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1화
“으음…….”
뼛속을 파고드는 서늘한 느낌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익숙한 천장.
‘아, 맞다. 나 어제 퇴원했지.’
지난 3개월은 나에겐 악몽과도 같았다.
평범한 취준생이었던 나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공사장 잡부로 자주 일했다.
다른 알바보단 잡부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시간 관리가 편했고, 임금을 현금으로 당일 지급해 줬으니까.
물론 임금이 높다는 점도 있었지만.
그래서 잡부 일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진.
그날도 평소처럼 반장님의 지시를 받고 쇳덩이를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으, 은혁아!!’
그러던 중 반장님의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눈앞이 번쩍거리며 정신을 잃어버렸다.
내가 눈을 떴을 땐 모든 일이 끝난 후였다.
3층 높이에서 떨어진 철근이 눈을 뚫고 들어가는 끔찍한 사고였다.
죽을 뻔했다는데 운이 좋게도 마침 옆 수술실에서 인공 안구 교체 수술 중이었다고 했다.
멀쩡한 인공 안구를 질렸다는 이유로 교체하는 수술이라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었다.
그 인공 안구가 현재 내 왼쪽 눈에 이식되어 있었다.
덕분에 난 쇼크 없이 목숨을 건질 수가 있었다.
‘대신 3억의 빚이 생겼지.’
목숨값으로 3억이면 저렴했지만, 문제는 이 빚을 어떻게 갚느냐였다.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 버려진 나는 안타깝게도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다.
그나마 체력과 끈기는 있는 편이라 고등학생 때 정신 차리고 열심히 노력해 인서울 끝자락엔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고아라 군대는 가지 않아도 되었지만, 취업이 되지 않았다.
이리저리 취업 자리를 알아봤지만, 몇 년째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도 서류 전형에 떨어져 우울한 마음으로 일하다 사고가 난 것이었다.
“어휴-.”
잠에서 깬 나는 좁은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인공 안구 기술이 극도로 발달해 시력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전보다 훨씬 더 잘 보였다.
수건으로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고 부엌에서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신 나는 거실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들었다.
퇴원할 때 돈이 없다고 하니 원무과에서 정부 정책이라며 이것저것 알려 줬다.
병원에서 알려 준 앱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빚 3억이 제대로 찍혀 있었다.
‘으으……. 이거 다 갚으려면 취업을 포기해야 할 거 같은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자가 없다는 점이랄까?
그래 봤자 나처럼 아무런 학벌도 스펙도 빽도 없는 놈이 3억을 벌려면 평범한 직장으론 불가능했다.
투잡, 쓰리잡, 포잡으로 몸이 부서질 때까지 일해야 가능성이 보일까 말까.
걱정이 쓰나미처럼 몰려왔지만, 이내 털어 냈다.
‘쯧, 뭐 언제부터 내 인생이 편했다고.’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일단 보일러부터 켰다.
아까부터 몸속 깊숙이 파고드는 한기가 참기 어려웠으니까.
가난하긴 해도 보일러도 못 켜고 살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보일러를 켜는 것을 깜빡했을 뿐이었다.
“으, 추워!”
이불 속에 파고든 나는 다시 자지는 않았다.
그 대신 편한 자세로 TV를 틀어 위튜브를 틀었다.
그리고는 적당히 재밌어 보이는 영상을 골라서 틀었다.
잠시 후 영상 속에서 한 남자가 나오더니 다트를 던지기 시작했다.
‘오?’
그야말로 백발백중.
던지는 족족 중앙에 꽂히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 남이 지정해 주는 곳에도 자유자재로 꽂아 넣었다.
나는 그저 멍때리기 위해서 틀어 뒀던 영상에 빠져들었다.
그때 옆에서 부스럭거리며 두 녀석이 일어났다.
나랑 이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베프들이었다.
간신히 눈만 뜬 둘은 자던 자세 그대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우리끼리는 땅굴이라 부르는 이곳 투룸 반지하 방에선 흔한 풍경이었다.
다시 다트 고수에 시선을 고정했다.
툭-! 툭-!
‘죽이네.’
이젠 아예 장애물까지 설치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다트를 맞혔다.
PD는 아예 움직이는 상태로 맞혀 보라는 미션을 주기도 했다.
두 번 정도 실패했지만, 세 번째엔 성공했다.
‘크으.’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그때였다.
지끈-!
갑자기 뭔가 기묘한 감각이 왼쪽 눈에서부터 흘러나왔다.
‘뭐지, 왜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 거 같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다트? 다아아트?
다트에 디귿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왜 TV에서 본 것을 똑같이 할 수 있을 것만 같지?’
툭-! 움찔-!
영상 속 고수가 다트를 던질 때마다 내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감각이었다.
‘내가 드디어 미친 건가?’
비슷하진 않지만, 어제도 이상한 경험을 하긴 했다.
어제 나는 친구들과 함께 퇴원 및 둘의 전역 축하 기념 회식을 했다.
2차로 향한 곳은 캡슐 방.
캡슐방은 우리끼리 게임 내기를 하는 전통적인 2차 회합 장소 중 하나였다.
평소처럼 키오스크에서 결제하고 캡슐에 접속한 순간.
파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왼쪽 눈에서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깜짝 놀란 나는 접속을 끊고 나왔다.
그러자 고통은 깔끔하게 사라졌다.
혹시나 해서 다시 접속해 봤지만, 다행히 아무렇지 않았다.
금방 잊고 집중해 셋이서 재밌게 게임을 했다.
그때까지 친다면, 지금 상황은 인공 눈을 이식받고 벌써 두 번째 경험하는 이상한 감각이었다.
첫 번째가 끔찍한 통증이었다면, 지금 느끼는 감각은 오묘했다.
‘일단, 확인해 보자.’
나는 궁금한 건 잘 못 참는 성격이었다.
일단 영상을 끝까지 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아주 우연히도 거실 벽엔 다트판이 걸려 있었다.
소꿉친구이자 베프 중 하나인 지한이 사 놓은 것이었다.
대학 축제 때 한번 해 보더니 꽂혀서 사 놓은 것이었다.
정작 보름도 안 돼 질려서 결국 장식품이 되어 버렸지만.
드륵-!
나는 서랍을 열어서 다트를 꺼내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섰다.
‘내가 지금 뭔 짓을 하는 건지.’
솔직히 자괴감이 들었다.
고수의 영상 좀 봤다고 따라 던져 보려고 하다니.
중2병 걸린 것도 아니고 말이다.
‘에라이!’
어차피 이판사판이었다.
다트판의 정중앙을 노리고 다트를 던져 보았다.
툭-!
‘어, 맞았어!?’
그것도 아주 쉽게 내가 원하는 곳에 정확히 꽂혔다.
분명히 던진 건 난데도 어안이 벙벙했다.
‘다시.’
툭-.
‘다시!’
툭-!
‘다시!!’
툭-!!
정중앙을 맞히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 나는 다트판 위에서 내가 원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꽂을 수 있었다.
‘……미친!’
내가 느꼈던 감각은 착각이 아니었다.
지금 나는 내가 원하는 곳에 정확히 다트를 던질 수 있게 되었다.
‘겨우 영상을 본 거 가지고 그대로 똑같이 따라 하고 있단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하암. 야, 배고프다. 점심 뭐 시켜 먹을래?”
마침 그때 지한이 배를 벅벅 긁으며 거실로 나왔다.
“지금 점심이 문제가 아니야.”
“아침부터 뭔 헛소리야.”
“지금 점심이거든. 방금 점심 먹자고 한 사람이 누구더라?”
“님이요.”
“법규나 드세요.”
15년 지기인 우리에게 격의 따윈 없었다.
“아, 시끄럽고 점심이나 시키자고.”
“지금 점심이 문제가 아니라니까?”
“…….”
지한은 이게 뭔 미친놈인지 싶은 표정이었다.
일단 난 두 번 말하고 싶지 않았기에 성일이도 불렀다.
“성일아, 일어나서 나와 봐!”
“아, 뭔데.”
벅벅-!
성일이 녀석은 머리를 긁으면서 나왔다.
녀석이 나오자 난 둘에게 조금 전에 겪은 신비한 현상을 얘기해 주었다.
“개쩔지?”
“…….”
“…….”
잠시 둘은 시선을 교환하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꽈악-!
“뭐, 뭔데?”
“넌 오늘 죽었다.”
“아침부터 헛소리한 죄인은 태형을 받아라.”
퍽퍽-!
“악! 악!”
둘은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항복! 항복!”
“이제 네 죄를 알렷다?”
“아니, 거짓말 아니라고. 진짜라고!”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먼.”
“보여 줄게!”
“오, 은혁이 많이 발전했네. 블러핑도 할 줄 알고?”
둘은 끝까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필살기가 있었다.
“내기 콜?”
“내기?”
“뭔 내기?”
“내가 조금 전에 다트 묘기 영상 봤는데. 똑같이 따라 하면 너희가 초밥 사라.”
“오, 초밥?”
“좋은데?”
“대신 못 하면 내가 초밥 산다.”
“콜.”
“이건 못 참지.”
“오늘 초밥으로 포식하겠네.”
“자식, 초밥 사고 싶었으면 미리 얘기하지.”
둘은 아주 당연하게도 내기를 받아들였다.
우리 셋에게 내기는 일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렸을 때부터 무엇이든 경쟁할 요소로 삼았다.
그러다 보니 내기라는 말이 나오면 진지해지는 편이었다.
나를 포박했던 둘이 뒤로 물러났고, 나는 다트판에 꽂힌 다트를 빼서 거리를 벌리고 섰다.
“큭큭, 폼 잡기는.”
“그냥 대충 던지면 될…….”
“중앙.”
툭-!
내가 던진 다트가 정확히 다트판 중앙에 꽂혔다.
그것도 2개의 원 중에서도 맞추기 힘든 정중앙의 원이었다.
“……??”
“……!?”
“계속 중앙.”
툭-! 툭-! 툭-!
난 TV에서 고수 아저씨가 보여 줬던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선보였다.
다트를 계속 중앙에 꽂는 것이었다.
“뭐, 뭐꼬!?”
당황한 지한의 입에선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
성일은 눈만 부릅뜬 채로 입을 닫았다.
능글맞고 밝아 늘 텐션이 높은 지한과.
시니컬한 성일이다운 반응이었다.
“더 보여 줄게.”
“뭐?”
난 다시 다트를 빼선 다트판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또 중앙.”
툭-!
“헉!”
“…….”
내 시선은 둘을 향해 있었다.
그런데도 다트는 정확히 다트판 중앙에 꽂혔다.
“야, 야. 은혁아. 혹시 내가 점수 불러 줄 테니까 꽂아 볼 수 있겠냐?”
그나마 다트에 좀 관심이 있는 지한이 물었다.
“나 점수는 잘 모르는데?”
“아, 저 다트판에서 가장 넓게 있는 검은색, 흰색 부분이 싱글. 가장 겉에 있는 붉은색, 녹색 테두리가 더블. 안쪽에 있는 테두리가 트리플이다.”
“오, 그런 거였구먼. 좋아, 불러 줘.”
“13 더블.”
지한이 점수와 위치를 부르기 무섭게 난 거의 본능적으로 다트를 던졌다.
내가 뇌로 인식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었다.
‘이렇게도 되네?’
툭-!
내가 던진 다트는 정확히 13 더블에 꽂혔다.
“미친.”
조용히 있던 성일이마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15 트리플!”
‘어?’
휙- 툭!
잠시 딴생각 중에 지한의 기습적인 지시에도 성공적으로 15 트리플을 맞출 수 있었다.
“허……!”
너무 놀랐는지 지한이는 더는 점수를 불러 주지 않았다.
성일이는 이번엔 뭔가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대박, 대박! 이게 뭐야. 본 것만으로도 따라 할 수 있게 됐다고?”
“뭐, 일단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조차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상식적인 일은 아니었으니까.
“아, 잠깐. 지한아, 성일아?”
“……??”
내 부름에 둘은 멍청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난 연어 초밥.”
“……!?”
“물론 특으로 3개.”
“……!!”
둘은 곧 분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내기에서 이겨 아침 겸 점심으로 초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이후 TV로 위튜브를 보며 초밥을 먹던 중 아까부터 말없이 묵묵히 초밥을 먹던 성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은혁아.”
“응?”
“실험하러 가자.”
“뭐, 실험?”
“그래, 실험.”
이놈이 이과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따라 하기 천재는 스트리머
지은이 : 신필
제작일 : 2023.10.19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심지은
표지 : 조하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수색로 191, 502호(증산동, 두빌)
전자우편 : golem8182@gmail.com
※ 본 작품은 (주)고렘팩토리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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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405-203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