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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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지은이 : 봉사

발행인 : 서경석

 

전자책 발행일 : 2023-03-22

 

출판사 : 도서출판 청어람

 

등록번호 : 제387-1999-000006호

 

주소 :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심곡2동 163-2 서경빌딩 3층

전화번호 : 032-656-4452

 

이 책은 도서출판 청어람이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된 것이므로 불법복제 및 유포, 공유를 금합니다.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1화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1화

 

 

 

 

 

「대한민국 재계 서열 5위의 한풍 그룹 막내 김〇성군(7세) 납치!」

「35일간의 추적 끝에 납치범들의 아지트 포착!」

「한풍 그룹 막내 김〇성군 납치범과 군경 대치!」

「47시간의 치열한 대치 끝에 한풍 그룹 막내 김〇성군 납치 37일 만에 무사히 구출!」

 

한때 대한민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한풍 그룹 막내아들 납치 사건도 세월이 쌓이며 자연스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이 사건의 당사자는 여전히 17년 전 그때 그 사건으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한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그것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깊은 낙인으로 남아있었다.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던 소년과 소년의 가족들 모두에게.

몇 년 전부터 은성은 본채에서 나와 별채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었다.

지난 몇 년간 그가 별채에서 밖으로 나온 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이는 은성의 부모님에겐 새로운 걱정거리였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몸의 상처는 치료라도 할 수 있지만 정신에 남겨진 상처는 그 스스로 떨쳐내야 하는 영역이기에.

“은성이는?”

“별채에 있어요.”

“거기서 나올 기미는 여전히 없어 보여?”

남편 김정수 회장의 말에 박정화 여사는 처연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 힘없이 고개만 내저었다.

육십 중반의 김정수 회장, 그보다 한 살 어린 박정화 여사는 한때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열애의 당사자로 당시 박정화 여사는 현실판 신데렐라라고 불리었던 전설적인 커플이었다.

한 여자만 바라보는 남자, 한 남자만 사랑하는 여자의 행복은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었다.

지금도.

하지만 단 하나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 노부부에게도 아픔이 있었으니 지금 그들이 말하고 있는 이 집안의 막내아들 은성이었다.

자신들의 로맨스처럼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충격적인 사건의 피해자인.

“하아. 대체 언제까지.”

기업인으로서 김정수는 냉철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를 철혈의 남자라고도 불렀다.

그러나 그런 김정수 회장조차 막내아들 앞에선 한없이 약한 아버지에 불과했다.

“언젠간 그 아이도 알을 깨고 나올 거예요.”

“그 세월이 벌써 십칠 년이오. 이젠 나도 당신도 늙었어. 우리가 눈을 감기 전까지 그 녀석이 정신을 차릴지. 하아.”

김정수 회장은 자신들이 건재한 지금 막내아들인 은성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길 바라고는 있었지만 현재로선 막연한 바람일 뿐이었다.

막내아들의 상황처럼 인류의 미래 역시 정해져 있었으니.

멸망 강림!

지금으로부터 반년 전 인류는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기이한 경험을 하였다.

그건 바로 1년 후 멸망이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였다.

그 경고 이후 전 세계에서 이능을 계승했다고 밝힌 자들이 속출하여 또 한 번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었다.

처음엔 국가도 개인도 패닉에 빠졌다.

전 세계의 경제는 무너지기 직전까지 휘청거렸으며, 치안은 말이 안 되게 나빠졌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정부의 단호한 태도와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국가 비상체제로 사회가 운영되어 경제와 치안을 어느 정도 수습했지만, 일부 국가에선 여전히 막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러니 김정수 회장이나 박정화 여사 모두 더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

정신적으로 심약한 자신의 막내아들이 잘 버티며 살아갈 수 있을지가.

“오늘은 그런 걱정 접어두고 즐겁게 보내요. 1년 만에 가족들 모두 모이는 날이잖아요?”

“그래, 그럽시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렇게 합시다.”

1년에 딱 한 번 있는 날, 오늘은 노부부의 생일이었고 이날만큼은 별채에서만 생활하는 그들의 막내아들 역시 모습을 보이는 날이었다.

견우와 직녀처럼.

 

* * *

 

한풍가의 최대 고민거리인 이 집안의 막내아들 은성은 지금 컴퓨터에 앉아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반년 전부터 바뀐 사회분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멸망 강림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 역시 반년.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멸망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누가 죽을지는 오직 운에 맡겨야 세상에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뉴스, 그리고 유X브를 통해 외부의 소식을 살피던 은성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은성은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발신인은 은성의 어머니였다.

 

-아들, 언제 와?

-형들과 누나는 왔어요?

-유성이랑 미성인 방금 도착했고, 기성인 조금 늦는다고 했어.

-큰형 오면 본채로 건너갈게요. 어머니.

-그래, 조금 있다 보자.

 

담담한 목소리로 어머니의 전화를 끊은 은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테라스로 향했다.

은성이 홀로 별채에서 생활한 지도 어느덧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가 사는 별채 주변은 하늘 높이 뻗은 나무들이 담장을 대신하고 있었다.

은성은 멸망을 떠올렸다.

그때부터 인간은 두 종류로 나뉘었다.

전 인류에게 주어진 튜토리얼을 통과하여 멸망한 세계의 자기 자신으로부터 힘을 계승한 이능 계승자와 튜토리얼에 통과하지 못한 자들.

다행히 은성은 그 튜토리얼을 통과하여 전자인 이능 계승자가 될 수 있었다.

이 사실은 그 자신을 제외하고 그의 가족들조차 모르는 일이었다.

‘상태창.’

 

성명 : 김은성(남).

특성 : 인형의 군주(F/EX).

이능 : 단거리 공간 이동(F/B).

스탯 : 근력(1). 체력(1). 민첩(1).

 

이것이 바로 이능 계승자들의 증표였다.

처음 상태창을 확인했던 날, 은성은 자신에게 남들과 달린 특성이란 항목이 더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각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는 이유도 바로 이 특성 때문이었다.

‘그때 그것 때문인가?’

튜토리얼에서 은성은 몬스터를 피해 도주하다 벼랑에서 떨어졌었다.

운 좋게 목숨은 건졌지만 부상이 심각했다.

이대로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그때 풀숲에 가려진 동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으로 들어간 이후 은성은 정신을 놓았었다.

이후 깨어났을 때는 황당하게도 튜토리얼을 완료한 상태였다.

그리고 상태창에서 자신에게만 있는 특성을 확인하곤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은성은 동굴에서 정신을 잃기 전 무언가 신비로운 빛을 본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중에라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알 수 없는 계기로 얻게 된 특성을 제외하더라도 튜토리얼에 통과하여 얻게 된 이 이능 역시 나쁘지 않다.

제 한 몸 빼내기도 용이하고, 반대로 비장의 한 수가 되어 적의 심장을 찌를 수도 있다.

더욱이 잠재 등급은 B로, 이는 꽤 준수한 등급이다.

현재 F등급 상태인 그의 단거리 공간 이동은 3회 연속 시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회수를 모두 소진하면 1시간의 대기 시간이 필요하다.

이동 가능한 최대 거리는 20미터로 도주와 전투에 용이한 힘이다.

지난 반년 동안 은성은 이 능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체득하고 있는 중이었다.

테라스에서 마당으로 공간 이동한 은성은 마당 한가운데 서서 자신의 특성을 발휘했다.

‘소환.’

시동어를 뇌까리자 그의 눈앞에 검과 방패를 든 병사 6기와 활을 쥔 4기의 궁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급의 이능에 비해 특성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위력이 대단했다.

더욱이 성장 잠재력은 듣도 보도 못한 EX등급이다.

제아무리 멸망이 세상을 뒤덮더라도 이 힘이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검방병 : (무력3). (내구력3). (민첩3).

궁병 : (무력3). (내구력3). (민첩3).

 

병과가 다름에도 두 병과의 스탯은 동일하다.

그렇다고 병사들의 현재 스탯이 고정인 것은 아니다.

과외 소득으로 얻는 지휘관이나 병사 모두 군주가 보유한 스탯에 영향을 받아 스탯 수치가 증가한다.

증가폭은 군주의 스탯 5당 1이다.

그 말인즉, 은성의 근력 스탯이 5일 경우 해당 스탯의 5분의 1이 인형 병의 무력이 증가한다.

나머지 두 스탯 역시 동일하다.

그리고 병사의 소환 및 귀환은 군주를 중심으로 100미터 이내에서만 가능하다.

애매하게.

만약 100미터를 벗어난 지역에 병사가 있다면 그 병사는 완파를 당해야지 비로소 대기소로 돌아갈 수 있다.

이 경우 완파된 인형 병들을 다시 소환하여 부리기 위해서는 48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이와 달리 군주에 의해 귀환되었을 경우 100퍼센트 복구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언제든 소환이 가능하다.

단, 이 경우 파손 정도에 따라 전투력이 감소한다.

인형 병들의 상태를 점검한 은성은 단거리 공간 이동의 남은 횟수 2회를 모두 소진한 뒤 숲길을 지나 본채를 향해 움직였다.

‘오늘 한번 물어볼까?’

가족들 중에도 이능 계승자가 있을까?

하지만 은성은 그 질문 자체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반년간 이를 궁금하게 여기면서도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그게 뭐라고.

아무튼 힘을 얻게 된 이후 은성은 그간 자신을 괴롭혀온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조심스럽고, 여전히 사람을 믿지 못하였으며, 여전히 주변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이는 그가 가진 트라우마의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었다.

특성과 이능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음에도.

“저…… 왔습니다. 어머니.”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살고 있으면서도 1년 만에 처음으로 얼굴을 보는 은성과 박정화 여사였다.

박정화 여사는 아픔이 옅게 묻어나오는 표정으로 막내아들의 손을 바라보며 제 손을 꼼지락거렸다.

타인도 아니고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은성은 누군가 자신의 몸에 손대는 걸 병적으로 싫어했다.

이 또한 그가 가진 트라우마에서 기인했다.

이를 알기에 박정화 여사 역시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선뜻 그 손을 잡지 못한 채 매번 안타까워했다.

올해도 포기한 박정화 여사 애써 괜찮은 표정을 지었다.

“잘 지내고 있지?”

은성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과 관심이 주름 잡힌 어머니의 손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었다.

은성은 용기를 내어 아래로 축 처진 어머니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큰맘 먹고.

순간 박정화 여사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17년 만에 처음으로 막내아들이 먼저 자신의 손을 잡아 주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날을 고대했지만 그날이 설마 오늘일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기에 그녀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박정화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느라 애를 먹었다.

자신이 놀라면 막내아들이 놀라 달아나지 않을까 두려웠기에.

“드, 들어가자꾸나.”

“……예.”

 

* * *

 

김정수 회장을 비롯해 장남 김기성, 차남 김유성 그리고 김유성의 쌍둥이 여동생인 김미성은 집안의 아픈 손가락인 은성이 박정화의 손을 잡고 쭈뼛거리며 식당으로 들어오는 모습에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중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김정수 회장이었다.

하지만 어찌 반응해야 할지 그 역시 몰라 망설였다.

다들 조심스러워하는 가운데 한 명이 툭 튀어나왔다.

이 집안의 차남 김유성이었다.

“마, 막내가…… 우리 막내가 엄마 손을 잡고 있는 거야? 지금 내 눈이 잘 못된 거 아니지, 큰형?”

그 말에 놀란 것일까?

은성은 잡았던 어머니의 손을 슬쩍 놓았다.

그 순간 유성을 향한 가족들의 시선이 짜게 식었고, 이에 유성은 억울한 듯.

“나만 놀란 거 아니잖아? 다들 놀랐잖아? 왜 나만 갖고 그래. 칫.”

“됐다, 됐어. 그만하고 와서 앉아라. 1년 만에 온 가족이 모인 자리잖아.”

 

김정수 회장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울컥한 표정을 하고서.

그러면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자신도 아내처럼 녀석이 자신의 손을 잡아주지 않을까 싶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자식은 아빠보다 엄마인가?

씁쓸했다.

그래도 한편으론 그간 보여주지 않던 막내아들의 모습에 기대감이 샘솟았다.

은성이 기존의 행동을 깬 파격적인(?) 행동 때문인지 1년 만에 모인 식사 자리의 분위기는 내내 좋았다.

그렇게 모든 식사가 끝나고 가벼운 티타임을 가졌다.

은성은 이 자리에도 참석했다.

그에 모두가 또 한 번 놀랐다.

한풍가의 장녀이자 차남 유성과는 쌍둥이인 미성이 은성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잘 지냈어?”

은성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에도 미성은 크게 감격했다.

그도 그럴 것이 17년 전 그날 은성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납치범의 미끼가 되었다.

일곱 살짜리 꼬맹이가 말이다.

참고로 미성은 은성보다 2살이 많다.

아무튼 그 어린 동생의 용기와 희생 덕분에 미성은 납치범들의 손아귀에서 달아날 수 있었다.

그날 그 사건이 은성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듯 미성에게도 그 일은 트라우마였다.

은성의 상태가 워낙 나빴기에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미성이 울려는 기미를 보이자 유성도 괜히 코끝이 시큰거렸다.

집안에서 오직 유성만이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인 미성의 상태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때는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은성을 미워하기까지 했다.

지금은 과거 일이다.

미성으로 인해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자 유성은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그 시도는 잘 먹혔다.

오늘날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주제를 꺼내 들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