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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감별사 1화
레이드 감별사 1화
프롤로그
“에휴, 우리 아들은 언제 취업한다니?”
“여보!”
“아니, 옆집 형준이는 오성그룹에 취업했다는데 우리 아들만 여지껏 백수니까 그렇죠. 어릴 때만 해도 우리 현성이가 공부는 더 잘했는데…….”
“엄마, 그만해요. 남들 다 봐요.”
나는 얼굴을 푹 숙였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벌써 몇 차례 낙방인지 생각하기도 싫었다.
누나가 승진했다고 해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외식하러 나온 건데 괜히 자신 때문에 분위기를 망친 것 같았다.
하다못해 이럴 때 면접 본 몇몇 회사에서 합격 문자라도 온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텐데 말이다.
그때였다.
벽돌처럼 생긴 3G 휴대폰이 우우웅거리며 울렸다.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던 가족들이 고개를 돌렸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
합격 문자가 온 건 아닐까?
그 부담 속에서 나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가이아 그룹 인사담당자입니다.
당사 채용전형 관련 최종 합격 처리 전 채용조건을 송부해 드립니다. 아래 내용 확인하신 후 답장 부탁드립니다. 문자 회신 받은 인력에 한하여 최종 합격 처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후략>
믿기지 않았다.
게다가 가이아 그룹이라고?
가이아 그룹이라면 혹시 하는 마음에 원서를 찔러넣었던 연봉 4천이 넘는 대기업이었다.
그런데 내가 합격했다고?
“엄마! 아빠! 저 합격했어요!”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던가.
순간 눈시울이 붉어질 뻔했다.
부모님 모두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렸다.
특히 엄마는 아까 전 잔소리한 게 마음에 걸리는 듯 목청 높여 말했다.
“그래, 우리 아들이 해낼 줄 알았지! 그럼 그렇고말고.”
“여보도 참. 그래, 장하다. 우리 아들.”
이제야 나도 사람 노릇하게 되는 건가?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
-217번 수험자 강현성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엄마가 정색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여기서 도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
“엄마, 이 사람 뭐 하는 사람이야?”
누나도 자신을 몰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상황이지?
지금 몰래카메라 찍고 있는 거 아니지?
그때 가이아 그룹으로부터 답장이 도착했다.
-합격되셨습니다.
그러나 내 기분은 엉망진창이었다. 지금 합격한 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가족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엄마, 저예요! 아빠, 저라고요! 누나, 이거 몰래카메라야?”
“아니, 저기요. 누구 보고 지금 엄마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기 사람 잘못 보신 거 같은데요? 우리집에는 외동딸 한 명뿐이에요.”
나는 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옆테이블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있던 한 가족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저 방금 전까지 여기서 같이 밥 먹고 있는 거 보셨죠? 뭐라고 설명 좀 해주세요. 네? 하, 답답해 죽겠네.”
“……젊은 양반이 벌써부터 미친겨? 갑자기 이게 뭐 하는 짓거리여!”
“…….”
“아니, 누나 오늘 승진했다며. 엄마, 이틀 전에 옆집 형준이네 어머니하고 설악산 갔다 오셨잖아요. 아버지, 요새 빚 독촉 시달리고 있다고 힘들다면서요. 저 기억 안 나세요?”
“제가 승진한 건 어떻게 아세요?”
“혹시 무당이세요?”
“……크흠.”
“저기요. 지금 식사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나가주시겠어요? 자꾸 이러시면 경찰 부를 수밖에 없어요.”
결국 실랑이 끝에 나는 정신병자 취급받으며 가게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왜 아무도 나를 기억 못 하는 거냐고!
창문 너머 가족들은 오순도순 단란하게 고기를 구워 먹으며 누나의 승진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십 년이 지났다.
저작권
레이드 감별사
지은이 : 강형욱
발행인 : 서경석
전자책 발행일 : 2024-12-01
출판사 : 도서출판 청어람
등록번호 : 제387-1999-000006호
본사 :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 483번길 40 서경B/D 3F (우) 1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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