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이계, 법정의 정의(情意)다 001화

이것이 이계, 법정의 정의(情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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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이계, 법정의 정의(情意)다

프롤로그

 

 

길고 긴 종족 간의 암투와 전쟁으로 대륙은 피폐해졌다. 태고 적부터 존재해 왔던 원시 종족들의 다수가 자취를 감췄고 땅과 물은 경작이 불가능할 정도로 황폐해져 갔다.

기아의 악순환과 위험수위에 이른 생태계의 파괴는 유사 인종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은 결국 과거를 무(無)로 돌리는 일에 합의하고 평화협정을 맺기에 이른다. 한 인간의 왕이 필사적으로 지켜낸 요르드 강변에서.

요르드는 드물게 원인 불명의 전염병에서 비껴난 청정 지역이었다. 그곳에서 회담을 가진 유사 인종들은 종족 간의 화합을 도모하고 관계 개선을 조정하는 역할로 인류를 꼽는다.

당시에 인간들의 수가 가장 많이 살아남은 편이었고 그들의 수명과 문명이 유사 인종의 중간 수준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화의 선봉이 된 인류는 전투적인 이종족들의 영토 잠식을 막기 위해 수십 년을 기한으로 둔 시험 도시를 운영하게 된다. 대전쟁 후의 평화협정에 따라 인류가 화합하려는 노력을 보이자 드워프들도 요르드 강변을 다시 밟게 되었다.

그들보다 더 신중했던 아름답고 강한 엘프종족도 늦게나마 상당한 수효가 이주해 오기 시작했다. 외교관으로 접촉해 오던 한 귀족인간의 사망을 기점으로.

드워프와 엘프들의 공존 협력으로 요르드의 문화와 경제 수준은 고속 성장하게 된다.

반면에 수년에서 수십 년이나 먼저 이주해 온 다른 이종족들과의 생활수준 편차는 더욱 벌어져 버렸다. 요르드의 하층계급으로 유입되었던 오크나 오우거와 같은 이종족들은 소작농이나 개인의 사병 신분에서 벗어나기가 점점 힘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과거의 조약에 따라, 비록 소수지만 몬스터였던 그들을 동등하게 대하고 권익을 지켜주기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것이 이계, 법정의 정의(情意)다

1. 정황(情況) 그리고 반갑다 좀도둑 (1)

 

 

어서 가야 한다. 이 엄청난 비밀을 폭로하여 그들의 만행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어디로? 국왕이 계시는 섬은 너무 멀다. 그렇다면 가까운 강 건너로 가야 한다.

대협정이 체결되었던 강 건너엔 당시의 회의에 직접 참석했던 이종족 대표 중의 하나가 지금껏 생존해 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 그곳에는 그가 아니더라도 알게 모르게 나라의 안팎에서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종족들의 우두머리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인간이다. 그래도 괜찮으리라. 각 이종족들의 대표 격 존재들만이 아니라 브라이언 파치니 자작, 이 모든 일의 발단이었던 그 외교관의 정당한 상속자도 강 건너에 있다. 그러니 배를 타면 되리라. 배를 타면 요르드 강이 자신을 보호해 줄 그들에게 데려다줄 것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의식이 흐릿해지고 있다. 이미 늦은 걸까? 임대한 배는? 지시한 지점을 지나쳐 버렸나? 이상하다. 흔들리는 나뭇결을 느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착각이었을까?

자신이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왜 멍하니 서 있기만 하는 거지?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틀림없이 바쁘게 걷고 있었는데. 목숨과 바꿀 증거품을 두 손에 감싸 들고 있지 않았던가? 그것을 어디에 뒀지?

땅에 떨어뜨렸던가? 기억이 확실치 않다. 지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정신 차려, 월터! 어쩌자고……!’

늦었다.

뭔가 악의에 찬 것들이 달려온다. 죽음의 사자인 그것들을 독려하는 자가 있다. 월터는 반쯤 풀린 동공으로 어둠에 묻혀가는 그 형체를 망연히 바라봤다.

커다랗고 낯익은 제복.

무언가가 자신을 덮쳐온다. 뭐지? 왜 으르렁거리지? 상념 같은 그 상실의 느낌조차 점차 엷어져 간다.

 

뭔가가 깜깜한 밤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까아깍!’ 하는 거슬리는 울음소리와 함께. 올려다보지 않아도 비익족(날개 달린 인간형 몬스터)이라는 것쯤은 짐작이 갔다. 그 때문인지 산책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부랑자들이 욕설을 뱉어낸다.

“덜떨어진 새대가리들! 벌레 찾으러 나왔나? 주인이 먹이도 제대로 주지 않는 모양이구먼.”

“나들이 나왔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짝짓기 하려고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발정기에 든 암컷들일지도 몰라. 구경하러 가볼 사람?”

“미친놈. 할 일도 되게 없네. 낄낄!”

컹컹. 컹컹!

야행성 촌촌(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귓바퀴를 날개로 삼아 날아다니는 몬스터)들이 날아다니는 소리는 곧 잦아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불결하고 사나운 야생 개들의 소리가 뒤를 잇는다.

시큰둥해하던 노숙자들은 주섬주섬, 혹은 벌떡 일어났다. 불안한 눈초리로 컴컴한 주변을 살피느라고.

집 없는 그들에게 밤은 항상 위험하지만 특히 주의해야 할 상황임이 분명했다. 굶주린 들개들에게 사람이 물려죽는 일은 간혹 생기기 때문이다.

“어디여? 어느 쪽에서 나는 거지?”

“저기요! 강변에 뭔가 있나보오.”

마나가 고갈되어 가는 마법 가로등은 희미하기만 했다. 하지만 누군가 피워놓은 작은 모닥불이 아직 타오르고 있었다. 그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은 시커먼 어둠을 경계하며 바짝 긴장했다.

촌촌들의 소리는 개 짖는 소리에 묻혀서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날아가는 그놈들을 쫓는지 개들의 소리도 멀어지고 있었다.

“제기랄. 잠이 싹 달아났네. 빌어먹을 몬스터들! 오밤중에 웬 난리람? 케르베로스(지옥의 파수꾼)가 오기 전에 자리나 옮깁시다.”

“케르베로스라니? 그냥 들개들 가지고 꽤나 겁먹었구먼.”

따각! 따각!

“순찰병들이잖아. 불 꺼, 불!”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당황한 부랑자들은 흙과 자갈을 모닥불에 마구 끼얹곤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노숙 문제는 둘째 치고 왕가 사냥터에서 불을 피우는 것은 범죄에 속했다.

하물며 때는 한여름이었으니 핑계로 삼을 구실도 없지 않은가. 벌금형이나마 면해보고자 그들은 있는 힘껏 도망쳤다.

“서라! 모두 멈춰! 여어차!”

“엇! 난 아니오! 아까 그 사람들과 아무 상관도 없단 말이오! 아니라니까!”

“웃기지 마시오. 달리다 넘어져서 자는 체하는 것을 내가 다 봤소. 어디 보자. 낯익은 노인장이구려! 재범(再犯)인…….”

“으아아악! 사람 살려!”

안장에서 노숙자의 덜미를 낚아챘던 병사는 허리를 폈다.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던 순찰병들도 난데없는 비명 소리에 멈춰 섰다. 숲 외곽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희미한 여명을 뚫고 목이 찢어져라 외치는 소리가 재차 들려온다.

“시체야! 사람이 죽었… 우아악! 살려줘!”

컹컹! 컹컹!

순찰병들을 피해 도망쳤던 부랑자 중 하나였다. 병사들은 지체 없이 박차를 가했다. 풀려난 노인과 근처에 숨어 있던 몇몇 사람들도 뒤를 따랐다.

“이런 세상에.”

도움을 청한 자는 다리에 들개를 매단 채 바닥을 기고 있었으며 그 뒤쪽에는 상종하지 못할 짐승들이 인육을 뜯고 있는 참혹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순찰병들은 황급히 검을 빼 들었다.

깽! 깨갱!

검에 꿰뚫린 들개의 목에서 핏줄기가 울컥 솟구친다. 그 시뻘건 핏물은 공포에 질린 노숙자의 얼굴에까지 튀었다. 그렇지 않아도 붉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던 그는 다시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깨를 붙잡는 병사의 손길에 뒤를 돌아본다.

“이보시오! 정신 차리오! 다 끝났소!”

“사, 살아 있었어.”

“그럼 살아 있지 죽었겠소? 정신 차리…….”

“이봐! 이 시체 살아 있어!”

죽은 들개를 치워내던 병사가 소스라치며 소리를 지른다. 뒤따라온 노숙자들도 흠칫거리며 그들을 쳐다본다. 심지어 말들까지 불안하게 뒷걸음질 친다.

“무슨 소리야? 살아 있으면 시체가 아니잖아.”

“하지만 이 꼴로는 살아날 수 없을 테니까.”

그렇다. 살아날 수 없으리라.

물어뜯긴 목덜미에서 불끈불끈 솟고 있는 새빨간 혈액과 찢긴 옷가지 사이로 마구 헤집어진 채 흘러나와 있는 내장들. 해체된 살점들로 인해 도살되다 만 가축처럼 보일 정도다. 시체 아닌 시체가 아닌가. 끔찍하기 짝이 없다!

“눈은? 들개들이 눈알도 빼 먹었나?”

“개들이 어떻게 저렇게 빼 먹어?”

뭔가 예리한 것으로 후벼 파낸 것처럼 시신의 두 눈은 뻥 뚫려 있었다. 검붉게 패인 그 눈두덩에서도 피가 솟고 있다.

“우… 우엑.”

누군가 토악질을 했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모두들 처참한 시신의 모습에 경직되어 있었으니까. 특히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사후경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피해자의 손이었다. 제 몸에서 튄 피로 얼룩져 있는 변사체의 손끝이 바르르 떨린다.

“이 정도면 쇼크사하는 게 정상 아니야?”

“그러게. 명줄 긴 이종족은 분명히 아닌데. 착각이 아니야. 약하긴 해도 맥박이 있는 것 같아. 따뜻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접근을 저지해 둔 병사들은 머리를 맞댔다. 숨이 남아 있는 시체를 좀 더 차분히 살피기 위해.

그러다 보니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피해자가 들개들의 공격에 저항한 흔적이 없다. 찡그리기는커녕 속 편히 잠들듯 안정적인 표정이기까지 하다. 그 탓에 순찰병들은 갈팡질팡하는 심정이 됐다.

“어떻게 하지? 마법사를 불러?”

“부르러 가는 틈에 죽겠다. 아, 경련이 멈췄어. 이제 확실히 시체가 맞아. 다행인지 불행인지 응급 처치는 필요 없겠군.”

허리를 편 병사들은 안도하듯 말하며 검집에 넣지 못하고 있던 검을 추슬렀다. 그러고는 후줄근한 차림새의 부랑자들을 돌아봤다. 혹시나 안면이 있는 사람인지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럼 우리가 오기 전에 뭔가 들은 거나 본 것은 없소?”

“들은 것이 있긴 하지. 그런데…….”

“뭡니까, 노인장?”

무심결에 입을 연 그 노인은 주춤거리다 희생자를 손짓했다. 그가 하는 말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주억거린다.

“저렇게 당하도록 소리 하나 안 지르다니 이상해서 말이오. 몇 가지 소리를 듣긴 했는데 사람 비명 소리는 듣지 못했소. 아, 이 친구가 살려달라고 외친 거 말고. 벙어리였던 걸까?”

순찰병들은 어깨를 으쓱했다. 변사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피살 사건을 조사하는 것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확신할 수 있는 사항은 있었다.

“원한을 가진 자의 소행인 듯한데. 옷도 괜찮은 것을 보면 상류계층 남자인 듯하고. 들개들로 인한 단순한 사고사는 아닌 것 같지?”

“그러게. 왠지 기분이 영 나빠.”

“내가 보고하고 올 테니 현장 지켜.”

두 명의 병사는 말에 오르는 동료를 향해 얼른 다녀오라고 손짓했다. 현장을 벗어나는 병사의 옆쪽에선 빈 나룻배 한 척이 강물을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강 건너편은 시험 도시 니그호르였다.

 

그곳 니그호르.

듬성듬성 한적한 주택가 한편에서 잠복 중인 병사들은 녹초가 되어 있었다. 근무 성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위도 문제였다. 그들과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람다도 점점 지겨워지고 있었다. 밤엔 견딜 만했겠지만 변변찮은 나무 그늘하나 없는 곳이었으니.

마차 운행을 위해 길을 넓히는 공사를 하느라 가로수들을 뿌리째 뽑아 옮겨놓았던 것이다. 덕분에 지금처럼 몸을 숨길 구덩이는 많았지만.

동료와 함께 포복 자세를 취하고 있던 병사가 입을 연다.

“젠장.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야?”

“놈이 나타날 때까지. 어쩌면 놈이 우릴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거짓부렁을 흘렸는지도 몰라. 아무리 봐도 신출귀몰하는 대도(大盗)가 살 만한 집으로는 안 보이거든.”

‘대도? 그냥 잔재주를 좀 부리는 좀도둑이라오.’

출렁

수통을 기울이던 람다는 속말로 반박해 줬다. 그러나 알아들을 리 없는 병사들은 시기하는 표정으로 길 건너편을 노려봤다.

사실, 좀도둑이든 대도든 밤손님에겐 어울리지 않는 집이다.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이웃집들도 단아한 편이었지만 그 집은 특히 돋보였다. 붉은 벽돌담과 그에 대비되는 짙푸른 담쟁이덩굴. 대문을 장식하고 있는 소담스러운 여름 꽃들.

마치, 곱게 나이 든 노부인이 심혈을 기울여 가꾸고 단장한 분위기이지 않은가.

“망할! 교대하러 왜 안 오는 거야! 이미 검거했다면 기별해 줘야지. 퇴근도 못하고 이게 뭐람?”

“언제는 꼭 직접 잡아서 공을 세워보겠다더니?”

“자네에게 양보하겠네.”

“그럼 난 람다 씨에게 양보하지. 마침 그 미꾸라지 같은 놈에게 우리 못지않은 용건도 있다니까. 람다 파치니 씨?”

“그보단, 씻는 문제를 먼저 양보받고 싶네요.”

“씻는 문제…….”

서늘한 청록색 눈동자의 검은 머리 청년. 젊은 병사들은 나이 이십 세의 그를 원망하듯 쳐다봤다. 보호대 착용과 더불어 무장까지 하고 있는 자신들에 비해 그는 아주 간편한 셔츠에 바지 차림이었으니까.

치안청 소속인 그들과 달리 람다에겐 자리를 지킬 의무까진 없었다. 그저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인 양부(養父)의 저택까지 침범했던 놈인지라 잠복해 있는 병사들과 합류한 것뿐이다. 병사들이 보내오는 원망의 눈초리를 모른 척한 람다는 물었다.

“말을 빌려도 될까요? 어디에 두었지요?”

“저쪽의 옆집에 맡겨뒀지요. 혼자 사는 과부의 집입니다. 신원은 확인했으니 시가지까지 가지는 마시고 우물가를 빌려보십시오.”

고개를 까닥한 람다는 구덩이에서 나왔다. 병사들이 충고하듯 우스갯소리를 던져온다. 인물은 그저 그랬지만 몸매만큼은 대충 봐줄 만한 과부였으니 꼬이지 않게 조심하라고.

대충 손을 흔들어준 람다는 길을 우회해 병사들이 일러준 집 앞에 이르렀다. 아니, 길을 돌아온 덕에 앞이 아니라 뒤였다. 후문은 없었기에 람다는 담을 따라 대문 쪽으로 걸었다.

이웃집보다 도둑놈에게 더 어울려 보이는 집이다. 담벼락엔 꽃과 담쟁이덩굴 대신 지저분한 이끼가 잔뜩 끼어 있었다. 졸졸 흘러나온 하수(下水)가 날벌레들을 끌어 모으며 밭도랑을 흐르고 있기도 했고. 게다가 인근 숲과도 한결 가까웠다.

‘미끌이 놈, 은신처로 삼으려면 이런 집을 택했어야지.’

찰박! 철벅철벅!

람다는 멈칫했다. 담 너머에서 희미한 물장구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집주인이 무슨 용도로 물을 쓰는지는 뻔했다.

‘타이밍을 잘못 잡았…….’

“에허라디야! 햇볕 좋고오!”

툭 튀어나오는 노랫가락.

람다는 눈을 끔벅거렸다.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지만 잽싸게 다시 닫았다. 도저히 여자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저 늠름하고 걸걸한 목소리라니!

‘맙소사. 깜박 속을 뻔했네. 이러니 백날 잠복해 봐야 잡을 리가 있나. 자식! 제법 머리를 굴렸네? 감방에서 잔재주만 더 늘어서 나왔잖아. 변장했던 게 분명해! 쿡쿡.’

웃음소릴 참느라 람다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꼴에 어떻게 여자로, 그것도 젊은 병사들을 속일 정도로 감쪽같이 변장했던 것일까. 살금살금 다가간 람다는 담을 붙잡아 턱걸이를 했다.

텃밭이 딸린 뒤꼍이었다. 앙증맞은 우물이 두레박을 늘어뜨리고 있었고 단층 가옥의 낮은 지붕 아래엔 목욕통의 귀퉁이도 엿보였다. 가짜 과부는 보이지 않았지만 어쨌든 놈은 거기에 있었다.

가볍게 무릎을 굽힌 람다는 낮은 담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앞마당 쪽에서 말들이 푸르르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이 이계, 법정의 정의(情意)다

이것이 이계, 법정의 정의(情意)다

 

지은이 : 암초

발행인 : 서경석

 

전자책 발행일 : 2021-07-01

 

출판사 : 도서출판 청어람

 

등록번호 : 제387-1999-0000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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