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세가 천재 막내아들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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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1화



무강은 무공을 사랑했다.

비록 기억이 시작된 순간부터 부모를 알 수 없던 고아였으며, 어린 시절부터 거지 생활을 하여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저잣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부분이 그림으로 그려진 삼류 무공서 하나 사서 익힌 비루한 삶을 살았지만, 그래도 무공을 사랑했다.

당연히 누구보다 열심히 무공을 익혔다.

주변에선 그깟 삼류 무공 익혀서 어디 쓸 것이냐며, 포기하고 주제에 맞게 살라고 하였지만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어디에 쓰기 위해서 익히는 게 아니었다.

무강은 그저 기억도 흐릿한 어린 시절, 우연히 보았던 이름 모를 고수가 보여주었던 무공을 따라 하고 싶었다.

그 아름다움을, 그 강렬한 무공의 전율을, 자신의 손과 몸으로 직접 펼쳐 보이고 싶었다.

아니, 완벽히 못 펼쳐도 좋았다.

흉내라도 내보고 싶었다.

무강은 그 뜨거운 마음 하나를 심장에 품은 채, 낮에는 구걸하고, 밤에는 직접 깎아 만든 어설픈 목도 하나를 양손으로 쥐고 휘둘렀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났다.

어린 시절 아무런 재주도 없고, 쓸모도 없어 거지로 살 수밖에 없던 무강은 나이가 제법 차, 객점의 점소이가 되었다.

이때에도 그가 하는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낮에는 점소이 일을 하고, 밤에는 또 목도를 휘둘렀다.

날이 추우나, 날이 더우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몇 해가 더 지났으나, 무강은 단 하루도 그 일을 쉬지 않았다.

남들은 줘도 안 가질 삼류 무공서 하나를 품에 안은 채 정말로 무한히도 따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객점 뒷마당에서 수련하고 있는 무강을 본 어떤 한 중년의 무림인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허어, 점소이가 무공을 익히다니. 그것도 꽤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로구나.”

무강은 가감 없이 담백하게 말했다.

“무공을 좋아합니다.”

무림인은,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는 물었다.

“흔치 않은 재능을 가졌구나. 모양새를 보아하니 삼재검법 같은데, 익힌 지는 얼마나 되었더냐?”

무강이 답했다.

“올해로 팔 년이 넘었습니다.”

동시에, 무림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고심 어린 표정을 짓더니 안타까움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허어…… 명(命)이란 것이 분명 있는 법이겠지. 네게는 점소이 일이 딱 알맞겠구나. 무공은 계속해서 취미로 두는 것이 좋겠다.”

이후 무림인은 더는 무강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고 무강도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 시간, 주변에서 그를 손가락질하던 이들, 혹은 그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이들, 모두가 질려서 떠나갔다.

익숙한 일이었다.

이후로도 앞선 중년인과 같이 그에게 접근하는 무림인이 몇몇 더 있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중년인과 비슷한 질문을 하고는 무강의 대답을 들은 이후, 질색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내저으며 관심을 끊어버렸다.

‘……왜들 그러는 거지?’

무강은 불안함 가득한, 결코 직시하고 싶지 않은 의문을 마음속에 품은 채, 일 년을 더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무강의 운명을 크게 뒤흔든 날이 찾아왔다.

다가온 이는 사나운 인상을 한 장년인이었다.

그는 앞서 만났던 무림인들과 비슷한 대화를 한 이후 경악한 표정을 한 채, 무강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너는 재능이 없다. 아니,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최악이다. 무공을 사랑하는 재능을 얻었지만, 대신해서 모든 것을 빼앗겼어. 다른 의미로는 다시 볼 수 없는 재능을 가졌다. 올해로 구 년째 삼재검법만 하고 있는데 아직도 기본형이 잡히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 둔재로다. 하늘도 고개를 내저을 둔재가 바로 네 놈이로구나.”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무강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제 재능이 그렇게 부족합니까?”

“뭘 들은 게냐? 부족하단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최악. 그 말밖에 달리할 이야기가 없다. 너는 평생 무공을 익혀도 삼류를 못 벗어날 것이다. 아니지, 지금처럼 무공을 사랑하니 운이 아주 좋으면 이류 정도는 되겠구나.”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 아닙니까?”

“혹시 모른다라……! 그래, 내가 너무 성급했을지도 모르지. 검에 재능이 없는 것일 수도 있어.”

장년인이 피식, 웃고는 무강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후 물었다.

“뭔가 느껴지느냐?”

“……예?”

“굳이 흐름을 느낄 필요도 없다. 뭔가 따뜻하다거나, 차갑다거나 그런 게 느껴지냔 말이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장년인이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손을 떼며 말했다.

“넌 기공에도 재능이 없다. 심지어 골격도 비루하지. 외공도 제대로 익힐 수 없단 뜻이다. 다시 확실하게 말해주마. 넌 검에만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냥 모든 무공으로부터 버림받았다. 차라리 저주라고 해도 되겠구나.”

그의 말은 차갑다 못해 뾰족한 형태로 파고들어 무강의 심장을 후벼팠다.

무강은 아무런 말을 못 한 채, 고개를 떨어트렸다.

사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앞서 만났던 무림인들의 반응이, 하나같이 비슷했으니 말이다.

다만 외면하려 했다.

무시하려 했다.

지금처럼 열심히, 꾸준히 한다면, 뛰어난 무림인들 눈에 다소 부족해 보여도 언젠가 작은 성과라도 나오지 않을까?

자신이 평생을 목표로 해온, 어린 시절 보았던 고수의 그 무공을 흉내라도 내 볼 수 있는 수준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다.

“다시 말하지만, 넌 평생 삼류다. 운이 좋아야 이류야. 포기해라. 차라리 다른 기술을 배워. 이건 네 눈빛과 행동만 보고, 잠시라도 너를 제자로 삼을까 생각했던 내 마지막 배려다. 에휴…… 안타까운 것. 쯧쯧.”

혀를 찬 장년인이 멀어졌다.

그 또한 그 말을 끝으로 더는 무강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무리 고된 날이어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던 무강의 목도가 바닥에 쓸쓸히 떨어졌다.

평생 가장 사랑해 온 것으로부터 버림받았다.

절망이 무강을 감쌌다.

오죽했으면, 그날 하루는 목도를 휘두르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 날.

무강은 또다시 같은 자리에 나와 또다시 목도를 휘둘렀다.

어쩔 수가 없었다.

‘무공이 나를 버렸어도…….’

무강은 무공을 버릴 수 없었다.

그는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문 채 목도를 휘둘렀다.

어느 순간 입술 아래로 검붉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그건 아프지 않았다.

대신 가슴이 쥐어짜이듯 아팠다.

결국 무강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소리 내어 펑펑 울진 못했지만, 그보다 더 깊은 슬픔을 계속해서 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목도를 휘둘렀다.

어리석다 해도 상관없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평생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하여도 그는, 무강은 계속해서 무공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전날, 무강에게 조언을 해주었던 사나운 인상의 장년인이 그런 무강을 보고는 혀를 차며 객점을 떠나갔다.

그리고 한 해가 더 지났을 무렵.

객점에 찾아온 흉악한 인상의 무림인 몇몇이 난동을 부렸다.

손님들 다수가 도망갔지만, 재수 없는 몇몇이 그들의 거기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객점 주인과 무강 또한 도망치고 있었는데, 하필 객점 주인이 재수 없게 발이 걸려 엎어져 위험에 처해버리고 말았다.

무강은 고아에 거지 출신이던 자신을 불쌍히 여겨 거둬 준 객점 주인의 위기를 마냥 외면할 수 없어 목도를 들고 그 위험한 난동 사이로 뛰어들었다.

죽는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몸이 먼저 멋대로 움직인 것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단 한 번쯤은 무언가 해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었다.

자그마치 십 년을 휘두른 목도 아니던가?

‘운 좋게 나와 사장님의 목숨을 건질 정도는 될 수도 있어…….’

그런 생각과 함께 객점 주인을 향해 뻗어져 오는 주먹을 막기 위해 앞으로 나선 무강의 목도는.

빠각-!

너무나 허망하게 부러졌다.

놀란 무강의 얼굴 또한, 그 강철같은 맨주먹에 짓이겨져 엉망이 되어버렸다.

텅-!

어지러운 시야 속.

서늘한 감각과 함께 바닥에 드러누운 무강의 눈에 그의 덕에 목숨을 구한 객점 주인이 기겁하며 도망가는 모습이 보였다.

무강은 자신 또한 일어나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시야는 빙글빙글 돌고, 온몸은 너무나 추웠다.

구역질이 올라오는 듯도 했으나, 그를 내뱉지는 못했다.

대신해서.

“쿨럭…….”

기침과 함께 핏덩이가 입 바깥으로 뱉어졌다.

무강도 바보는 아니었다.

이제는 알 수밖에 없었다.

‘아…… 나 지금, 죽어가고 있구나.’

십 년을 익힌 무공이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 채 꺾인 탓에, 너무나 허무하게 목숨이 사라져가고 있다.

무강의 머리통을 짓이긴 강력한 주먹을 휘두른 무림인은 그런 그를 향해 벌레보다 못한 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이제 갓 검을 잡은 애송이 같은데,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끼어들어.”

무강은 억울했다.

자신의 무공은 갓 시작된 게 아니었다.

십 년.

자그마치 자신과 십 년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찬 바람이 부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나……!’

반평생을 함께 해왔다.

단 한 번도 어설프게 대한 적 없었다.

늘 진심이었다.

늘 최선을 다해 익혔다.

무강의 인생에 있어, 무공은 유일한 기쁨이자, 위안이었으니까.

그런 전력이 담긴 무공이었다.

하지만 무강의 진심은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았다.

전해지지 못했다.

그를 죽인 사내는 이제 죽어가는 무강을 향해 시선조차 두지 않았다.

무강은 차가운 바닥에 누워, 쓸쓸한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여기까지구나.’

시야가 어두워지고 있었다.

아니, 새카맣게 변했다.

무공을 사랑했던 무강은 그렇게, 무공에 버림받은 채, 누구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삶을 살다 죽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이 난 것만 같았다.



* * *



새카맣던 세상에, 갑자기 빛이 보인다.

무강은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뭐지? 나 분명 죽었는데?’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죽었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왜?

깊은 의문 속.

다가오던 빛이 환하게 그를 맞이했다.

화악-!

그렇게 맞이한 세상의 빛을 보며, 무강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뭐야? 세상에 왜 이렇게 빛이 많아?’

새하얗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녹색으로도 보이는 다양한 빛이 곳곳에 가득하다.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다.

무강은 본능처럼,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움켜잡았다.

그러자 손에 실제로 무언가가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놀란 무강이 손을 펼쳐보니, 그가 잡은 새하얀 빛이 손 위로 번쩍이며 솟아났다.

‘……!!’

무강은 그 빛이, 언젠가 먼 과거 자신이 보았던 무림 고수가 보여주었던 찬란한 무공이 펼쳐질 때 뿜어져 나왔던 빛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게 무슨……!?’

무강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런 무강의 당황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화려하게 치장된 방 안.

이제 갓 세상에 태어난 아이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이밀었던 한 쌍의 눈동자.

그리고 그런 그녀와 아이를 지켜보고 있던 네 쌍의 눈동자.

늙은 산파와 그녀를 돕기 위해 대기 중이던 시녀 넷은 갓난아이의 손에서 일순간 뻗어져 나온 빛줄기를 보고는 눈을 부릅떴다.

“바, 방금……!”

“아, 아기씨가 손에 기(氣)를 모았어요!”

그들의 경악 섞인 말에, 잠시 의식이 사라졌던 중년 여인이 힘겹게 낳은 자신의 아이를 보기 위해 실눈을 뜨며 묻는다.

“다들 뭐라고 하는 겁니까? 아이는…… 우리 아이는……? 무사한 겁니까?”

산파는 눈을 비볐다.

시녀들도 눈을 비볐다.

다시 보니 이제 막 태어난 아기의 손에는 기로 만든 빛줄기 같은 건 없었다.

그사이 빛줄기가 사라진 탓이었다.

‘착각…… 이겠지?’

자신들이 잘못 본 게 분명하다.

갓난아이의 손에서 유형화된 기가 뿜어져 나오다니?

무슨 전설 속 이야기도 아니고 너무 과하게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 않은가?

‘아무리 아기씨가 남궁세가 공자님이라고 해도 그렇지…….’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었다.

산파는 정신을 붙잡고는 재빨리 탯줄을 끊었다.

그러고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불로 감싸 아이, 무강을 들어 올렸다.

무강의 당황은 더욱 커졌다.

‘어어? 뭐야? 진짜 이거 뭐냐고……!?’

안 그래도 놀란 상황인데, 갑자기 낯선 눈동자가 자신을 내려다보더니, 몸과 연결된 무언가를 끊고는 확 들어 올린다.

‘이게 대체 뭔데에―!?’

무강은 내심으로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누가 설명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어 말하려 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해서 기묘한 바람 새는 소리만 흘러나올 뿐이다.

무강을 들어 올린 산파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아기씨는 무사하십니다. 사내아이시고, 아주 건강해 보이시네요. 다만…….”

지친 표정의 중년 여인이 물었다.

“다만……?”

“아직 울지를 않네요. 울어야 숨통이 트이실 텐데…….”

그리 말한 산파의 손이 무강의 엉덩이를 강하게 올려 쳤다.

철썩-!

시원한 소리와 함께, 혼란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무강이 눈을 부릅떴다.

고통이 엉덩이를 지나쳐, 전신을 휩쓸고, 뇌리까지 전해졌다.

‘뭐 이런…….’

지독한 고통이?

막말로 무림인의 주먹에 머리통이 짓이겨졌을 때도 이것보단 덜 아팠다.

그 상상을 뛰어넘는 끔찍한 고통에, 입이 자연스럽게 열렸다.

비명을 내지르려 했다.

그런데 비명 대신, 난생처음 듣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앙-!”

울음?

‘내가 운다고?’

아무리 그래도 다 큰 성인 장정인 자신이 이렇게 우렁차게?

그런 무강의 심경을 모르는 산파는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껄껄……! 아이고, 우렁차셔라. 이제 시원하게 우셨으니 숨통도 트이셨을 겁니다. 아기씨는 완전히 무사합니다, 가모님.”

그렇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무강은 다시 태어나 새 삶을 살기 시작했다. 

남궁세가 천재 막내아들


지은이 : 낭만글쟁이

제작일 : 2024.10.14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임수빈

표지 : 경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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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405-336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