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렙 금손의 독점공방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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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프롤로그



돌잡이 땐 망치를 잡았다.

“판사 봉을 잡다니, 판사가 되려나?”

그러나 아버지의 바람과는 다르게 망치질하는 걸 좋아했다.

뭔가를 만들고 제작하고.

그런 것들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판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다.”

아버지는 실망했지만 어쩌겠는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그의 별명은 금손이 되었다. 뭔가를 만드는 데 있어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기 때문.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교통사고.

“살아서 다행이야. 살아서…… 정말.”

“손이 이상해요. 아버지, 손이…… 손이 이상해요.”

하지만 후유증이 심했다. 마치 기계처럼 정밀하게 움직이던 손이 더 이상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이다.

“꾸준히 재활을 한다면 손가락을 움직일 순 있을 겁니다.”

“이전처럼은…… 안 되는 건가요?”

“……안타깝지만.”

청엽은 절망했다.

뭔가를 만들 수 없다니. 손이 망가져 버리다니.

살아도 산 것 같지가 않은 나날이 계속됐다.

재활도 게을리했다. 이전처럼 돌아오지 않는다는데. 재활은 해서 뭐하겠는가.

그러던 와중 게임이 하나 출시됐다.

가상 현실 게임, 뉴라이프.

“새로운 삶을 살게 해 드립니다.”

그 캐치프레이즈가 청엽의 눈을 사로잡았다.

1장. 뉴라이프, 시작(1)



가상 현실 게임은 이전에도 나왔었다. 뉴라이프는 말하자면 후발 주자였다.

“그야말로 새로운 현실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곳에서 유저들은 다양한 것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냥, 제작, 힐링……. 수많은 것들을 구현했습니다.”

동영상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기존의 가상 현실 게임과는 완전히 달랐다.

실사 같은 그래픽과 똑똑한 NPC들.

그리고.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엘데스크롤과 같은 극한의 자유도. 저희는 그 자유도를 구현화해 냈습니다. 사냥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사냥을. 뭔가를 만드시고 싶은 분들은 제작을. 농사를 하고 싶은 분은 농사를. 여행을 다니며 힐링하고 싶은 분들은 힐링을.”

극한의 자유도.

뉴라이프는 말 그대로 새로운 삶이었다.

“예? 뭐라고요?”

“다른 가상 현실 게임과는 달라. 게임 내에서는 다치기 전처럼 손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데?”

어차피 예전처럼 손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청엽은 대충 재활하고 있었다.

“정말요?”

의사의 말은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손을 다시 쓸 수 있다니.

“그래. 정말이야. 너 그렇게 대충대충 재활할 거면 차라리 게임이라도 해라. 거기서 감각을 계속해서 일깨우면 더 빠르게 재활이 된다는…….”

담당 의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청엽이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손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요!”

“그, 그래.”

“손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요!”

“아, 그렇대도. 너무 얼굴이 가깝다, 좀!”

청엽은 곧바로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뉴라이프는 파격적인 가상 현실 게임인 만큼 가격 또한 파격적이었다.

천오백만 원.

“갚겠습니다, 아버지. 부탁드립니다.”

“그게 재활이 된다고?”

“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좋아. 네가 그렇게 의욕을 보이는 게 얼마 만인가 모르겠다. 돈 생각은 하지 마라. 당장 사 줄 테니.”

“꼭 갚을게요.”

청엽의 머리엔 단 하나의 생각밖에 없었다.

‘손을 다시 움직일 수 있어.’

일말의 희망이 생긴 느낌이었다.

퇴원 후 집.

“으리으리하네, 캡슐.”

배달된 캡슐이 전문 설치 기사에 의해서 설치됐다. 청엽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캡슐 안으로 들어섰다.

구우웅.

캡슐이 가동된 후 눈을 뜨니 신기한 공간에 와 있었다.

심플한 하얀색 공간.

그 앞에 둥그런 공 모양 빛이 있었다.

“반갑습니다! 새로운 모험자분! 이쪽으로 와 주세요!”

“오…….”

청엽도 가상 현실 게임을 해 본 적 있다. 초창기 가상 현실 게임 전용 게임방에서 해 봤었는데, 그때 그 게임과는 완전히 달랐다.

NPC의 말에 따라 가까이 가기 전, 청엽은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움직인다…….”

사고 이후 느끼지 못했던 감각.

“움직인다. 움직여.”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손이 움직인다. 옛날처럼. 사고가 나기 전처럼.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청엽은 엄지부터 새끼까지 골고루 움직였다. 이전처럼 잘 움직인다.

눈에는 눈물이. 입가엔 미소가.

기이한 표정으로 청엽은 둥그런 공 모양 빛 앞에 섰다.

‘아직 일러. 아직 좋아하긴 일러. 섬세한 움직임이 안 될 수도 있잖아.’

“대륙 아르타니스는 마왕의 위협에…….”

청엽이 가까이 가자 빛이 게임 내의 배경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경 설명이 들어올 턱이 있나.

청엽은 계속해서 꼼지락꼼지락 손을 움직였다.

“아르타니스에서 사용하실 이름을 정해 주세요!”

“하하하.”

그래도 기쁨은 감출 수가 없었다. 완벽하겐 아니더라도 이전처럼 움직인다는 게 너무나 기뻤다.

“……아르타니스에서 사용하실 이름을 정해 주세요!”

“하하하핫.”

빨리 뭔가를 만들고 싶었다. 손의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르타니스에서 사용하실 이름을 정해 주세요! 모험가님!”

“아, 아. 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청엽이 이름을 정했다.

“청엽으로 하겠습니다.”

“‘청엽’ 님! 지금부터 눈앞에 보이시는 창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빛이 순간 팽창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팽창된 빛이 청엽의 창을 가리켰다.

“떠 있는 세 개의 창은 외형 변화에 관련한 창입니다. 뉴라이프에서는 플레이어의 새로운 삶을 지원합니다! 외형 변화는 물론 나이대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외모는 지금 이대로도 만족한다.

이전과 동일한 모습으로 청엽은 설정했다.

“키만 살짝…….”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센티만 높였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대로.

“한번 설정하신 외형은 게임 시작 후 변경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고는 청엽의 몸을 한 바퀴 빙 하고 돌더니 마치 스캔 하듯 위 아래로 움직였다.

“간단한 게임 조작에 대해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르타니스에서 모든 플레이어는 개인 스테이터스창을 갖습니다. 개인 스테이터스창을 보시려면 오른쪽 검지를 왼쪽 손목에 대시면 됩니다. 혹은 스테이터스창이라 말로 표현하셔도 켜집니다.”

청엽은 오른손 검지를 왼쪽 손목에 댔다. 그러자 눈앞에 창 하나가 떴다.

“지금은 아무것도 뜨지 않는 빈 창이지만 본 게임에 들어가시면 플레이어님의 정보가 뜹니다. 스테이터스창을 끄려면 시선을 스테이터스창이 아닌 다른 곳을 보시면 됩니다!”

그 이후 기본적인 대륙 아르타니스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금 설명된 후 빛이 청엽을 한 바퀴 빙 돌았다.

“그럼…… 즐거운 뉴라이프 되시길.”

빛이 청엽을 휘감았다.



* * *



시작의 도시.

뉴라이프를 시작하게 되면 공통적으로 시작의 도시에서 시작하게 된다. 시작의 도시는 총 열 개. 그중 랜덤으로 한 곳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전에 클리어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튜토리얼.

“튜토리얼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인자하게 생긴 노인 NPC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기본 조작과 전투, 제작 등 다양한 기초 테스트를 진행할 겁니다.”

뉴라이프의 튜토리얼은 스킵할 수가 없다.

이곳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무조건적으로 배워야 했다.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튜토리얼이 시작될 겁니다.”

건물 안엔 다양한 유저들이 있었다. 다양한 외양. 다양한 언어. 물론 언어는 처음 등록할 때 설정한 언어로 전부 번역되어 나오지만…….

“힘세고 강한 아침. 누가 내게 물어본다면 나는 문도.”

“당신의 게임 생활. 뉴라이프로 대체되었다. 재미있습니까? 이 게임?”

가끔씩 번역이 잘못되어 나오기도 했다.

어마어마한 동접자 수. 한국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즐기며 동시 번역까지 되는 게임. 이러니 갓겜이라고 불릴 수밖에.

“튜토리얼이 시작됩니다.”

각양각색의 초보 플레이어들과 함께 튜토리얼이 시작됐다.

각 유저에게는 아주 간단한 미션이 부여되었다. 처음 가상 현실 게임을 하는 이들에게 딱 걸맞은 수준의 튜토리얼이었다.

“진짜 같네, 이거!”

“님, 길 좀 비켜 봐요! 악! 이, 이 새끼야! 길 좀 막지 말라고!”

지루할 만도 했지만 태생이 플레이어. 새로운 게임은 튜토리얼마저 재밌는 법이다. 물론 싸우는 이도 여럿 있었으나 여기선 서로 치고 박고 싸울 수가 없다.

청엽은 우선 설명에 따라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청엽> <Level 1>

<직업: 없음>

<Hp: 100/100> <Mp: 100/100>

<타이틀 없음>

<가호 없음>

<힘: 5>

<체력: 5>

<민첩: 5>

<지력: 5>

<잔여 포인트: 0>


힘은 물리적인 공격력.

민첩은 공격 속도 및 이동 속도.

지력은 마법 공격력과 MP에 영향을 끼치고 체력은 오를수록 HP가 오른다.

레벨이 오르면 포인트를 5씩 주고 그 포인트를 원하는 스탯에 투자할 수 있다.

기본 스탯은 전부 5였다.

뉴라이프에는 희귀, 영웅, 전설의 직업이 존재한다. 물론 이 세 가지 등급에 포함되지 않는 일반 직업도 존재한다.

그러나 일반 직업은 무척이나 얻기가 쉽고 희귀 직업으로 전직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희귀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본직업 이외에도 서브 직업을 여러 개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본직업은 딱 하나밖에 가지고 있을 수 없었다.

이 중 전설 직업은 직업 시스템에서 가장 높은 등급이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전설 직업이 무조건적으로 좋은 건 아니었다. 랭커 중에선 영웅 직업을 가진 이도 있었고 희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도 있었다.

좋은 직업이 강한 힘을 낸다고는 하지만 백 퍼센트가 그런 건 아니란 소리다.

“내가 전투 교관인 프로페시아다. 자, 자네들 앞에 허수아비가 보이지?”

위이잉.

각 플레이어 앞에 허수아비가 소환되었다.

눈과 입이 X 표시가 된 허수아비로 때리기 좋은 몸을 가지고 있었다.

“쳐라! 일단 쳐서 감각을 익혀라!”

툭-

퍼억-!

각자의 방식으로 플레이어들이 허수아비를 치기 시작했다.

“쳐라, 더 강하게!”

청엽은 허수아비를 잠시 바라봤다. 조악하게 만들어진 허수아비.

‘불쌍해 보이네.’

얼마나 못 만들었는지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

‘조금 더 때리기 좋게. 표정 같은 걸 조금 넣거나 자세 같은 것만 바꿔서 만들면.’

한층 더 때리기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엽은 일단 주먹으로 허수아비를 쳤다.

‘빨리 만들고 싶은데.’

대충 몇 번 치고 나니 전투 튜토리얼이 종료됐다. 이다음은 제작 튜토리얼이었다.

그곳에 성난 근육의 교관이 있었다.

“제작소에 온 걸 환영하네. 이곳에선 간단한 제작에 대해서 가르쳐 주지.”

그가 말을 할 때마다 근육이 꿈틀댔다.

“어떤 걸 만들 수 있나요?”

근질근질한 두 손.

“이곳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물건들을 만들어 볼 수 있지.”

교관이 재료들을 내밀었다.

“오…….”

청엽의 눈이 반짝였다.

튜토리얼에서 만들 수 있는 물품들은 아주 간단한 물품이었다.

나무로 된 검과 나뭇잎을 모아 만들 수 있는 나뭇잎 옷.

그리고 몬스터의 가죽으로 만드는 허름한 가죽 갑옷이었다. 재료들은 전부 이곳에서 지급이 됐다.

물론 만들어진 것들에 대한 값어치는 크지 않다.

1골드도 되지 않을 것이다.

“자, 한번 만들어들 보게!”

뉴라이프의 특징이라고 하면 다른 가상 현실 게임과는 다른 현실감이었는데, 이 현실감은 제작에서도 통했다.

시스템이 제작을 조금은 도와주지만 정말로 조금이다.

그저 보조 역할밖에 하지 않았고 직접 만드는 플레이어의 역량이 중요했다.

쉽게 말하자면 제작은 어렵다.

아주 쉬운 걸 만드는 게 아닌 이상 어렵다.

재미를 붙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뭐가 이리 어려워!”

“아, 너무 현실감 있는데. 난 원래도 손재주가 그리 좋지 않단 말이야.”

“님, 이거 거적때기 맞죠?”

“……나뭇잎 옷인데요.”

왁자지껄한 유저들의 소리에도 청엽은 묵묵히 나뭇잎 옷을 만들었다.

손이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그 사실 하나가 이렇게 기쁠 줄은 몰랐다.

띠링!

-빛나는 나뭇잎 옷을 완성했습니다!

-뛰어난 손재주로 스탯이 생성됩니다.

-스탯: 손재주

만렘 금손의 독점공방


지은이 : 새도

제작일 : 2019.04.02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이가영

표지 : 김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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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449-0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