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 아카데미 무공 사용자 001화

0000

제1화



프롤로그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혹은 천하제일고수(天下第一高手).

모두 나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물론 저 두 가지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다.

살인귀(殺人鬼), 거악(巨惡).

그리고 무림의 공적.

왜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살인귀 소리를 듣고 무림의 공적으로 낙인찍혀 있냐고?

그야, 내가 천마(天魔)이기 때문이다.

중원무림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 꼭 죽여 없애야 할 존재.

그게 바로 나 백유진이다.

사실 나는 처음부터 천마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마교도 아닐뿐더러 나의 부모님은 마교와 아무런 연관도 없었다.

‘그런데 왜 내가 천마가 됐냐고?’

글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시작은 나와 처음 비무를 가졌던 화산파 제자 때문이었을 것이다.

화산파랍시고 어깨에 힘주고 다니며 무뢰배 짓을 일삼고 아녀자들을 추행하던 놈.

그때 당시 나는 삼류무사에게 배웠던 기초적인 무공만으로 화산파 제자를 때려눕혔고,

그놈이 대뜸 나에게 마공을 익혔다면서 소문을 냈다.

‘지가 약한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말이야.’

그리고 그놈 때문에 나를 쫓는 자들이 많이 생겼다.

물론 어느 한 문파 전체가 움직일 정도는 아니고 그냥 몇 명 정도?

한데, 이상하게 나에게 다 패배했다.

내가 강했던 것인지 아니면 삼류무사에게 배웠던 무공이 엄청난 무공이었던 것인지,

화산파부터 소림사, 무당파, 남궁세가 등등 모두 나에게 패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나는 어느새 정파에게 찍혀 있었다.

‘지들이 오해하고 덤벼서 져 놓고 참 치졸해.’

하여튼, 그렇게 나는 점창파에게 쫓기다 어느 절벽에서 떨어졌다.

‘아, 그때는 정말 ‘이렇게 허망하게 죽는구나.’ 싶었는데…….’

가까스로 살아남은 나는 절벽 끝에 있는 동굴로 몸을 움직였고 거기서 찾게 되었다.

500년 전 무림을 뒤집어 놓았던 천마 갈천악의 천살신공(天殺神功)을.

‘정말 너무한 거 아냐? 마교로 오해받고 죽을 뻔했는데 이제 아예 대놓고 나한테 천마가 되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하나, 천살신공을 보니까 순간 다시 화가 났다.

정파라는 놈들이 지들이 약해서 패배한 것은 생각 못 하고 멀쩡한 사람을 마교라고 우겨서 죽이려고 하는 것이.

그래서 결심했다.

하늘에서도 이렇게 나에게 천마가 되라고 부추기고 중원무림도 나를 마교라고 생각한다면,

‘정말로 천마가 되자고 말이야.’

그렇게 나는 그 동굴 안에서 10년 동안 천살신공을 배웠다.

동굴 안에는 벽곡단과 다른 음식들 그리고 우물이 있어 굶어 죽지는 않았고,

거기다 동굴을 만든 자가 훔치기라도 했던 것인지 소림사의 보물 중 보물이라는 대환단과 공청석유, 그리고 만년하수오가 있었다.

천살신공에 내공심법이 따로 있어 영약의 기운 운용은 문제가 없었다.

또한 훗날 경지가 오르고 알게 된 것이지만 나의 육체는 무골지체였었다.

무공을 배우기에 가장 최고인 육체.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육체.

‘어쩐지.’

고작 삼류무사에게 배운 무공으로 거대 문파 무사들을 이길 때 이상하다 싶었지.

나는 그렇게 굉장히 짧은 시간 내에 천살신공과 수 갑자가 넘는 내공을 얻었다.

그리고 다시 나간 무림.

결국 나는 나에게 덤벼드는 정파를 향해 검을 빼 들었고 그들을 학살해 나갔다.

그렇게 20년.

나에게 죽은 정파 무사들은 산보다 더욱 높게 쌓여 있었고 나의 악업(惡業)도 쌓여 갔다.

‘그 와중에 나와 하등 상관없던 마교는 무림맹 덕에 씨가 말랐지.’

물론 마교에게 미안한 감정은 들지 않는다.

어린아이와 아녀자들 그리고 노인들까지 모두 죽이는 마교와 다르게,

나는 단지 나에게 덤벼드는 자들만 죽였을 뿐 어린아이나 아녀자들, 무림인이 아닌 일반인은 죽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참으로 오랜 시간 네놈을 추격했다.”

채앵.

천마의 앞에 구대문파 중 다섯 개의 문파 문주들이 검을 뽑고 살기를 피워 올리고 있다.

자신 하나 죽이겠다고 거대 문파의 문주들이 모이다니.

‘내 삶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차라리 예전에 자신과 싸웠던 화산파 제자에게 패배했다면 지금과 같이 살아오지 않을 수 있었을까?

단지 자신에게 덤비는 자들만 죽여 왔는데 어느새 모든 무림이 자신이 죽기를 원한다.

‘지치는구나.’

천마가 구름 가득한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덧없는 삶이다.

물론 자신의 앞에 있는 다섯 명의 문주들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천살신공 덕분에 이미 현경(玄境)의 경지에 올라섰다.

눈앞에 있는 문주들도 모두가 자신보다 아래인 화경(化境)이다.

물론 무림에서 경지만으로 승패가 나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자신은 다른 거대 문파 문주들과도 싸워 봤으니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나, 천마는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다.

심적으로 많이 지쳤고 평범한 삶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사과를 하면 받아 줄까?’

천마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고는 속으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은 저들에게 원수나 다름없을 터이니 고작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네놈을 죽이고 무림의 평화를 되찾아오겠다.”

투두두두두두.

땅이 울린다.

다섯 명의 문주들 뒤에 있는 많은 무사들, 그리고 자신에게 빠르게 다가오는 문주들.

스윽.

천마는 그런 문주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팔을 활짝 펼쳤다.

그리고.

푸부부부북!

천마의 몸에 다섯 문주들의 검이 꽂혔다.

“?!”

“이…… 이게 무슨?!”

화산파 문주와 무당파 문주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에서 피를 왈칵 토해 내는 천마를 쳐다봤다.

이게 갑자기 무슨 상황인가?

평소처럼 강대한 힘으로 자신들을 막아 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하다니?

주르륵.

천마는 입에서 피를 토해 내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원망 어린 눈빛도,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생겨나는 잘못된 소문도.

모두 지친다.

현경(玄境)의 경지가 아깝지도 않다.

그냥 모든 것이 지친다.

남들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정신력이 나약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나, 그들에게 묻고 싶다.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욕하고, 심지어 죽어 버리라고 저주까지 내린다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버틸 수 있냐고. 그것도 수십 년 동안.’

분명 아무도 대답하지 못할 테지.

스스로가 정신이 나가 미쳐버린 마인(魔人)이라면 버틸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인들은 이미 미쳐있기에, 욕을 들어도 저주를 들어도 아무렇지 않을 테니까.

하나, 자신은 아니다.

마인(魔人)이 아니기에 독기 찬 욕도, 핏발선 저주도 버티기가 힘들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수십 년을 버틴 게 대단한 것이었다.

쑤욱.

스르륵.

털썩.

문주들이 주춤거리며 천마의 몸에 꽃아 넣은 검을 뽑아내자 천마는 제자리에서 앞으로 쓰러져 버렸다.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이 재미있구나…….’

천마가 서로 쳐다보며 어리둥절해하는 문주들을 보며 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참으로 허망하지 않은가? 참으로 허탈하지 않은가? 그렇게 이를 갈며 복수만 다짐했는데 내가 이리도 한순간에 죽어 버리니.’

천마가 속으로 들리지 않는 말을 문주들에게 외치며 차갑게 올라오는 땅의 냉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다음 생이 있다면…….’

이와 같이 살지 않을 것이다.

남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것이고 존경의 눈빛을 받으며 살 것이다.

역사에 악인(惡人)이 아닌 위인(偉人)이 되자.

천마는 속으로 아쉬움을 토해 내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



“으음…….”

꽤나 널찍한 오두막 가운데.

어린아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내가…… 살아 있는……. 음?”

어린아이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다 자신의 작은 손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게 무슨…….”

어린아이의 정체는 바로 천마 백유진이었다.

“내가 환생이라도 한 것인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상하다.

갓난아기도 아닐뿐더러 기억도 온전하고 거기다 처음 보는 형식의 건물에 처음 보는 옷을 입고 있었다.

스윽.

옆에 걸려 있는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본 유진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금발 머리에 연녹색의 눈동자.

거기다 아직 청년은 아닌 소년의 외모.

완전히 처음 보는 얼굴이다.

문질문질.

유진이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만져 보고 꼬집어 보았다.

‘꿈이 아니야…….’

그렇다면 대체 이건 무슨 일인가?

“호…… 혹시?!”

유진이 거울을 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는 눈썹을 구겼다.

“그래, 분명 환술(幻術)이구나!”

펄럭.

유진은 자신의 현 상황을 환술이라 생각하고는 팔을 움직여 기운을 방출해 내려 했다.

“어…….”

그러나 자신의 몸속에 아무런 내공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는 다시 넋이 나간 얼굴로 변해 버렸다.

아무리 환술이라 할지언정 자신의 내공을 없애지는 못한다.

내공이 없다고 착각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자신은 현경(玄境)의 경지.

그런 환술에 걸릴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게 환술이 아니라는 소리인데…… 윽.”

욱신.

유진이 지금 상황을 골똘히 생각하다 왼쪽 손목에서 타고 올라오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스윽.

주르륵.

“손목이 그어져 있군.”

유진은 자신의 육체에 나 있는 상처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왼쪽 손목이 그어져 있었는데 얼마나 깊게 그어 낸 것인지 동맥까지 건드려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툭. 투둑. 툭.

유진이 빠르게 점혈을 해 손목에서 흐르는 피를 막아 냈다.

스윽. 스윽.

물론 완벽하게 점혈되지 않아 옆에 놓여 있는 붕대로 손목을 감았다.

본디 점혈은 내공을 가지고 있어야 완벽하게 이루어지기에 지금 상황에서는 출혈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최대한 줄인 것뿐이었다.

“후…… 이게 대체 어찌 된 것인지…….”

유진은 오두막을 두리번거리다 자신의 발아래 피로 그려진 이상한 무늬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무슨 무늬이지?”

유진이 처음 보는 무늬에 호기심을 보였다.

자신이 없애 버렸던 혈교도 이런 피로 그려진 진법을 사용하고는 했는데 지금 보고 있는 무늬는 또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곳이 지워졌군.”

유진은 규칙적으로 그려져 있는 무늬 중 어색하게 끊어진 곳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혈교와 전투 중에 이러한 무늬들을 많이 봐 왔기에 어떤 무늬인지는 몰라도 대충 규칙이 눈에 보였다.

“이 육체가 쓰러지면서 무릎으로 지운 것이군.”

꾹.

슥. 슥.

유진은 혹시라도 눈앞에 있는 무늬가 지금 겪고 있는 일의 원인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팔목에서 조금씩 배어 나오는 피로 지워진 무늬를 이어 보았다.

즈아아아앙.

“역시.”

그러자 오두막 바닥을 채우고 있던 무늬가 붉은색의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꾸구구구국.

“음……?!”

바닥에 있는 무늬에서 무언가 거대한 게 밖으로 나오자 유진의 미간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현상이 원래대로 돌아가거나 혹은 진법 안이라면 진법을 파쇄시킬 줄 알았는데 오히려 무언가를 소환해 내고 있으니 당황한 것이었다.

콰아아아아앙!

바닥에 그려진 무늬에서 무언가가 결국 모두 빠져나와 거대한 육체로 오두막을 부수며 모습을 나타냈다.

“설마…….”

유진이 무늬에서 나타난 존재를 보고 두 눈을 크게 뜨며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곤륜산 사방신(四方神) 중 하나인 백호가 왜…….”

바로 신선들이 있다는 곤륜산을 지키는 사방신(四方神) 중 하나인 신수(神獸) 백호였다.

자신도 그림과 소문으로만 들어 보았던 사방신(四方神).

원래 무림에 있는 구파일방 중 곤륜파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곤륜산을 흠모해 만든 문파였는데 그들은 곤륜산과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그렇기에 곤륜파도 정말 신선을 보거나 사방신(四方神)을 본 적이 없었는데 자신이 백호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크르르, 여긴 어디이지.”

백호가 거대한 몸을 털며 처음 보는 풍경을 두리번거렸다.

자신이 있는 오두막은 널찍한데도 불구하고 백호의 크기가 거대하다 보니 꼭 닭장처럼 보였다.

‘이…… 이런.’

슥. 슥.

유진이 자신의 발아래 그려진 무늬 곳곳을 발로 지웠다.

만약 지금 이 무늬가 정말 사방신을 불러낸 것이라면 일단 당장은 무늬를 지워 불러내는 것을 멈추는 게 옳았다.

“음? 네놈은…….”

백호가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아래를 내려다보다 유진을 발견하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나혼자 아카데미 무공 사용자


지은이 : 꼬마돌

제작일 : 2021.03.24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심지은

표지 : 시월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수색로 191, 502호(증산동, 두빌)

전자우편 : golem8182@gmail.com


※ 본 작품은 (주)고렘팩토리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본사와 저자의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내용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 979-11-6659-06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