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이 패시브 되었을 때 001화

SSS급이 패시브 되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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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이 패시브 되었을 때

제1화. 폐급 헬퍼 (1)

 

 

“쓸모없는 새끼, 걸리적거리지 말고 꺼져.”

“헬퍼가 F급인 건 전 세계에 얘밖에 없다며? 차라리 일반인으로 강등이나 하던가. 폐급이라 지원도 못 나가는 걸, 센터는 왜 데리고 있냐고.”

“야, 야. 집 지키는 개새끼는 있어야지.”

 

수호는 익숙한 듯 자신을 향해 조롱 섞인 말들을 내뱉는 헬퍼들을 지나쳤다.

인류를 나누는 기준 세 가지였다. 헌터, 헬퍼, 일반인.

인류의 약 80%는 일반인이었다. 말 그대로 아무런 능력이 없이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11%는 헌터였다. 초월적인 능력으로 변이 몬스터들을 처단하고 인류를 위해 싸우는 자들. 모두에게 칭송받는 존재.

헌터는 강력한 전투 능력을 가졌기에 몬스터를 소탕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존재들이었지만 패널티가 존재했다. 힘을 쓰면 쓸수록 정신이 붕괴하는 폭주 현상에 처할 위험이 크다는 것.

그래서일까 인류의 9%는 헬퍼로 태어났다.

헬퍼는 고유 능력인 ‘클린’으로 헌터의 몸에 남아있는 힘의 찌꺼기를 정화하고 힘이 폭주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헌터에게는 없어서 안 될 존재였다.

그중에서 차수호는 헬퍼였다.

그것도 A에서 F까지 헬퍼가 가질 수 있는 등급 중에서 가장 최하위이자, 세계에서 유일하게 F급인 헬퍼.

그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 버려졌다. 게다가 보육원에서조차 F급이라는 이유로 학대당했다. 센터에 오기 전도, 온 후에도 수호는 F급이라는 딱지 때문에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한 채 살아야 했다.

고작 F급이라는 이유로 왜 거지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건지, 분노가 들끓었다. 그래서 일반인이 되고 싶었다. 현장에도 가지 못한 채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F급, 폐급 헬퍼라고 조롱을 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일반인처럼 살고 싶었다.

수호는 몇 번이나 센터장실을 찾아가서 일반인으로 살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노’였다. 센터장을 만나기는커녕 그의 비서들은 아무리 F 등급이라도 헌터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클린 능력이 있기에 일반인과 섞일 수 없다고 했다.

SS급 또는 S급 헌터들이나 A급 헬퍼라면 국가에 묶일 급이 아니기에 자유롭겠지만 적어도 수호한테는 아니었다.

국가 차원에서 헌터와 헬퍼는 엄연한 자산이었다. 정부는 F 등급이라도 언젠가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센터에 묶어 둔 것이었다.

거친 말을 속으로 삼키며 수호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그때,

 

-긴급, 레드 2 발령. 센터 내 모든 헌터와 헬퍼는 33구역으로 지금 당장 이동 바람.

 

센터 안 곳곳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에서 긴급 소집령이 떨어졌다. 수호를 조롱하던 헬퍼들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레드 2? 변이 몬스터 아니냐?”

“변이 몬스터뿐이겠냐. 별 거지 같은 몬스터들이 다 기어 나올 텐데. 잘못 걸렸네. X발.”

 

월드 헌터&헬퍼 협회에서는 위기 경보를 6가지로 나눴다. 그린 1, 2. 옐로우 1, 2. 그리고 레드 1, 2.

숫자 1은 일반 몬스터, 2는 일반 몬스터보다 더 강력한 변이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소리였다.

그린은 B~D 급에 속하는 헌터들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 옐로우는 A급이나 S급으로 이루어진 헌터들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 레드는 전 헌터 등급이 지원을 나가야 하는 극악한 수준의 난이도였다.

게다가 레드 2였다. 극악 난이도에 변이 몬스터라니. 지원을 나갔다가 못 돌아올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지원을 나가야 하는 이유는 높은 등급의 헌터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었다.

 

“예전에 레드 2 때, 지원 나갔던 헌터랑 헬퍼 전멸했다니까 다들 개죽음당하지 않게 조심해라. 그리고, 차수호.”

 

찢어진 눈매 사이로 보이는 싸늘한 눈동자가 수호에게 향했다.

 

“넌 얘들 말처럼 개새끼답게 집이나 잘 지켜라. 밥값이라도 하려면 내 옷이나 잘 다려 놓던가. 알겠어?”

 

강홍석, 아시아 지부 1센터 헬퍼 총팀장. 헬퍼 등급 B. 강 팀장이라고 불리는 그는 수호를 무척이나 혐오했다. 도움도 되지 않으면서 월급만 축내는 버러지라고 생각했다.

강 팀장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수호는 잘 알고 있었다. 억울했지만 사실이었기에 수호는 억지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돌아서는 수호 뒤로 혼잣말 같은 강 팀장의 말이 들려왔다.

 

“쓸모없는 새끼. 어쩌다 이런 게 우리 팀에 들어와서는.”

 

이를 악물었다. 부정하려고 해도 사실이라는 현실이 수호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각자 어서 짐 챙겨서 출발해!”

 

강 팀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헬퍼들이 33구역으로 향하기 위해 텔레포트 존으로 분주하게 이동했다. 그리고 그 뒷모습을 수호는 부러운 듯 한참을 응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은 텅 비었다. 그제야 수호는 구석진 자신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앉자마자 책상에 올려 둔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혹시나였다. 현장에 간 헬퍼들이 자신을 부르지는 않을까 하고. 여태 단 한 번도 그런 일은 없었지만.

지금쯤 다들 텔레포트로 33구역에 도착했을 것이었다. 변이 몬스터들과 싸우는 헌터들을 지원하고 있을 테고. 자신은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던 현장을 수호는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다.

처음 센터에 들어왔을 때는 언젠가 자신도 현장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떴었다.

지옥 같은 현장에서 몬스터와 맞서 싸우는 헌터를 클린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매일 저녁 헬퍼 교본을 읽고 또 읽었다.

언젠가 자신의 바람처럼 현장으로 갈 날을 고대하며.

하지만 F급 헬퍼인 수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할 수 있는 것은 강 팀장이나 다른 헬퍼가 말한 것처럼 개새끼처럼 집이나 지키는 것밖에 없었다.

수호의 시선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비참한 시간이었다.

 

* * *

 

헬퍼들이 모두 지원을 나간 후, 서너 시간쯤 흘렀을 때였다.

 

-지지직, 33… 지익.

 

수호가 손에 들고 있던 무전기에서 처음으로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지익. 33… 원 바람, 지익. 지원 바람… 지익.

 

무전기를 들고 벌떡 일어선 수호가 기계음 사이로 들린 목소리를 조합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33, 지원 바람? …지원 바란다고?”

 

무전기를 손에 쥔 수호의 얼굴이 흥분감에 젖어 들었다. 드디어 현장에 나갈 수 있었다.

상상만 하던 현장에!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보았던 매뉴얼 책에 나온 대로 수호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자가 치료 키트와 헌터의 클린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약이 담긴 가방을 쥐고는 텔레포트 존으로 미친 듯이 뛰었다.

조금이라도 늦지 않도록, 가는 도중에 다시금 무전에서 지원이 필요 없다는 소리가 들리기 전에 현장으로 가야 했다.

텅 빈 복도를 가로질러 텔레포트 존이 설치된 지하로 내려가자 푸른색 섬광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수호는 지원을 나간 적이 없었기에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마른침을 삼키며 푸른 섬광을 향해 수호가 발을 옮겼다.

 

윙, 윙.

 

푸른빛 원 세 개가 소리를 내며 빙글빙글 교차하며 돌아가고 있었다. 형체가 없는 원 세 개는 통과할 수 있었다.

돌아가는 원 안에는 헬퍼증을 찍을 수 있는 네모반듯한 기계 하나가 놓여 있었다. 원 안으로 들어가서 기계에 헬퍼증을 찍으면 자동으로 현장에 텔레포트가 되는 시스템이었다.

망설임 없이 윙, 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원 안으로 발을 들이민 수호가 헬퍼증을 꺼냈다.

비장한 얼굴로 수호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가자, 차수호.”

 

삑.

 

헬퍼증을 기계에 가져다 대자 지극히 기계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수호, 헬퍼님. 33구역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순식간이었다. 교차하며 돌아가던 푸른색 원이 점차 빨라지는가 싶더니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돌아갔다.

커다란 파도를 만난 작은 배에 탄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결국 헛구역질을 해 대며 바닥으로 수호가 주저앉았다.

 

“돌겠네. 헬퍼들은 매번 이딴 걸 타는 거였어?”

 

몸이 무중력 상태에서 떨어졌다가 올라가는 것을 반복했다. 수호가 실신하기 일보 직전에 기계가 멈췄다.

 

-차수호, 헬퍼님. 33구역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했다는 소리에 수호는 도망치듯 텔레포트 존에서 빠져나왔다. 비틀거리며 현장에 발을 내디딘 수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탑승감 최악인 텔레포트 존에서 빠져나왔다는 안도감과 드디어 첫 현장에 왔다는 기대감에 젖었던 수호의 얼굴은 현장을 보자마자 절망으로 물들었다.

매뉴얼과 사진, 영상으로 수없이 봤었다. 징그럽고 흉측하게 생긴 몬스터라든가 형체 없이 죽어 간 헌터와 헬퍼들의 모습은.

그때까지만 해도 수호는 경각심을 고취하려고 일부러 잔인하고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 주는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은 달랐다.

더 최악이었다.

분명 장소는 산속인 듯했지만 초록으로 물들어야 할 산의 모습이 검붉은 피로 물든 상태였다. 헬퍼복과 헌터복을 입은 채 잘린 팔, 다리가 이름 모를 들풀들과 한데 엉겨 있었다.

 

“이게··· 대체······.”

 

처참한 광경에 말을 잇지 못하던 수호는 자신의 발밑에 무언가를 발견했다.

턱밑 부분이 뜯겨 나간 채 땅에 처박혀 있는 사람의 뒤통수였다.

 

“으허억!!”

 

텔레포트 존에서 내리자마자 습격을 당한 듯했다. 아니면 도망을 가려다가 당했다거나.

때마침 바람이 불었다. 바람을 타고 온 냄새에 수호가 코를 막았다. 생전 처음 맡아 보는 너무나도 역한 냄새였다. 냄새를 따라 시선을 돌린 수호의 눈에 검은 무언가가 들어왔다.

몸은 물소 같았으며 머리는 양의 모습과 비슷했다. 건장한 성인 남자의 몸보다 서너 배는 족히 커 보이는 기괴한 생명체는 죽었는지 미동도 없었다.

흉측하게 벌어진 살점 사이로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피와 함께 쏟아지고 있었다. 꿈틀거리는 것들은 순식간에 몬스터의 사체를 갉아 먹기 시작했다.

변이 몬스터였다. 조만간 저 꿈틀거리는 것들은 사체를 다 갉아 먹고 새로운 사체를 찾아 이동할 것이었다. 그리고 몸뚱이를 더 키운 다음 겉 허물을 벗고 새로운 몬스터로 탄생할 것이었다.

끔찍한 광경에 수호가 자신도 모르게 주춤 뒤로 물러섰다.

 

“우웨엑.”

 

텔레포트로 뒤집힌 속이 적나라한 현장의 모습에 결국 위액을 게워 냈다.

속을 다 비워 내고 나자 두려움이 엄습했다.

당장, 도망가야 했다. 수호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른 곳이 아닌 이곳은 자신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몸을 돌려 다시금 텔레포트 존으로 향하려던 때, 아직도 수호의 손에 들려 있던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지직, 여기는… 1센터.

 

멈칫하며 제자리에 선 수호의 시선이 무전기로 향했다.

 

-헌터 다섯, 헬퍼 둘, 지직. 11-29에서 접전 중.

 

들려오는 목소리에 수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헬퍼 부족. 지금 듣고 있는 헬퍼나 헌터는 지원 바람, 지익.

 

그 목소리의 주인은 평소 그토록 수호을 혐오하던 강 팀장의 것이었다.

SSS급이 패시브 되었을 때

SSS급이 패시브 되었을 때

  

지은이 : 몽뀨

발행인 : 서경석

 

전자책 발행일 : 2023-08-22

 

출판사 : 도서출판 청어람

 

등록번호 : 제387-1999-000006호

 

본사 :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 483번길 40 서경B/D 3F (우) 1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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