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호위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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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나는 지금 호위로 살아가고 있다. 그냥 그저 그런 호위무사가 아니라 당금 황제의 호위무사로 살아가고 있다. 현 황제가 황세자일 때부터 시작하여 황제가 된 지금까지 약 30년간을 호위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황제의 가족과 측근, 내각의 모든 신하들뿐 아니라 동창과 금의위 등 모든 황궁사람들은 나의 진실한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왜? 

  나는 어둠에서 황제를 지키는 비밀호위 <묵위>이기 때문이다.


  홍무제(주원장)은 명을 건국하고 신하들을 신뢰하지 못했다. 또한, 황제 직권의 정치를 펼쳤기에 알게 모르게 많은 불만 세력이 있었다. 이를 알고 있던 홍무제는 비밀호위대의 필요성을 느꼈고, 어린시절부터 나의 재능을 눈여겨보아 오던 중 나를 곁에 두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황제는 명의 건국에 일조를 했던 중원무림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그는 모든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중원무림에 우수한 어린 인재를 입궁시키도록 명령을 내렸고, 그 인재들을 관리하고, 통솔한 우두머리로 나를 키우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나는 최고의 호위무사로 길러지게 되었고, 황제가 30년 동안 자리를 지키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되었다.


  황제는 묵위대에게 50년의 복무를 명하였다. 우리는 당연히 그 명령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므로 동의하였다. 황제의 명령에 불복할 배짱을 가진 이는 누구도 없었기에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였다.


  단, 한가지 사유가 발생할 경우, 50년을 채우지 않더라도 묵위대가 해체되고, 묵위대원들이 퇴직으로 처리된다고 하였다. 그 한 가지 사유는 황제가 죽는 순간 다음 대의 황제에게 유언의 형식으로 전해졌고, 홍무제에 이어 황위에 오른 건문제는 홍무제가 유언을 남기는 자리에서 같이 들었다.

  건문제는 황제의 곁에 밝음에서, 나는 황제의 곁에 어둠에서 들었다. 


  그 퇴직이 가능한 사유는.............

제1장 <묵위> : 제1절 묵위탄생 ①


부제 : 황제의 자리는 피로 올라서고, 목숨으로 유지된다.


 명나라를 새롭게 건국한 홍무제는 황제로 즉위하면서 일명 '중화의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제도를 정비하고, 북원을 정벌하기 위하여 북방에도 힘쓰는 등 여러 면에서 나라의 부흥을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의 피를 뿌리며 올라온 황제의 자리였기에 신하들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였고, 북방에 힘쓰고는 있으나 원제국의 잔당세력을 전멸하지 못하였던 관계로 어려움이 산재되어 있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홍무제는 본인이 군사를 일으켜 황제가 되었기에 다시 그와 같은 자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항상 불안하였고, 모든 권력을 황제 중심으로 정비하기 위하여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법령을 정비하며 승상 제도를 폐지하면서 육부를 황제에게 복속시켰다. 

 또한, 군사행정의 대도독부를 다섯으로 나누어 황제 직속으로 만들어 버리는 등 황제의 권한을 강화하자 기존 권력층이라 할 수 있는 군부와 승상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황제의 귀에도 점차 불만의 소리가 들려오자 황제는 고민에 빠졌다.


 홍무제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중원무림에 황제령을 내리게 된다.


 <본 황제는 명의 건국에 도움을 아끼지 않은 중원무림에 고마움을 심히 느끼는 바, 이에 고마움을 치하하고 본 황제의 곁을 보좌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 따라서, 중원무림은 나이가 어린 인재들 중 100명을 골라 황궁에 입궐토록 하라>

 

 이러한 황제의 칙령을 받아 든 중원무림의 정사마를 대표하는 무림맹과 사황련, 천마신교에서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 무림맹 대회의장 ]


 "이상이 황궁에서 내려 온 문서의 내용입니다."


 "이건 좀 과한 듯합니다. 어린 인재 100명이라니요?"


 "이것은 고마움을 치하한다고 하나 실상은 중원무림에 대한 견제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명의 건국과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데 있어서 중원무림의 작지 않은 도움을 받았던 황제입니다. 이것은 도리가 아닐 것입니다."


 "여러 문파와 세가의 대표께서 하시는 말씀은 일견 타당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만 황제 칙령입니다. 황제의 명으로 내려 온 이상 지키지 않는다면 이 또한 탄압의 빌미가 될 것입니다."


 "제갈현 군사의 말을 각 대표들께서는 신중히 생각해 주셔야 합니다. 물론, 분함과 억울함의 심정이야 저나 제갈군사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분함만을 토로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해결책을 모색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칩시다. 말씀하시는 맹주님은 복안이 있으신 겝니까?"


 "일단, 맹주부에서는 여러 사안으로 검토를 해서 최선의 복안을 만들기는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안이 사안인지라 여러 대표님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복안입니다."


 "그럼, 맹주와 군사가 같이 논의하여 만들어 낸 복안을 먼저 들어봅시다"


 "알겠습니다. 제갈군사의 복안에 대한 설명을 끝까지 들어 주시고, 말씀을 해 주십시오. 중간에 흥분하면 설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으니…."


 "그러지요."


 무림맹의 군사를 맡고 있는 제갈현은 맹주가 판을 깔아 주자 단상으로 가서 좌중을 쳐다보며 설명을 시작하였다.


 "맹주님과 제가 만든 복안을 완성하려면 사황련, 천마신교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제갈군사!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어찌 사마외도와 협력을 한단 말이오?"


 "팽장로! 내 미리 군사의 말을 끝까지 들어 달라 하지 않았소? 어찌 이리 급하시오."


 "맹주님…, 그래도 어찌…."


 "제갈군사는 계속 하시오."


 "예, 황제 칙령의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정사마에서 각각 30명씩의 어린 인재를 황궁으로 보내라고 하였습니다. 더구나, 일정한 무골과 자질, 능력이 되는 어린 인재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원무림에서 90명의 인재가 빠져나갑니다. 이것은 짧으면 10~20년, 길면 40~50년으로 약 한세대라고 보시면 되는데, 중원무림 한세대의 인재 90명이 황궁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황궁에서 마음을 먹는다면 약 25~30년 후 중원 무림의 어린 인재들은 황궁의 초절정고수가 되어 중원무림을 압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래도 정사마를 따지셔야 하겠습니까?"


 "그렇게까지야…."


 "걸개장로님의 말씀처럼, 그렇게까지야 되겠습니까만…. 우리는 그렇게까지 대비해야 합니다. 또한, 협력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잠재적인 고수들의 균형입니다."


 "왜 균형의 문제가…?"


 "황보야…, 자교와 사황련에서는 10명씩만 보내겠다고 하면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 같이 10명을 보낼까, 아니면 70명을 보낼까? 인재의 유출이라는 면에서도 문제지만 그들이 돌아오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다."


 "컥… 그렇군. 그런 문제가 있군. 그들이 돌아와도 문제고, 돌아오지 못해도 문제가 되는군."


 "군사, 문제는 이제 명확히 잘 알겠네. 인재가 빠지면 서로 간에 균형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군. 그래서, 복안은 어떤 것인가?"


 "맹주님과 제가 내린 결론은 정사마가 최대한 적은 수로 황제와 협상을 해야 합니다. 황제도 중원무림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하였으니 아마도 이 부분은 협상이 될 것입니다. 또한, 황궁의 정보에 의하면 군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호위대를 결성하기 위하여 이런 명령을 내렸다고 하니 협상도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어차피 사황련이나 천마신교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도 동의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표님들은 나누어 드리는 상호협조문을 봐 주십시오."


 <정사마 상호 협조문>

1. 무림맹, 사황련, 천마신교에서 대표 2인을 선출해 인재선발대를 구성한다. 6인의 선발대는 30일 동안 2개 조로 나누어 각각 강남과 강북을 주유하며 정사마에서 각 6명씩 18명의 인재를 선발한다.

2. 선발된 18명의 인재는 정사마가 공동으로 일정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1년간 무림맹에서 육성한다. 필요한 자금과 영약 등은 정사마가 공동으로 부담한다.

3. 정사마 인재선발대는 18명의 인재를 무림맹에 인도함으로써 해체하고, 인재선발대는 감독관으로 무림맹에 1년간 근무한다.


 "저희 무림맹에서는 길 안내뿐 아니라 협조문의 내용을 어느 정도 잘 숙지하고 계신 것으로 보이는 걸개장로님과 당장로님께서 수고해주시면 어떨까 생각됩니다. 또한, 알아서 잘 해주시겠지만 선발되는 인재의 수준은 장로님들이 볼 때 중상급의 인재 정도면 될 듯합니다. 상급인재의 경우 대부분이 어느 가문에 소속된 경우가 많아 가문간의 위화감이 생겨날 수가 있으며, 중하급 이하일 경우 황궁에서 딴지의 빌미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사황련과 천마신교도 아마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저희와 생각이 같을 것입니다. 더구나 중상급이라고는 하더라도 무림맹에서 1년간 공동으로 영약과 기초무공을 익힌다면 2류무사 정도로 키워내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알겠소. 군사의 말 유념해서 선발하도록 하겠소."


 "거참! 정사마가 협조하는 것도 우스운데… 인재는 너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야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