의식 불명이 되고 말았고…… 차남이 후계의 자리에 스스로 올라 큰어른과 어린 도나리를 허름한 별장에 가둬 두었다.

형제를 살해하긴 했지만 부모인 큰어른과 아직 어린 조카마저 죽이려니 양심의 가책이 생긴 탓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불안하긴 했다.

의식불명이긴 하지만 큰어른이 깨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래서 그들은 다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바로 도나리 납치 계획.

최소한 큰어른이 깨어났을 때, 진짜 후계자인 도나리가 없다면 모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흔들 수 있을 테니까.

전에도 그러했듯이 큰어른은 자신들을 용서할 테니까!

그들은 그렇게 잔인한 세 번째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것은 원래는 이루어지는 일이다.

……아니, 그래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일은 도나리가 쓰러진 큰어른과 함께 일가에서 내쫓기듯이 별장에 갇혀 살 때, 큰어른의 건강을 회복시켜 드리겠다고 몰래 별장에서 뛰쳐나와 일가의 선산先山을 오르게 만들었다.

그곳은 일가의 사유지였기에 잠입이 쉽지 않았지만 어린아이는 의외로 그런 것을 쉽게 해내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수월하게 선산에 들어갈 수 있었고, 이틀을 해맨 끝에 진짜 산삼을 발견하고 만다.

하지만…….

 

 

천명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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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


레이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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