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도왕이다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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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꿈을 꾸기 위한 자격



“허억. 허억.”

폐가 찢어질 것처럼 팽창한다. 그 고통에 입을 다물 수가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쉬지 못하고 인적 없는 숲속을 죽어라 뛰어야 했다.

코를 찌르는 비릿한 악취가 나를 괴롭힌다. 다리 밑에는 울퉁불퉁한 돌과 나무뿌리가 잔뜩 얽혀있다.

몸은 만근을 짊어진 듯 무거워서, 한 발자국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짜르르한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뛴다. 폐가 찢어져라. 근육이 파열되라 달려야 했다.

“음머어어어!”

달리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이 나를 달리게 만든다. 등 뒤로 죽음이 바싹 쫓아오고 있다.

뒤에 붙은 저승사자가 무엇인지 나는 안다. 사람들이 흔히 눈먼 황소라고 부르는 괴수다. 그 외양을 보자면 사실 황소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일단 키가 2m가 넘는다. 말보다 큰 덩치를 가지고 있는 이놈은 살이 두툼해서 마치 코뿔소 같은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그 피부는 마치 뱀처럼 비늘을 두르고 있는 놈인 것이다.

다만 이놈은 머리에 눈이 없다. 소대가리처럼 생긴 그 얼굴도 비늘로 뒤덮여 있을 뿐인 데다가 이빨은 톱날처럼 날카로웠다.

눈이 없어서 눈먼 황소라고 부르는 괴수. 그게 지금 내 뒤를 쫓아오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다리의 근육이 후들거려서 더 달릴 수 없을 것 같았다.

젠장할 새끼들!

조금 더 빨리하면 안 되냐! 이 X새끼들! XX같은 놈들아!

턱.

“억!”

발에 뭔가가 걸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공포가 머릿속으로 밀려들어 왔다. 여기서 넘어지면 안 되는데. 이대로면 죽는…….

쿠당탕.

넘어지면서 땅을 구른다.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멍이 잔뜩 들었을 거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쓰지도 못하고 급히 고개를 돌렸을 때.

그곳에는 눈먼 황소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게 보였다.

젠장. 여기서 이렇게 죽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다.

퍼억!

황소의 거대한 얼굴이 옆으로 돌아가며 달려오던 몸이 옆으로 꺾인다. 나를 향해 달려오던 황소는 내 옆을 지나치며 근처 나무에 처박혔다.

쾅!

나무는 밑동이 쩍 갈라지면서 박살이 나서 쓰러져 버렸다. 다행히 내가 있는 곳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쓰러졌지만, 그 파편이 날아와 몸에 부딪혔다.

엄청나게 아팠지만 꾸욱 참으며 벌떡 일어섰다. 저 황소는 저 정도로 죽는 놈이 아니다. 달리 괴수라고 부르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나는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하자, 뒤에서 부러져 쓰러진 나무를 제치고 놈이 일어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젠장할 소 새끼. 튼튼하기는 더럽게 튼튼하네. 대물저격총을 맞고도 저 모양이라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렸다. 그러다가 뒤에서 콰쾅! 하는 폭음이 일어나는 소리를 들었다.

그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는 어느새인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두툼한 방패를 들고 있는 대머리의 덩치 큰 아저씨가 한 명. 그리고 대머리 아저씨같이 한 덩치 하는 내 또래의 애새끼가 한 명으로 도합 두 명이 방패를 들고서 서 있다.

방패는 직사각형의 게임에서나 보던 타워실드라는 놈인데, 길이가 1m 50㎝나 되는 데다가 두께도 5㎝나 되는 묵직한 물건이었다.

그걸 든 두 명이 앞과 뒤에서 눈먼 황소를 포위하는 순간 숲의 한쪽에서 무언가가 날아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휘이이익.

그것은 붉은색의 화염이었다. 둥글게 뭉쳐져서는 길게 꼬리를 끌며 날아온 화염구의 수는 도합 다섯 개.

그것들이 날아와 그대로 멈칫하고 있던 눈먼 황소의 몸을 두드렸다.

콰쾅! 콰콰쾅!

수류탄 정도의 폭발을 일으키며 화염이 터지자 눈먼 황소의 몸에 난 비늘들이 깨어지며 피가 흘러내렸다.

“뭐해. 덤벼들어!”

숲 안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자 방패를 들고 선 이들의 양측에서 창이나 검 따위를 든 이들이 나타났다.

무기는 이 시대에는 보기 어려운 냉병기를 든 그들의 복장은 전투 경찰이 입는 방호복 비슷한 것을 입고 있었다.

눈먼 황소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다가 고개를 숙이고 뿔을 들이밀며 달리자, 그 앞에 있던 이들이 좌우로 재빠르게 물러난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방패를 든 대머리 아저씨가 서서는 그대로 눈먼 황소의 돌진을 막아냈다.

번쩍.

대머리 아저씨의 방패가 빛을 내면서 눈먼 황소의 뿔과 충돌을 하며 큰 소리를 냈다. 동시에 대머리 아저씨가 뒤로 주르륵 밀렸지만, 넘어지거나 비키지는 않았다.

저 괴수의 충돌을 막아낸 것이다.

그 사이에 빛이 번뜩이는 무기를 든 이들이 달려들어 눈먼 황소의 목을 노렸다. 어느 생명체이든지 간에 목이 잘리면 죽는 건 매한가지다.

칼과 도끼, 그리고 창이 찔러지자 목이 쩍 하고 갈라지며 피가 철철 흐른다. 괴수가 비명을 지르며 바둥거리지만 그럴수록 상처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비릿한 피 냄새가 멀리 떨어진 나에게까지 맡아졌다. 그리고 이내 괴수는 비틀거리다가 구슬프게 ‘음머어어어.’ 하고 소리를 내더니 쓰러지고 말았다.

죽은 것이다.

“후…….”

털썩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몸 여기저기에 격통이 내달린다. 굳이 옷을 벗어 보지 않아도 온몸에 멍이 시퍼렇게 들었을 거다.

젠장할. 이게 뭐하는 짓인지.

앞을 보니,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수고하셨습니다!’ 같은 말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저들의 그 ‘수고하셨습니다!’ 에는 내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저들은 능력자고, 나는 아니다.

단지 그뿐이다.

“아저씨. 어디서 퍼질러 앉아 있는 겁니까? 그러면 일당 깎을 겁니다?”

괴수를 죽이고서 서로 수고했다고 말하던 이 중 하나가 내 쪽을 보면서 버럭 소리를 지른다. 올백 머리를 한 재수 없게 생긴 놈이었다.

나이는 이제 막 스무 살이나 되었을 법한 놈의 말에 인상도 찌푸리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야 유찬아. 잠시 쉬게 내버려 둬라. 죽을 둥 뛰었잖냐.”

“그래그래. 미끼 역할이 쉬운 것도 아니고.”

“하지만 저 아저씨가 할 일을 해야 하잖아요.”

“냅둬. 다른 일개미도 있잖아.”

“그래그래.”

대머리 아저씨가 나를 두둔하고 나선다.

죽을 둥 뛰었으니 쉬라고 하는 거다. 그러자 옆의 창을 든 형씨가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러자 올백 머리를 한 양아치 같은 놈이 쳇! 하고 혀를 찬다. 이 새끼 진짜 싸가지 하고는.

하지만 저런 소리를 들어도 웃는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게 내 현실이다.

“아저씨. 운 좋은 줄 아세요. 형님들 아니었으면 확 잘라 버리는 건데. 에이. 퉤.”

침을 찍 뱉고서 놈은 눈먼 황소의 사체로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숨만 내쉬고 말았다.

“하아…… 돈 벌기가 쉽지가 않네.”

입에서 한숨만 푹푹 쉬어진다. 그리고 자리에서 절뚝거리면서 일어났다. 다리 한쪽 어딘가를 다친 모양이다.

젠장. 나도 능력이 있었으면…… 나도. 능력이 있었다면…….

무기를 들지 않은 사람들 몇 명이 눈먼 황소의 사체에 줄을 묶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는 큰 수레를 가져와 그곳에 황소의 사체를 낑낑거리면서 담는다.

무기를 든 이들은 그걸 조금도 도와주지 않고 뭐라고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그 사이를 지나서 시체를 싣는 걸 도우러 갔다.

“성훈 군. 아픈데 쉬어.”

“그래그래. 쉬라고. 이 정도는 우리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여섯 명의 아저씨들이 있었다. 나이가 쉰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 아저씨들이 낑낑거리며 황소 사체를 올리는데, 내가 다가오자 모두 나를 보며 손사래를 치셨다.

“아닙니다. 같이 해야죠.”

아프지만, 이를 악물고 황소 사체에 달라붙었다.

“하나둘. 하나둘. 이영차!”

그리고 결국 황소를 수레에 올리고서 줄로 단단히 묶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천천히 숲길을 빠져나갔다.

무기를 든 이들은 잡담을 나누며 멀어져 간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지만,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렇게 머리 한쪽을 무겁게 하고서 나는 움직였다.

그래도 살아야지. 이렇게든 저렇게든 살아야지. 그런 생각으로 걸었다.



* * *



“자. 오늘 일당.”

방패를 들고 있던 떡대의 대머리 아저씨는 나에게 두툼한 돈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를 받고 돈을 꺼내서 하나둘 세어 본다.

노란색의 종이가 30장 들어 있다. 딱 맞다. 하루 일당 150만 원, 확실히 적은 돈은 아닌 큰돈이다.

매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어디 가서 이런 돈 버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성훈이. 오늘은 고생했어. 유찬이놈 이야기는 신경 쓰지 말고.”

돈 봉투를 품에 넣는 나를 보며, 대머리 아저씨는 격려하듯이 말을 건네주었다.

“아닙니다. 신경 안 쓰니 걱정 마세요.”

그런 아저씨. 정확히는 이 사냥팀의 리더인 박기태 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살래살래 내 저으면서 대답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유찬이 놈이 말투가 거칠어서 안 그래도 신경이 쓰이거든. 그노마 언제 한번 날 잡아서 푸닥거리 좀 해야지 원.”

“괜찮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 볼게요.”

“그래. 일주일 후에 보자. 몸조리 잘하고.”

“예. 수고하셨습니다.”

조그마한 사무실을 나와 밖으로 나왔다. 길은 8차선 도로이고, 건물들은 대부분 3층 높이를 넘지 않는다.

어찌 보면 공장 단지 같고, 어찌 보면 한적한 시골 쪽의 소도시 같은 이곳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38선 국경의 아래쪽에 위치한 도시로. 통칭 사냥 도시라고 불리는 곳이다.

10년 전.

세계에는 기괴한 일이 일어났다. 세계 여기저기에서 갑자기 정체불명의 비틀림이 생겨난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포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포탈은 세계 전체에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포탈에서부터 전혀 본 적 없는 이종의 생명체가 쏟아져나온 거다.

그러나 처음에는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

나는 마도왕이다


지은이 : 데카스펠

제작일 : 2018.12.26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이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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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305-81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