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스트라이크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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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프롤로그


늦은 밤, 고된 훈련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도로에 할머니가 힘겹게 힘겹게 폐지를 엄청 쌓아올린 손수레를 끌고 가고 있다. 

밤이라도 차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 비틀비틀 할머니는 손수레를 끌고 계신다.


‘도와줘야겠네. 할머니 혼자 너무 위험해.’


“할머니! 제가 끌게요. 위험해요.”

“누구?”

“길 가던 학생이에요.”

“괜찮아. 정 도와주고 싶으면 뒤에서 조금만 밀어줘. 힘이 다했는지 오늘따라 많이 힘들구먼.”

“네.”


조그마한 체구의 할머니는 엄청난 높이의 폐지를 손수레에 싣고 가신다. 

젊은 나라도 쉽지 않은 무게다. 뒤에서 조금씩 밀어본다. 

오르막을 오르고 내리막길, 오르막보다 더 위험하다.


“할머니, 여기서부터는 제가 끌게요.”

“됐어. 이건 내 일이야. 이 손잡이는 누구에게도 양보 못 해.”


할머니의 고집이 대단하시다. 

그저 뒤에서 너무 급하게 손수레가 가속이 붙는 걸 막는 수밖에 없다.


삼십 분이 지났을까···.


“고맙네. 학생 이름이?”

“강타예요. 최강타.”

“운동선수인가?”

“네. 야구선수예요.”

“야구? 축구가 아니라?”

“네. 야구요.”


할머니가 내가 입은 선수복을 보고 운동선수인 걸 알아보신 거 같았다.

축구는 아시는데 야구를 모르셔서 조금은 민망했다.


그렇게 나와 할머니와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어제도 오늘도 할머니는 매일 수레를 끌고 계신다.

폐지를 잔뜩 실은 채로.


“할머니! 가족 분들은 안 계세요?”

“다 떠났어. 나만 혼자 남았지.”

“죄송해요. 할머니.”

“아니야. 그 뭐냐 야구 선수라고 했지?”

“네. 사실 후보예요.”

“후보?”

“실력이 없어서 그래요.”

“희망을 잃지 말게나 젊은이.”

“그럼요. 전 훌륭한 야구선수가 될 거에요. 꼭!”

“이 할미가 응원하겠네.”


할머니와의 인연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항상 내가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갈 때 손수레를 끌고 계신다.


“안녕하세요?”

“흘흘, 우리 강타가 도와주니까 힘이 전혀 들지 않아. 고마워.”

“아니에요. 저도 운동도 되고 좋아요.”


사실 쉬고 싶었다. 고교는 중학교와 다르다. 취미가 아니다.

프로가 되느냐 마느냐 갈림길에 선 과정이기에 훈련의 강도나 집중력이 다르다.

거기에 예전처럼 운동만 할 수 없다. 

최소 교육을 받아야 하는 규정이 생겨 학업과 병행해야 하기에 더 피곤하다.


“강타야!”

“네, 할머니”

“이제 내일까지만 이 일을 할 거 같구나. 그동안 고마웠구나.”

“어디 가세요? 아프신 건 아니죠?”

“양로원에 자리가 났다구나.”

“다행이에요. 할머니 너무 고생하셨는데 이제 좀 친구도 사귀고 푹 쉬세요.”

“고맙구나.”


다음날.

여전히 할머니는 손수레를 끌고 계신다. 


“할머니!”

“우리 착한 강타 왔어?”

“에이 착하기는요. 남들도 다 이 정도는 해요.”


여느 때처럼 오르고 내리자 드디어 항상 멈추던 그 자리에 도착했다.


“할머니! 이거 드세요.”


할머니가 생각나  학교에서 주는 빵과 우유를 먹지 않고 가져왔다. 


“난 됐어. 한 참 클 네가 먹어야지.”

“저 다 컸어요. 몇 년 전부터 키가 안 자라요. 의사 말로는 성장판이 멈췄데요. 

조금만 더 크면 좋을 텐데···.”

“고맙구나.”


할머니는 내가 준 빵과 우유를 단숨에 드셨다. 그리고···.


“에그머니, 내 정신 좀 봐. 이거 복숭아인데 너 주려고 가져 왔어.”

“전 괜찮아요. 할머니 드세요.”

“어허. 어른이 주는 건 고맙다고 먹어야 예의인 거야. 어서 먹으렴. 이 할미는 이미 몇 개 먹었단다.”

“네. 그럼 맛있게 먹을게요.”


어디서 자란 복숭아인지 모르지만 이 세상 어떤 과일 보다 맛있었다.


“으아. 할머니 복숭아가 진짜 달아요. 할머니도 드세요.”


2개의 복숭아. 그 중 하나를 할머니 몫으로 남겨 놨다.


“하나 더 먹어.”

“괜찮아요. 할머니 같이 먹어요.”

“흘흘흘, 이 할미는 많이 먹었어. 남기지 말고 이것도 다 먹어야 해. 알았지?”

“네.”


할머니는 내가 손주 같은지 흐뭇한 표정을 지으시며 먹는 모습을 바라보셨다.


“할머니! 어디 양로원 가세요? 제가 찾아뵐게요.”

“흘흘흘. 먼 곳이야. 아주 먼 곳. 찾을 수는 없어.”


뜻 모를 이야기. 나는 할머니가 멀리 지방 양로원에 가시는 거로 이해했다.


“...네.”

“강타야. 희망을 잃지 마렴. 그 뭐다냐 야구라고 했지?”

“네.”

“우리 강타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이 할미는 확신할 수 있어.”

“고맙습니다. 할머니”

“너무 늦었구나. 이별은 너무 끌면 좋지 않지.”

“할머니,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세요.”


마고할망은 인사를 하고 멀어져가는 강타를 바라보았다.


“너무도 착하고 깨끗한 아이구나. 전생에 쌓인 업은 이미 다 해결했으니 이제까지 풀리지 않던 일들이 다 풀릴 거야.”


할머니의 정체는 마고할망이다.

보통 인간 세상의 일에 관여치 않으나 때때로 인간에게 복을 내려주는 여신이다.


마고할망은 강타란 아이를 지켜보았다. 시험해보았다. 

대부분 한 번은 호의를 베풀지만 계속되면 피하고 찡그린다. 

하지만 강타는 갈수록 더 정성을 다해 남을 돕는다.


전생에 무인으로 수많은 생명을 죽였다. 

물론 나라와 민족을 위해 살생을 했다 하나 생명을 죽인 업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 업을 마고할망은 풀어주었다.


‘흠. 빵과 우유에 대한 보답은 해야겠군.’


원래 마고할망은 강타의 업만 풀 생각이었다. 

이 업장을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미래가 술술 풀릴 수 있다. 

물론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마고할망이 인간 세상에 많은 이에게 기적을 베풀었지만 모두 다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일부는 성공에 취해 변해버리고 퇴색해버린다.


마고할망이 주는 기적은 심성이 변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기적이 사라진다. 거기에 또 하나의 기적의 선물을 내려주었다.


천도복숭아. 천계에서도 아주 귀한 복숭아다.  하나는 업을 씻었고 하나는 기적을 일으킨다.


이걸 먹으면 무인이라면 최고의 자질을 가진 무사가 되고 가수라면 영원히 다치지 않는 성대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게 한다.

또 하나의 기적을 강타에게 베풀어준다. 

빵과 우유에 대한 보답으로···.


*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마지막 야구 경기, 모처럼 후보에서 벗어나 주전으로 시합을 뛰었지만 안타 하나 치지 못하고 끝이 났다.


이상하리만치 수비는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는데 타격은 도통 늘지 않았다.

3학년, 마지막 야구 시합, 이 정든 그라운드는 다시 밟을 수 없을 거 같다.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있는 드래프트는 기대 조차 안 한다. 

신장 168 몸무게 72 수비 포지션은 유격수, 타율 2할의 성적을 가진 선수를 선발할 프로야구단은 없다.


나의 꿈, 학창 시절을 전부 바쳤던 10년의 야구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