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세가에서 시작하는 무신생활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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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서장



“쿨럭, 쿨럭.”

진천은 대자로 누운 채 죽은 피를 한 움큼 토해 냈다.

핏물에 섞인 장기 덩어리들이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소매로 쓱 닦고 싶었다.

팔을 들어 보니 팔꿈치 아래로 텅 비어 버린 두 팔이 보였다.

‘씨X럴. 뒷간도 못 가겠네.’

낄낄.

쿨럭, 쿨럭.

이런, 니미.

눈도 보이지 않는다.

하기야.

단전이 파괴되었고 사지 육신이 잘렸다.

거기다 상·하체가 분리되었다.

내 안에 가득 담긴 장기란 것들을 봤다.

사람이라면 좀 죽어 줘야 하지 않겠어?

“쿨럭.”

죽어 가는 도중에도 기침은 더럽게 안 멈춘다.

기도가 컥 막힌 것처럼 아프다.

그래도 마음은 이상하게 시원했다.

홀로 가지 않으니까.

쾅쾅! 콰아아아아쾅!

‘거, 사람 죽어 가는데 예우 좀 갖추고 좀 조용히 하지.’

이 뭔 경우 없는 일이란 말인가.

하긴―

인간이 아니지?

무림 역사상 최악의 적. 

세상을 피로 물들인 마교의 수장이자 역천(逆天)의 마귀. 

천마(天魔)다.

인간의 탈을 벗어 던진 개붕X 같은 것이다.

사람 예우 따윈 애저녁에 멀리 던져 버렸음이 틀림없기에 삼가 고인의 명복 따위를 빌어줄 리 만무했다.

그래.

그 천마 놈과 함께 진천은 지옥불에 함께 들어간다.

탈혼염옥팔괘진(脫魂炎獄八卦進)에 갇혀서.

기록상 천하제일 무신이 최후에 남겼다고 알려진 전설상의 진법이었다.

알려진 바로는 진법을 발동하기 위해선 사람의 영혼을 바쳐야 했다.

산 사람의 영혼을 바쳐 발동시킨 만큼 진법의 위력은 가히 절대적.

설령, 신이라 할지라도 벗어날 수 없는 염옥에 영원토록 가둬 버려 녹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잔혹하고 그만큼 위력적이기에.

그래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 동화 같은 거로만 알려졌으나―

진천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그리고 진천은 그 전설에 제 영혼을 바쳐 오롯이 천마를 잡기 위해 사용하였다.

무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서?

개나 주라지.

순전히 복수다.

천마에게 살해당했다고 전해들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복수였고,

진법이 발동되기 전에 자신을 대신하여 천마의 칼에 등이 꿰뚫려 죽은 아비의 복수였다.

자신을 위해 몸을 날린 아비를 보며 눈빛이 어찌나 흔들렸는지.

‘흔들리는 눈빛만으로 나 묻고 싶었던 거야~’

전쟁에 미쳐 버린 정신 속에 문득 떠오르는 옛 동료의 가사가 떠오르면서 묻고 싶었다.

어찌하여 당신이 나를 살리고자 몸을 던졌는지.

그러나 들려오는 답은 없었다.

힘없이 꺼져 가는 푸른 눈빛만이 보였다.

한 세월 검만을 잡았던 굳센 손이 내 뺨을 어루만지는 것만 느꼈다.

하늘을 채웠던 묵직한 음성이 힘없이 들려오는 것만 들었다.

미안하다.

마모되어 버린 감정에 불꽃이 일어났으니.

복수심을 태울 만했다.

콰아앙! 콰아앙!

크아아악!

짐승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진법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더욱 발악하는지.

뻣뻣하게 굳어 가는 사지에도 느껴질 만큼 짙은 살기가 느껴졌다.

이윽고 세상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하늘이 무너진다.

땅이 갈라진다.

갈라진 땅 아래에서 용암이 분출하여 세상을 태웠다.

무너지는 하늘에서 불비와 천둥벼락이 쏟아져 내리며 세상을 지워냈다.

동시에 진천의 벽안에 푸른 정광이 번뜩였다.

꺼멓게 죽어 가던 시야가 잠시 맑게 피어났다.

“이야…… 이게 말로만 듣던 회광반조(回光反照)인가 보네.”

죽기 직전에 소문으로만 듣던 회광반조를 겪다니.

출세했네 진천.

즐거워서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그런 회광반조 안에 무너지는 하늘이 담겼다.

벼락불이 온 세상을 잠식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사이로 풀어 헤쳐진 검고 긴 머리카락이 썩 어울릴 정도로 아름다운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사내는 만뇌(萬雷)에 가까운 벼락을 찢어발기고자 발악하고 있다.

벗어나고자 하는 역천의 짐승 놈의 마지막 발악같이 진천은 히죽 웃어 버렸다.

‘낄낄. 콱 뒈져서 지옥불에서 다시 보자.’

낄낄낄.

낄―

어라?

찢긴 만뢰 중 반이 일순 방향을 틀어 자신에게로 떨어진다.

진천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동그래졌다.

‘이런 씨―’

욕 한마디 시원하게 내뱉기도 전.

찢긴 만뢰가 진천의 몸에 내려꽂혔다.

끄아아아아악!

영혼마저 찢겨 나가는 고통에 울부짖었고.

콰아아아아앙!

천지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려옴과 함께.

세상이 꺼멓게 물들었다.



* * *



벼락 맞고 뒈진 줄 알았다.

어릴 적 맞았던 그 벼락보다 더한 새끼였으니까.

죽어 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탈혼염옥팔괘진에 의해 지옥불에 들어갈 운명이었지 않았던가.

헌데,

“공자님. 자신이 누군지 기억은 하십니까?”

살았다.

“…….”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자신이 누군지 정녕 기억하십니까?”

“……기억나.”

“그러면 말씀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남궁세가의 일공자.”

어찌 된 영문인지 허울뿐인 과거의 일공자 시절의 자신이 되어서.

남궁세가에서 시작하는 무신생활


지은이 : 황금돼지

제작일 : 2024.02.23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심지은

표지 : 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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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405-246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