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귀환 001화

절대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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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귀환

절대귀환

 

 

지은이 : 이루성

발행인 : 서경석

 

전자책 발행일 : 2019-07-19

 

출판사 : 도서출판 청어람

              이젠북

 

등록번호 : 제387-1999-0000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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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귀환

서장

 

 

산서성 동백산(冬白山), 깊숙한 곳에 위치한 태백문(兌白門). 언제나 조용한 곳이었지만 오늘따라 동백산 나무에 있는 눈들이 전부 떨어질 것만 같은 큰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소란의 중심에는 현 태백문의 문주 백필성과 며칠 전에 백필성에게 문주 자리를 넘겨준 백태상이 있었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심상치 않아 둘 다 대단한 고수임을 나타내 주고 있었다.

그러나 누가 더 강하냐고 한다면 백필성도 대단한 고수임에는 틀림없으나 아버지인 백태상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런데도 백필성에게는 물러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 태진이는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쯧쯧, 이 아비가 손자 놈을 영 데리고 간다는 것도 아닌데 너무하는구나.”

“태진이는 아직 열 살입니다. 무공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아이를 데리고 강호를 유람하신다니, 아무리 아버지가 곁에 있어도… 아니, 아버지가 곁에 있기 때문에 더욱더 걱정이 되는 겁니다.”

“무공은 내가 태진이에게 제대로 전수해 주마. 그리고 내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태진이를 지킬 것이다. 이래도 안 되겠느냐?”

두 사람의 언쟁의 중심에는 백태진이 있었다. 백태진은 백필성의 장남으로 올해 열 살이 된 남자아이였다.

평소에 할아버지인 백태상이 손주인 백태진을 많이 귀여워했다. 그것이 나쁜 일은 아니었기에 백필성도 가만히 놔두었다. 하지만 그것이 화근이었다.

백태상이 육십팔 세의 나이로 백필성에게 문주 자리를 넘겨주더니, 태백문에만 있는 것이 심심했는지 갑자기 강호를 유람하겠다고 말했다. 그건 좋았다. 원래 백태상 정도의 나이가 되면 갑자기 홀로 떠나고 싶다는 기분도 이해는 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손주 녀석도 함께 데리고 간다는 것이었다.

“대체 왜 태진이를 데리고 가신다는 겁니까?”

“혼자 여행하기에는 심심하잖느냐.”

그런 이유로 자신의 귀한 아들을 데리고 간다니, 백필성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이제 열 살이 되었으니 직접 본문의 절기를 전수하여 차차 소문주로서의 기반을 다지려고 하였다. 그런데 백태상과 함께 떠나 버리면 죽도 밥도 안 되었다.

“쯧쯧, 원래 자식 놈은 강하게 키워야 하는 법이거늘. 나도 너를 그렇게 키웠다. 그래서 이렇게 훌륭하게 자란 게 아니더냐. 너도 진정 태진이를 위한다면 아들과 잠시 이별을 고해라.”

“네, 강하게 키우셨죠. 제가 그걸 알기 때문에 이러고 있는 겁니다.”

백필성은 백태상에게 어릴 적에 험한 꼴을 많이 당했다. 담력을 키운다면서 절벽에 난 나뭇가지에 하루 종일 매달아놓지를 않나, 기초체력을 다진다면서 기절할 때까지 물속에 처박아두지를 않나, 인내력을 길러야 한다면서 며칠 동안 굶기고 그런 자신의 앞에서 태연하게 식사를 하던 아버지였다.

백필성은 자신의 아들이 그런 꼴을 당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아버지가 뭐라고 말씀하셔도 절대로 안 됩니다. 이건 태백문의 문주 이름을 걸고서 말하는 겁니다.”

“…그런가. 알았다.”

백필성은 백태상이 순순히 포기하자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몸을 돌려 포기하며 떠나는 백태상의 모습을 보며 찜찜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사건은 터졌다. 태백문에서 백태상과 백태진이 훌쩍 사라져 버린 것이다.

백필성은 깜짝 놀라 백태상의 거처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한 장의 서신이 놓여 있었다.

 

태진이는 내가 데리고 간다. 원래는 곱게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이렇게 되어서 유감이다. 내 말했듯이 태진이의 안전과 무공은 책임지마. 그리고 생각보다 유람이 길어질 수 있으니 걱정 말고 기다려라. 그리고 노파심에 말하지만, 네가 죽어라 용을 쓰고 나를 찾아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네가 가장 잘 알거라고 믿는다.

 

백태상의 필체로 쓰인 글귀를 보며, 백필성은 종이를 잡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백태상의 말대로 찾아봤자 찾을 수 없으리라. 백태상의 무위는 자신과는 차원이 달랐으니까.

정마대전 이후로 지금까지 봉문을 해왔던 태백문에서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납치하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졌다.

 

그 이후로 십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절대귀환

1화 십년만의 귀환 (1)

 

 

겨울이 되면 동백산은 그 이름처럼 수북하게 눈이 쌓였다. 올해도 동백산의 나무들은 극상의 비단 옷을 입은 것처럼 고운 눈이 나뭇가지에 아름답게 쌓여 있었다. 그렇게 하얀 옷으로 탈바꿈한 동백산에 한 노인과 청년이 나타났다.

백의를 입고 백발에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산길을 걷는 노인은 백태상이었다. 십 년간의 유람을 마치고서 동백산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옆을 나란히 걷고 있는 청년은 백태진이었다. 과거, 열 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여인이 본다면 홀딱 반할 것만 같은 미남으로 자라 있었다.

백태진도 백태상과 마찬가지로 백의를 걸치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뒷짐을 지으며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두 사람이 걸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하는 소리가 적막한 산속에서 들려왔다.

“태진아, 어릴 적에 이곳에서 살았던 것이 기억이 나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허허, 인생의 절반을 산 곳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느냐?”

“나머지 인생의 반은 할아버지와 함께 돌아다녔죠. 글쎄요, 본문의 모습은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만, 솔직히 이 장소가 친근하게 느껴지지는 않군요.”

백태진의 말에 백태상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 말을 들으면 네 애비에게 혼나겠구나. 네 애비를 보면 억지로라도 반가운 척을 해야 한다. 알겠느냐? 그래야 이 할애비가 네 애비에게 잔소리를 덜 들을 것이 아니냐.”

“가족들이 많이 변해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백태진이 방금 한 말을 들으면 백필성이 절로 울상을 지을 것이다. 가족을 보고 노력해서 반가운 마음이 들게 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백태진이 이렇게 된 것도 백태상이 열 살 때부터 이곳저곳에 데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마교가 위치하는 신강까지 가보았으니 백태진이 가보지 않은 곳은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미리 입을 맞춰놓고 태백문이 있는 깊은 산중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곧, 흰 눈으로 뒤덮인 모습의 태백문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장정 여덟 명은 나란히 서야 가릴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정문에, 쌓인 눈과 절묘하게 풍취를 풍기는 담벼락, 그리고 정문에 당당히 걸려 있는 태백문이라는 이름의 문패.

백태진은 사실 동백산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별 감흥이 없었지만, 태백문을 보자 가슴 한구석이 울컥해졌다. 그래도 고향은 고향인지라 머리는 기억하고 있지 않아도 마음은 기억을 하고 있었다.

“…돌아왔네요.”

백태진이 은연중에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백태상이 그 모습을 보고 히죽 웃어 보였다.

‘어른스러운 척을 하려해도 아닌 거 다 안다. 인석아.’

그는 알고 있었다. 너무 어릴 적부터 세상을 보여준 탓에 백태진은 그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긴 했다. 하지만 백태상에게 있어서는 그저 귀여운 손주일 뿐이었다. 감정을 숨기려하고 있었지만 백태진이 기뻐하는 모습이 백태상의 눈에는 보였다. 백태상은 오랜만에 손주의 귀여운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웃음을 삼키며 백태상은 말없이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갑자기 한 노인과 한 청년이 나타나자 정문을 지키던 태백문의 무사 두 명 중 한 명이 그들을 막아섰다.

“무슨 일로 본 문에 오셨소?”

“내가 내 집에 오겠다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백태상의 말에 그 무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 무사는 태백문에 들어온 지 오 년째여서 십 년 전에 태백문을 나간 백태상을 알 리가 없었다.

결국 눈앞의 노인이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줄로 알고 무사는 크게 소리쳤다.

“무엄하오! 감히 어디서 그런 농담을 하는 거요! 내 한 번은 그냥 보내 드리겠다만, 다시 한 번 그런 헛소리를 하면 무력으로 내쫓겠소.”

“허허…….”

무사의 말에 백태상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곤란한 듯 웃고만 있었다. 그러자 그때, 함께 정문을 지키던 다른 무사가 골똘히 백태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디서 본 것만 같은데… 도대체 어디서 봤지?’

백태상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던 무사는 갑자기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태백문에 들어온 지 십이 년이 되었기에 백태상의 얼굴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 겨우 백태상의 얼굴을 기억한 무사는 헐레벌떡 백태상에게 달려왔다.

“태상문주님 아니십니까! 죄송합니다. 이 녀석은 본 문에 입문한 지 오 년밖에 되지 않아서 태상문주님께 무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

“허허,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자네라도 나를 알아봐 줘서 고맙네.”

갑자기 자신의 선배가 노인에게 허리를 굽실거리며 말하자, 다른 무사가 물었다.

“잠깐, 박 형. 이 노인이 누구라고요?”

“노인이라니, 노인이라니! 태상문주님께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태상문주님!”

그 말에 백태상을 쫓아내려 한 무사는 냅다 엎드려 잘못을 빌었다. 땅에 코를 박는 것이 마치 그 속으로 들어갈 기세였다.

그런 무사를 보며, 백태상은 한쪽 손을 들고서 말했다.

“그만하면 됐네. 그러지 말고 빨리 들어가고 싶네만.”

“이 녀석의 무례를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 형이라 불린 무사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서 자신의 옆에 엎드린 무사에게 눈치를 줬다. 그러자 그 무사는 벌떡 일어나 백태상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뒤로 물러나며 문을 열었다.

열린 문으로 백태상과 백태진이 지나가려고 하자, 무사들의 시선이 백태진에게 향했다. 그 시선 속에 얽힌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백태상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 생각대로 이 아이가 태진이네.”

“역시 그랬군요! 도련님께서 정말 몰라보게 크셨습니다.”

무사의 말에 백태진은 그저 웃는 얼굴로 답했다. 무사는 백태진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백태진은 그에 대해서 전혀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어서 들어가시죠.”

무사는 양손으로 안쪽을 가리키며 두 사람을 안내했다. 갑자기 태백문에 낯선 두 명이 들어서자 문내에서 수련을 하고 있던 무사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 무사들은 오 년 전 봉문이 풀린 뒤 태백문에 입문한 무사들이기 때문에 두 사람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백필성이 있는 곳으로 향하던 두 사람은 저 멀리서 한 소년이 헐레벌떡 자신들에게 뛰어오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 소년은 두 사람의 앞에 서더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백태상과 백태진을 보며 말했다.

“호, 혹시 할아버님과 태진 형님입니까?”

“오, 십 년 동안 보지 못한 사이에 훌쩍 자랐구나.”

백태상이 웃으면서 소년에게 말하자, 소년은 아직도 얼떨떨한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백태진이 말했다.

“해진이구나. 십 년이나 보지 못했는데, 용케 나를 기억하는구나.”

“역시 할아버님과 형님이셨군요!”

백태진의 말에 소년은 그제야 활짝 웃으며 백태진을 와락 안았다. 백태진도 십 년 만에 만난 동생을 안으며 등을 토닥였다.

그 소년의 이름은 백해진, 백필성의 둘째 아들이었다. 올해로 열일곱 살이며, 현재 태백문의 소문주였다.

백태진이 납치된 이후로 백필성은 백해진에게 필사적으로 무공을 가르쳤다. 그래서 비록 열일곱 살의 나이였지만 태백문의 소문주를 맡을 정도로 그 성취가 아주 뛰어났다.

“그래, 필성이 녀석은 안에 있느냐?”

“네, 지금 연무장에 있습니다. 저도 그곳에서 수련을 하다가 잠깐 쉬려고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그래? 그럼 오랜만에 필성이 녀석 얼굴 좀 봐야겠구나.”

백태상은 태백문의 문주, 백필성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서 연무장 쪽으로 걸어갔다.

문주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그 모습에, 태백문의 문도들은 더욱더 백태상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곧 백해진이 위엄 있는 목소리로 외치자 분위기를 정돈하고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형님. 십 년간 별일 없으셨습니까?”

“별일? 별일이야… 꽤 많았지.”

“많았습니까?”

백태진의 말에 백해진은 놀란 듯이 반문했다. 백태진은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도 할아버지와 함께 다녀보면 알게 될 거야. 그 덕분에 좋은 것도 많이 구경하고 별일 다 겪어보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웃을 수 있어도 그 당시에는 웃지 못한 일들 투성이지.”

“…저는 모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백해진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기도 더럭 겁이 났다. 차라리 모르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음, 그러고 보니 누님께서는 잘 계시고?”

백태진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불현듯이 백해진을 향해 물었다. 백태진에게는 자신보다 두 살 많은 누이가 있었다. 어릴 적에 자신에게 잘해줬었던 추억이 있어서 백태진의 기억 속에는 좋은 누나로 기억되어 있었다.

“아, 네.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설화 누님도 연무장에 계신가?”

“제가 휴식하러 나오기 전에는 있었으니… 아마 그곳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 빨리 얼굴을 보고 싶군.”

막상 백해진을 만나니 다른 가족들도 보고 싶어진 백태진이었다.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백설화도 무척이나 만나고 싶어졌다.

서둘러 만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지 연무장으로 향하는 백태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리고 곧, 쾌적하게 수련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넓고 깨끗한 연무장이 나타났다.

그 연무장의 중심에는 한 중년인과 여성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중년인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쾌검을 구사하며 연무장을 누비고 있었는데, 그 중년인은 백필성이었고 그가 사용하고 있는 검법은 태백문의 검법인 쾌속무형검(快速無形劍)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이 백필성의 옆에서 묵직한 검법을 구사하고 있었는데, 휘두르는 초식마다 무게감과 힘이 실려 있었다. 그것 또한 태백문의 검법인 석중무동검(石重無動劍)이었다.

두 사람은 검을 휘두르다 말고 연무장에 도착한 백태상과 백태진을 보고서 움직임을 멈췄다.

곧 백필성의 두 눈이 커졌다.

“아니, 아, 아버지? 그리고 옆에는… 태진이더냐?”

“백태진, 십 년 만에 아버지께 인사드립니다.”

백태진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아들의 인사를 받고서도 백필성은 얼떨떨했다. 그 쪼그맣던 아이가 이렇게 커서 불쑥 나타났다. 솔직히 낯설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백필성은 백태진에게서 부자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백필성은 자신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백태진을 와락 끌어안았다. 얼마나 세게 안았던지 백필성에게 안긴 백태진의 숨이 턱 막혀왔다.

“아버지… 숨이 조금 막힙니다.”

“아… 감정이 격해져서 나도 모르게 세게 끌어안았나 보군.”

백필성은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백태진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을 보았다. 마치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몰아서 보려는 듯, 백태진을 바라보는 백필성의 눈빛은 그윽하고 다정했다. 멋지게 자란 아들의 모습을 보자,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백태진의 옆에 있는 사람을 보니 백필성의 심기는 불편해졌다.

“크흠, 아들아. 이 애비도 왔단다.”

“…아버지도 오셨습니까.”

백태상을 바라보는 백필성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십 년 전, 자신의 귀하고 귀한 아들을 납치한 장본인이 백필성이었다. 그때 남긴 서신을 보고 화가 나서 방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부숴 버릴 뻔했다.

거기다 십 년 동안 한 번도 연락이 없었다. 오늘 두 사람이 나타나기까지, 백필성은 백태진이 죽은 줄만 알았다. 십 년이란 세월이 절대로 짧은 것은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