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차 전생 무신이 꿀빠는 법 001화

0000

제1화



제1편



풍경은 좋지만 사람 하나 살기도 힘든 고산 지대의 대충 만든 듯한 나무 집에, 늙은 노인이 저물어 가는 태양을 보며 쓰게 웃었다.

“생각해 보면 다사다난한 삶이었군.”

오늘내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목소리에는 천지를 뒤흔드는 힘이 담겨 있었다.

“스승님.”

그런 노인의 앞에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의복을 입은 제자들이 셋이 존재했다.

과거 질풍처럼 무림을 돌아다니다가 은거하기 전에 우연찮게 만난 세 남매들이었다.

딱히 이 아이들이 타고난 무골이라든가 재능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문득 자신의 전생의 가족이 생각나서 거두어들였다.

그는 태산북두라 불리는, 소림의 불경에서 흔히 언급되는 환생을 겪은 자로 전생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 기억을 토대로 험한 무림을 헤쳐 나왔다.

정사대전이라든가 마교 발호, 혈교 침략, 새외 침공 등 여러 대전쟁에서 살아남았고 어느샌가 사람들은 그를 무신(武神)이라 불렀다.

그 무수히 많은 전쟁에서 쓰러진 무인들의 비급을 통해 독자적인 무공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 무공을 만무신공(萬武神功)이라 불렀다.

사실 그의 내공은 노화순청의 경지에 올라 무림에서도 전설적으로 전해지는 반로환동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아도 그는 강대한 무공 경지와 방대한 내공으로 2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왔다.

도산검림(刀山劍林)이라 불리는 유혈이 흐르는 무림에서 100년 넘게 산 것만으로도 대단히 장수한 것이다.

그것의 2배를 살았으니 만족했다.

‘전생까지 합치면 230세고, 이제 그만 쉬고 싶다.’

그도 그럴 게 무려 4개의 대전쟁을 겪고 정파를 승리로 이끌어 온 전쟁 영웅인 만큼 쉬어도 될 자격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 족속들이 넘치니 이런 산속에 틀어박혀 은거하는 거 아니겠는가.

“이제 너희도 스스로 자립했으니, 이제 나는 그만 눈을 감아도 좋겠구나.”

“스승님 조금만 더 저희와 함께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자립이라고 하기엔 셋 다 천하 10대 고수에 들었고, 그들의 강함에 추종자들이 모여 세운 세력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에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었다.

“다 자랐으면 부모의 품에서 독립해야지. 그리고 너희들 어리광으로 20년이나 더 살았으니, 그만하거라.”

노인은 셋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 주고는 문득 무엇이 생각났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내 시신은 이곳이 아니라 저 동방의 조선이라는 나라에 적당히 괜찮은 땅에 묻어 주거라.”

무신의 두 번째 삶은 중원에서 태어났지만 전생의 영향으로 여전히 한국, 지금은 조선이라는 나라를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었다.

“네, 스승님. 그리하겠습니다.”

확언을 듣고는 무신 이강현은 눈을 감았다.

무림의 거대한 별이 지는 순간이었다.



* * *



‘환생을 겪었다고 또 환생을 경험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4~5살쯤 되어 보이는 작은 소년이 세상 다 산 늙은이 같은 표정을 하고 있으니 괴리가 심했다.

‘이번 삶도 또 고아인 걸 보면 첫 번째 생을 빼면 불운하게 태어나는 건 맞는 것 같네.’

소년, 이강현은 이번 삶에서도 동일한 이름으로 태어나 보육원에서 자라났다.

전생과 전전생을 각성한 건 만으로 4살, 최근에 각성했다.

‘현 시대는 첫 번째 생처럼 과학문명 같은데 무공이나 마법이 존재하고, 무림에서도 흔치 않은 요괴 같은 몬스터가 존재한단 말이지.’

2개의 전생을 각성하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하니 수백 년 전, 전 세계에 돌연히 탑이 나타났다고 한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괴물, 몬스터를 상대할 방법이 마땅치가 않았다.

군대가 나서도 병력 교환비가 미쳐 돌아가니 이대로 멸망하는구나 싶었는데, 그런 몬스터들을 혼자서 몇백을 쓸어버리는 초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성좌(星座)라는 존재로부터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무공과 마법이라는 것을 하사받았고 그걸 널리 퍼트렸다.

물론 그것만이 아니라 뛰어난 무기와 장비들을 만드는 비법을 하사한 성좌도 있었고, 기술을 내리는 성좌들도 있었다.

성좌와 탑 그리고 몬스터의 존재는 수십 년이 지나니 삶의 일부가 되었다.

‘탑은 공략하면 바로 사라지는 게 아니고 몬스터가 계속 나타나지만, 온갖 희귀 금속과 소재들을 얻을 수 있어서 지금에 와서는 자원의 보고가 되었구나.’

그리고 시대가 흐르며 과학기술 역시 강현의 첫 번째 삶처럼 발전했고, 마법과 과학이 결합된 마도공학이 평범한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탑이라…….’

강현은 저 멀리 보이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탑들을 보았다.

탑은 큰 것일수록 강력한 몬스터들이 많고 또한 많은 자원과 소재를 얻을 수 있으며, 오랫동안 남아 있다가 지정된 시기가 지나면 무너져 내린다.

‘끄응, 어쨌든 이 세계에서 잘 먹고 잘 살려면 실력이 필요하다는 거군.’

이 세계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3가지가 있다.

하나는 명문 문파나 명문이라고 불리는 마탑에 들어가 제자가 되는 것이다.

입문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일단 입문해서 평균만 가도 일반적인 대기업 직장인의 몇 배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두 번째는 극히 희박한 확률로 성좌의 선택을 받아 성좌와 계약을 하는 것이다.

성좌가 내려 주는 능력과 성좌가 내리는 명령을 수행하면 극히 희귀한 영약이나 장비들을 얻을 수 있지만 다소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성좌마다 성향이라는 게 있어서 성좌가 요구하는 행동에서 벗어나면 제약을 받으며, 심하면 성좌 계약을 해지당할 수도 있었다.

마지막 방법은 기연을 얻는 건데 이건 성좌 계약만큼이나 힘들고, 기연이라는 게 무조건 뛰어난 무공 비급을 얻는 것도 아니다.

힘이 없는 상황에서 영약이나 비약을 얻으면 오히려 독이 든 성배나 마찬가지라서, 다들 어떻게든 명문 문파나 마탑에 들어가려고 기를 쓴다.

어렵지만 일단 들어가서 노력만 하면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처럼 성공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 세계의 강함의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이래 봬도 강현은 전생에 무신이라 불리었고 그런 깨달음이 전생 각성과 함께 그대로 계승되었다.

즉 내공과 신체만 받쳐 준다면 전생의 무력을 되찾는 건 일도 아니며, 못해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충분히 대우받으면서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생은 전생처럼 힘들게 살지 말고 꿀 빨면서 살아야지.’



* * *



당연하지만 강현이 선택한 길은 무공으로, 이미 잘 닦여 있는 길이 있는데 굳이 알지도 못하는 험한 길을 선택할 만큼의 모험심은 없었다.

열정이라는 게 존재하기엔 강현의 정신적 연령은 200살이 넘었기 때문에 열정이라고는 티끌조차도 없었다.

“후, 이걸로 오늘 치 수련은 끝.”

보육원에서 전생 각성을 한 지 10년.

어느새 15살이 된 강현은 무공 수련으로 인해 15살답지 않게 큰 키와 체격을 가졌다.

무공에 있어서 큰 키와 체격은 곧 강한 신력(身力)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유리하다.

‘내가 만든 거긴 하지만 확실히 최상의 무공이야.’

강현이 5살 때부터 익힌 무공의 이름은 만무신공으로 전생의 자신이 말년에 창안한 무공이었다.

본래 무공이라 함은 기초부터 시작해 마치 성을 쌓듯이 천천히 완성해야 한다.

처음부터 신공절학을 익힌다는 건 아기에게 육상 금메달리스트를 이기라는 소리와 마찬가지이며, 보통은 신공절학의 가르침을 따라가지 못해 신체가 붕괴한다.

신공절학은 강력한 무공이지만 그만큼 여러 제한이 걸려 있는데 만무신공은 그런 게 없다.

무수히 많은 무공을 하나로 집대성한 게 바로 만무신공의 실체다.

무림인의 시체를 뒤적이다가 얻은 비급은 기초 중의 기초인 삼재기공부터 시작해 신공절학까지 매우 다양했다.

그러한 것들을 집대성한 것이기 때문에 만무신공은 일반적인 무공들처럼 수성(數成)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른 무공이 몇 성의 성취를 이루었다고 할 때, 만무신공은 몇 단계를 이루었다고 말한다.

우웅…….

강현이 수련을 마치고 근처에 널린 나뭇가지를 들고 내공을 불어 넣자, 회색빛 안개 같은 것이 강현이 잡고 있는 부분을 제외한 나뭇가지를 뒤덮었다.

“검기발현(劍氣發現). 내공은 쥐꼬리만 해서 오래 유지 못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이 광경을 보았으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경악했을 것이다.

고작해야 15살의 나이에 절정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하면, 아무리 평소에 농담을 전혀 하지 않는 진지한 사람일지라도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평범한 철검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련용으로 만들어진 목검도 아니다.

그저 길가에 널리고 널린 나뭇가지에 검기를 덧씌운다는 건 엄청난 내공 제어력과 신검합일(身劍合一)을 기본적으로 이루어야 한다.

검을 다루는 검사의 기본 소양이자, 동시에 고수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며 전제조건이기도 한 신검합일을 고작해야 15살에 이룬 것이다.

수백 년 동안 역사를 쌓아 올린 문파나 검으로 유명한 무가(武家)에서도 15살에 이러한 성취를 이룬 존재는 없다고 단언할 정도다.

굳이 있다면 수백 년 전의 성좌의 선택을 받았다고 하는 현재 문파나 무가의 개파조사 정도는 되어야 가능할 위업이다.

“쯧, 역시 영약이 없으니까 이것도 무리인가.”

회색빛 검기는 언제 있었냐는 듯 스르륵 사라졌다.

10년 동안 열심히 수련한 것도 아니고 설렁설렁 한 탓에 지금 강현의 내공은 10년은커녕 5년 치 내공도 되지 않는다.

‘내공의 총량보다는 혈맥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에 신경 쓴 탓인가.’

만약 다른 무인이 강현의 혈맥을 짚었다면, 기겁하며 자신의 제자로 들이기 위해 온갖 사탕발림을 해서 강현을 꼬드겼을 것이다.

단전을 중심으로 하는 기경팔맥은 물론이고 뛰어난 고수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인, 전신에 연결되어 있는 대맥인 십이경락까지 모두 열려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대맥 중의 대맥이며, 뚫는 게 너무나도 위험해 목숨을 걸어야 해서 생사현관이라고까지 불리는 임독양맥까지 모두 열려 있었다.

내공 축적이 아니라 혈맥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더욱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영약이 얻고 싶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영약 비스무리한 건 만들 수 있지.’

영약은 크게 3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하나는 자연에서 오랫동안 자연의 영기를 흡수하며 자라난 천연 영약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천연 영약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히 자연의 영기를 머금은 약초를 비전의 비법으로 빚어내 시간을 들여 만드는 연단사의 환단이 두 번째다.

마지막 세 번째는 어떻게 보면 두 번째 방법의 아종으로, 영약은 영약인데 영약은 아닌 모순적인 물건이다.

까놓고 말해 ‘준 영약’으로, 일반적인 영약처럼 최소 몇 년 치 내공을 단숨에 증가시켜 주는 건 아니나 며칠 동안 연마해야 할 내공을 얻게 해 주는 물건이다.

그래서 영약에 준하는 물건이라고 불린다.

‘으음…… 비싸네.’

보육원의 컴퓨터로 재료가 되는 것들을 뒤적여 보니 어느 정도 영기를 품고 있는 것들인지라 최소 몇만 원부터 시작해 몇십만 원이나 한다.

제대로 된 영약이 기본 억 단위인 걸 감안하면 매우 싼 거긴 하지만, 보육원을 담당하는 수녀님이 주는 용돈으로는 전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당분간은 등산을 열심히 해야겠군.’

돈으로 살 수 없으면 직접 캐면 그만이다.

이 세계에는 준영약이라는 개념이 없으니까 준영약으로 쓰이는 재료의 가치를 모를 테니, 아마 지천에 널려 있을 것이다.

3회차 전생 무신이 꿀빠는 법


지은이 : 세인토

제작일 : 2023.10.13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한서진

표지 : 소혜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수색로 191, 502호(증산동, 두빌)

전자우편 : golem8182@gmail.com


※ 본 작품은 (주)고렘팩토리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본사와 저자의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내용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 979-11-405-20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