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1화
나의 영지 베이라몬은 일 년 내내 삭풍이 멈추는 일이 없는 곳이었다.
마계의 경계에 위치한 그곳에 석양이 물들 때면 마물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평화로운 안식은 꿈꿔 본 적도, 그려 본 적도 없었다.
그곳의 남자들은 두 발로 설 수 있을 때부터 검을 들었다.
그것이 가벼운 목검이 되었건, 마물의 목을 쳐 낼 진검이 되었건.
고위 마족 바르미안이 전군을 이끌고 베이라몬을 침략했을 때 나는 베이라몬의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바르미안, 너에게 결투를 청한다.”
바르미안은 내 말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지만 그 오랜 시간 자신을 끊임없이 물먹여 온 나에 대한 존중의 뜻으로 내 청을 받아들인 듯했다.
수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두를 물러나게 하며 말했다.
“변경백이 이기면 우리는 조건 없이 물러난다. 그리고 그가 진다면 베이라몬의 영지민들에게 이곳을 떠날 시간을 준다. 나는 변경백의 뜻과 희생을 존중한다.”
“네가 이길 것처럼 말하는군, 바르미안.”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의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었다.
갑옷 아래에서는 수일 전에 얻은 상처가 아물지도 못한 채 벌어지고 있었고 그 때문에 팔을 조금만 움직여도 끔찍한 통증이 번졌다.
입술은 먹빛이 되어 있었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멈추지 않고 흘렀다.
괜찮은 척하고 싶었지만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베이라몬의 끝을 예견한 듯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평생을 바쳐 이룬 검식을 펼쳤다.
검술이 펼쳐지며 푸른 오러가 검신을 감싸 안았고 백설처럼 눈부신 오러의 파편이 흩날렸다.
숨소리조차 멎은 듯 무거운 정적만이 감도는 곳에서 바르미안은 나를 기다렸다.
가닥가닥 이어져 흘러나온 오러의 기운이 더욱 강해지고 나는 마침내 그것을 들고 그를 향해 짓쳐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바르미안에게서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은 섬광이 쏟아져 나와 벽을 이루었고 그가 허공에 선을 긋듯 손을 움직였다.
크흑-.
미처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한 웃음이 허공에서 멈췄다.
정확히 가슴에 생겨난 혈선.
내 몸은 무너지고 폭포처럼 피가 쏟아졌다.
“……!!”
욱신거리는 통증이 전신에서 휘몰아쳤다.
주위의 모든 소리가 일시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서서히 균형을 잃던 내 몸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쿵-.
쓰러진 몸은 베이라몬의 하늘을 향했다.
죽음이 기쁜 것은, 일생을 지속해 온 싸움이 이제야말로 끝났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진심으로 그에게 고마웠다.
나의 끝없는 전쟁을 종식시켜 준 것이.
“고맙다. 바르미안.”
처음으로, 석양이 물드는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마음을 놓고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영지민들에게 길을 내주어라. 누구도 변경백의 영지민에게 손을 댈 수 없다.”
바르미안의 단호한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내 귓가를 스쳤다.
수치스러움을, 안타까움을, 슬픔을 느끼기에도 너무 지친 내 육신에서는 어느새 온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북부의 지배자라 불리던 나, 변경백 헤로이크의 최후였다.
변경백, 만렙 뉴비 아이돌 되다
지은이 : 지인
제작일 : 2021.10.07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심지은
표지 : 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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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811-22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