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화
1. 프롤로그
-메시지 받아~ 메시지 받아~
메시지 알람이 울려 급히 핸드폰을 연다.
이번에는 붙었을까?
이번에도 떨어지면 끝이다.
또 떨어지면 참치잡이 원양어선에라도 타야 한다.
손가락이 떨린다.
그래. 이번 면접은 잘 봤어.
우연히 내가 신문에서 본 걸 물어보기도 했고 떨지도 않았어.
그러나 손가락을 움직여서 확인한 현실은 잔인했다.
[……귀하의 인상적인 자격과 능력에도 불구하고 선발 인원 제한을 이유로 귀하에게 불합격 통보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귀하께서는 더 좋은 자리…….]
떨어졌다.
이번이 몇 번째였더라?
인상적인 자격과 능력?
그런 게 정말로 있었다면 떨어질 리가 없지.
이번 회사는 신입들이 한 달도 못 버티고 나가는 회사였다.
그런 회사조차 날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속보입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1위 길드인 백두가 오늘 태평양 S급 던전, 아틀란티스 원정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공략은 아틀란티스의 오버플로 현상을 제어하기 위한 것으로 수많은 나라에서 길드들이 파견되었는데, 그중 가장 돋보인 것이 바로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의 1위 길드 백두였습니다.
긴장 때문에 켜 놓기만 한 낡은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던전, 길드.
2020년 전까지만 해도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2020년, 던전과 몬스터가 출현했다.
이어 이를 막을 수 있는 각성자들이 나타났다.
물론 나와는 연이 없는 세상이다.
각성 기미도 안 보이고 몬스터 경보만 울려도 도망가기 바쁘다.
각성자였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퍼진 온갖 낭설까지 다 검색해 봤다.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 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무참히 실패.
‘인터넷을 믿은 내가 미친X이지.’
당장 어떻게든 어떤 일이라도 구해야 한다.
내 생활비는 굶고 불 안 때고 살면 된다.
하지만 병원비는 아니다.
이 나라 의료 보험은 확실히 잘되어 있다.
온갖 받을 수 있는 지원은 다 받았다.
그러나 연체한 병원비까지 책임져 주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알바를 늘려서…….’
-메시지 받아~ 메시지 받아~
또 메시지다.
또 따로 면접 본 회사가 있었나?
[귀하는 위대하신 분의 눈에 들었습니다.]
위대하신 분, 누구?
[위대하신 분은 귀하에게 선물을 주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살다 보니 별 요상한 문자가 다 오네.
[귀하의 특기를 알려 주세요. 그 말이 진실이라면 위대하신 분께서는 귀하의 특기에 따른 선물을 주실 겁니다.]
“장난치나…….”
혹시나 공석이 생겨서 합격 통보라도 온 건가, 하고 기대했다.
그러나 온 것은 완전히 사이비 종교 광고다.
요즘 이런 종교 가입 권유 문자들이 꽤 나돌고 있다.
소문으로만 들었지 진짜는 처음 보지만.
“차단한다. 새끼들아.”
[이 번호는 차단할 수 없습니다.]
뭐지? 차단할 수 없다?
그런 번호가 있어?
메시지를 지워 보려고 해 봤다.
이번에는 메시지도 안 지워진다.
“설마 정말인가?”
그러고 보니 각성 경험담 중에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날부터 이상한 전화가 왔다.
무시했더니 가는 곳마다 전화가 울렸다.
그리고 그 전화를 받으니 각성했다.’
라고 한다.
그냥 괴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인가?
“밑져야 본전이지.”
하지만 특기가 걸린다.
특기가 진실이라면, 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만약 정말 이게 각성자가 되는 길이라 치자.
만약 거짓 특기를 보내면 아예 기회가 날아갈 수 있다.
내 특기가 뭐지? 구르는 거?
어릴 적 아버지가 던전에 휘말려서 돌아가셨다.
보험금은 친척에게 뺏겼다.
병든 어머니의 병원비를 벌려고 일만 했다.
그 덕에 고등학교는 검정고시.
대학은 알바 하러 가다가 입구만 보는 신세다.
그런데 각성자가 되고 나서 구르라고?
그건 절대 싫다.
“굳이 따지자면 독서인데…….”
내 유일한 특기다.
책 빨리 읽고 책 내용 외우기.
놀 거리가 책 읽기밖에 없었다.
하지만 책 읽을 시간도 없고, 책 살 돈도 없다.
그래서 생긴 특기다.
“너로 정했다!”
[특기가 입력되었습니다. 능력을 검색 중입니다.]
책 읽기도 특기로 인정이 되는군.
[검색이 끝났습니다. 위대하신 분이 선물을 드립니다.]
[SSS랭크 스킬 ‘차원 서점’을 획득하셨습니다.]
[기본 애플리케이션 ‘상태’를 획득하셨습니다.]
[기본 애플리케이션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특수 애플리케이션 ‘서점 입장’을 획득하셨습니다.]
[차원 서점으로 이동합니다.]
“이동? 우와아악!”
갑자기 놀이 기구라도 탄 것처럼 위아래가 뒤집힌다.
눈알이 상하전후, 좌우, 동서남북으로 돌아간다.
이 현상은 토가 나오기 직전에야 겨우 멈췄다.
“뭐야? 여기…….”
이상한 곳에 왔다.
사방에 책장이 가득하다.
그 책장은 마치 탑처럼 눈에 안 보이는 높은 곳까지 뻗어 있다.
바닥은 축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그 바닥에도 책이 한가득했다.
“어서 오세요. 차원 서점에.”
목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 보았다.
폭이 넓은 검은 옷.
정돈되지 않은 채로 묶인 머리.
커다란 안경.
전체적으로 책벌레라는 인상이다.
“차원 서점?”
그 목소리.
이동하기 전 목소리가 분명 그렇게 말하기는 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각성했어…….”
“각성? 아, 손님의 차원에서 말하는 자격을 뜻하는 거군요.”
“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말 놓아 주세요. 손님.”
“손님? 내가요? 아니, 내가?”
“이 차원 서점의 점주 대리, 뉴티아. 손님의 성함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시현, 유시현입니……. 아니, 유시현이야.”
“유시현 님, 그럼 손님께 이곳에 대해 설명해 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며 내게 다가오는데 꽤 크다.
여자치고는 꽤 큰 키였다.
170은 되지 않을까?
나하고도 별 차이가 안 난다.
물론 그쪽도……. 흠흠…….
“이곳은 차원 서점, 모든 차원의 모든 책을 파는 곳.”
“모든 책?”
“네. 하지만 바깥세상의 책하고는 조금 달라요.”
“어떻게 다릅니……. 아니, 다른데?”
“저희 책에는 갖가지 마력이 담겨 있어요.”
“마력? 헌터들이 마법 같은 거 쓸 때 쓰는 그거?”
“네. 그래서 책을 사 읽으면 능력이 오르거나 스킬을 배울 수 있답니다.”
“스킬을? 몇 개나?”
“배우시고 싶은 만큼, 이라고 하면 답이 될까요?”
대박이다.
각성자에게 스킬은 중요하다.
각성하면 누구든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신체 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신체 능력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킬이다.
신체 능력이 강해도 스킬이 약하면 헌터로 대성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각성자들은 대개 스킬이 하나다.
물론 추가로 스킬을 얻을 방법은 있다.
아주 드문 2차 각성과, 아주 드물게 던전에서 나오는 스킬북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얻는 스킬은 완전히 랜덤이다.
겨우겨우 추가 스킬을 얻어도 문제가 생긴다.
기존 스킬과 융화가 안 되어 오히려 스킬이 약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걸 나는 개수 상관없이,
거기다 내가 골라서 배울 수 있단다.
그야말로 대박이다.
“잠깐! 판다고 했지? 뭐로 사면 돼? 돈? 물건?”
“손님의 행동에 따라 코인을 얻을 거예요.”
“코인?”
“네. 그 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어요.”
“그럼 코인만 있으면 어떤 스킬이든 배울 수 있다는 거지?”
“반은 맞지만 반은 틀려요.”
“어떻게 틀려?”
“지금 손님은 이곳 층, 즉 1층의 책만 사실 수 있어요. 즉 2층 이상의 책은 못 사세요.”
뉴티아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킨다.
나도 그 손가락을 따라 위를 보았다.
처음 들어올 때 본 것처럼 이 공간은 탑처럼 되어 있었다.
하지만 올라가는 계단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다음 층은 어떻게 가는데?”
“그것도 코인이에요. 기본 코인과 특수한 코인. 이 두 가지가 있다면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있어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코인이다.
코인을 써서 책을 산다.
코인을 써서 다음 층으로 올라간다.
“스킬들은 얼마나 돼? 모든 스킬이 다 있는 건 아니지?”
“인간이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다 있어요.”
놀라서 혹은 기뻐서 정신이 멍해진다.
현재 한국 랭킹 1위인 백두의 길드장, 검천 이휘룡의 만검화병(萬劍化兵).
그 라이벌인 대마인 홍시호가 자랑하는 이차원의 마왕, 케르눈노스를 소환하는 강마술.
몇 층에 그 스킬들이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곳에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많은 스킬이 있다면…….
“혹시 병을 고치는 스킬도 있어?”
“네. 만병통치약을 만드는 연금술 책도 있고 죽은 자도 살려 내는 소생술도 있어요.”
“말기 암이라면 어때?”
세상이 바뀌어 암은 정복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돈 많은 이들의 이야기다.
우리 집처럼 가난한 사람에게는 아니다.
암은 여전히 무서운 병이다.
손쓸 시기를 놓쳐서 온몸에 전이가 되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전이가 심하신가요?”
“몸 쪽 주요 장기에는 전부 전이되셨어.”
“그렇다면 10층까지는 올라가셔야겠네요. 안타깝지만.”
안타깝다?
내겐 전혀 아니었다.
그렇게 전이된 암을 고칠 방법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치유 스킬 보유자를 데려와도 안 될 거라고 했다.
그런데 그 스킬이 고작 9층 위에 있다.
“그걸로 충분하세요?”
“뭐?”
“그것이 손님의 가장 큰 목표인가요?”
내 목표.
5분 전까지 내 목표는 간단했다.
어떻게든 어머니의 병원비를 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각성자가 되었다.
병원비 정도는 크게 문제가 안 된다.
그리고 그것도 10층에 도달해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면 사라질 목표다.
뉴티아의 질문은 그 다음에 대한 것이다.
돈을 벌고 어머니 병을 고치면 그다음은 내가 뭘 할 것인가.
“제가 하나 추천해 드릴까요?”
“어떤 거?”
“이 서점, 꼭대기 층에 있는 책이 어떤 책인지 아세요?”
“어떤 책인데?”
꼭대기 층.
말을 들어 보면 아마 엄청난 스킬을 품고 있을 거다.
무슨 책일지 궁금하기는 했다.
“모든 던전과 몬스터를 지배하는 책. 목표로 삼아 보실 법하지 않으세요?”
2. 책, 책, 책을 읽읍시다 (1)
‘던전과 몬스터를 지배한다라…….’
솔직히 구미가 당기기는 한다.
던전과 몬스터를 지배한다.
사실상 던전에서 창출되는 이익을 독점하는 것이다.
몇몇 길드는 알짜배기 던전을 독점해서 꽤 재미를 보고 있다.
그런 걸 혼자서 할 수 있다.
이 지구의 지배자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머니 병이 먼저야.’
10층까지만 가면 어머니 병을 치료할 수 있다.
다시 건강하시던 시절로 돌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돌아갈 뿐이겠는가?
시현은 온갖 수를 써서 지금까지 못 시켜 드린 호강을 제대로 시켜 드릴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우선 돈이야. 그리고 돈을 벌려면 지금 내 상황을 알아야 돼.’
각성자는 각성할 때 잠재 능력에 따라 개별적인 능력치를 부여받는다.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그 능력치에 맞는 스킬을 얻는다.
하지만 시현은 다르다.
시현의 스킬은 책을 통해 스킬을 배우는 것이기에 능력치에 맞는 스킬을 배워야 했다.
“상태창 실행.”
<상태>
이름 : 유시현
칭호 : 없음
특화 : 없음
근력 : 10
기민함 : 10
마력 : 15
행운 : 10
보유 일반 코인 : 0
보유 특수 코인
없음
</상태>
서점으로 나혼자 무한스킬
지은이 : 슬리핑캣
제작일 : 2019.07.30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김민혜
표지 : 고요1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수색로 191, 502호(증산동, 두빌)
전자우편 : golem81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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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305-3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