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의 목소리가 들려! 001화

D
대본의 목소리가 들려!

1. 망작




-최종 관객 수, 47만 명.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하류 계층> 흥행 참패.

-제작비 110억. 수익은 10억.


냉혹한 현실을 알려 주는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걸작 톱10 안에는 들어가야 할 작품. 반드시 봐라. 나만 보기 싫으니까.

-배우들 연기, 노래, 색감, 연출, 그리고 스토리. 뭐, 하나 제대로 이해 가는 것이 없다.

-인류에겐 너무 빠른 영화.


평론가 평점, 1.8점.

관객의 평점은 9.7점.

그러나 평점이 좋은 영화라서 그런 게 아니다.

혼자 보기 싫다는 이유로, 자기만 돈을 버리기 싫다고, 자기만 시간을 버리기 싫다고, 너도 당해 봐라 하는 마음에 평점을 억지로 높인 것이다.

그 증거로 좋은 평가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주 제대로 망했네요.”

매니저, 은서의 목소리에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공들여서 촬영한 영화가 대차게 망해 버렸다.

그것도 역대급으로 말이다.

“그 와중에 형이 거절했던 <개판>은 지금 700만을 돌파했네요.”

“그게?”

“네.”

은서의 말에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개판> 그리고 <하류 계층> 전부 내게 들어온 영화였다. 그러나 나는 <개판>을 거르고 <하류 계층>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매우 참혹했다. 내가 선택한 <하류 계층>은 역대급 망작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처참한 관객 수를 자랑했다. 그 반면에 <개판>은 아주 좋은 평가를 받으며 700만을 넘었다.

“형은 진짜 작품 선택하는 선구안이 너무 안 좋은 것 같아요.”

안타까워하는 은서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은서의 말은 전부 사실이었으니까.

반박조차 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주연과 조연을 포함해서 총 일곱 개의 작품에 출연했다.

그러나 그중에서 흥한 작품은 단 하나도 없었다.

오죽하면 이제 나를 섭외했다고 하면 믿고 거르겠다는 반응이 제일 먼저 보이겠는가.

흥행 부도 수표.

그게 지금 내 별명이다.

그래서 그런가, 내게 들어오는 작품의 양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번 <하류 계층>으로 인해서 더 이상 작품이 안 들어올 수도 있겠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것은 아닌지, 은서는 내게 대본들을 주었다.

네다섯 개 정도로 보이는 대본 더미를 받자 은서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예전이라면 회사에서 거르고 거른 다음에 줬을 텐데, 지금은 형한테 들어온 작품들이 그게 전부예요. 솔직히 말하면 회사에서 그 대본들 전부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은서의 말에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대본들을 보았다.

내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하류 계층>까지는 내 선택을 믿었다.

그러나 더 이상 내 선택을 믿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그때…….

-나를 선택해.

대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대본의 목소리가 들려!


지은이 시하

발행인 이종주 

발행처 (주)로크미디어

출판등록 2003년 3월 24일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330 DMC첨단산업센터 B동 318호

Tel (02)3273-5135  Fax (02)3273-5134

홈페이지 rokmedia.com 

E-mail rokmedia@empas.com

ⓒ 시하, 2020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주)로크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