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한 줄 알았더니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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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1장 뒤통수가 아려온다(1)



[……중. 작업 중입니다. 현재 진행도는 78%……]


눈앞에 떠오르는 글자를 애써 지워내면서 피를 입 밖으로 뱉어냈다. 폐에 차오르는 핏덩이가 계속해서 몸을 좀먹어가고 있었다.

“잘난 대마도사님도 배때기에 칼 한 번 박아주면 꼼짝 못 하죠. 이제 시스템은 전부 나한테 이양될 텐데, 어쩌시나? 불쌍해서.”

“쿨럭……!”

웃기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핏물이 목을 타고 넘어와서 바람 빠지는 소리만 계속 나는 터라, 그저 이를 악 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자,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당신이 숨겨놓은 시스템 로그(System log). 어디에 있지?”

그 말에 경련하는 입꼬리를 애써 추켜올렸다. 역시 그건 발견하지 못했나. 그러면 가능성은 있다.

회생의 가능성이.

“……다.”

“뭐라고?”

내 말을 듣기 위해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오는 놈. 그놈의 귓가에 대고 힘없이 속삭여 주었다.

“귀 파주는 ASMR이다…… 이 x발새끼야…….”

천천히 눈을 감는다. 어둠의 장막이 눈꺼풀을 덮고, 천천히 의식을 암전시켰다.

그렇게 나는 죽었다. 가장 아끼고 좋아했던 내 제자의 손에.

아니,

전부 그렇게 생각했겠지?



* * *



눈을 뜨자마자 눈알을 또르륵 굴려 주변을 쳐다보았다. 본능적으로 정신을 차리자마자 상황판단을 시작한다. 마치 현대인이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켜고 확인하는 것처럼, 나는 상태 창을 열어 확인했다.


[당신의 상태를 보여드립니다.]


『루이드 이비엘(RuiSde eviel)

19세. 빈민. 미약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습니다.

마나 특성이 개화되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익힌 기술이 없습니다.』


루이드 이비엘. 그게 내 이름인가? 번쩍 드는 정신에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광경에 비하면 거의 폐허나 다름없을 정도로 허름한 집안. 볏짚을 대충 깔아 놓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내 모습이 참으로 처량했다.

“성공……했다.”

내 육체는 그대로 가져오지 못했다. 마법의 경지도 그대로 가져오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그것도 여태까지 전례가 없었던 막대한 방법으로.

“성공했어! 성공했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꽉 쥐고 부르르 떨었다. 진짜 성공했다. 솔직히 말해서 될지 안 될지 확신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가설로 성공확률을 점쳤을 뿐, 실제로 실행해 볼 수가 없었으니까. 대부분의 가설이 실패로 끝나는 걸 생각해 보면 정말 희박한 도박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

내 원래 이름은 루이드 이비엘이 아니다. 리디어 이티러벨. 그게 내가 이 세계에서 가진 이름이다. 그리고 진짜 이름은 김성훈.

이 세계에 떨어졌을 땐 정말 막막했었다. 그땐 튜토리얼이고 뭐고 없었다. 세계의 균열이 무작위로 아무데서나 인간, 혹은 아인종을 데려와 바닥에 떨군다.

중요한 것은 그 위치가 랜덤이라는 것이다. 소환되는 자의 태반이 거기서 죽었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상공 50미터에서 갑자기 소환되어 지면에 충돌해 터진 만두가 되는 인간들이 속출했다. 망망대해에 떨어져 익사하거나 물고기 밥이 되는 것도 아주 흔해빠진 이야기였다.

나는 그 와중에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 숲에 떨어졌었다.

숲에 떨어지고 나서는 고블린들과 몬스터에게 이틀 밤낮을 쫓겼다. 나는 왜 인간을 지구력이 가장 좋은 동물이라고 하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죽음의 위기를 앞두면 인간은 믿을 수 없는 지구력을 보인다는 것을 그때 겨우 알았다.

그리고 마법을 배웠다.

다행히 이곳의 마법체계는 매우 수준이 높았다.

무작위 세계에서 소환된 인간들 중엔, 수준 높은 마법사나 검사들이 상당 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마법사나 검사라면 하늘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 갑자기 땅속으로 텔레포트되는 경우만 아니라면 망망대해에 떨어지더라도 충분히 살아날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그런 검술 이론과 마법 이론이 모이고 모여 상승효과를 만들어 내었고, 나는 그것을 열심히 배웠다.

다 배우는 데 한 5년 정도 걸렸던가. 다 배우고 나서는 개인 연구를 중시했다. 집에 돌아가고 싶어서 차원 벽에 대해 연구했고, 차원 벽의 결함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내고서 발표했다. 그것으로 추락사하는 소환자가 사라지고 튜토리얼을 생성할 수 있었다. 그때 생각난 것이 게임 시스템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판타지를 많이 챙겨 보았으니까, 그렇게 세상을 재편할 수 있다면 세상이 참 재밌어질 것 같았다.

내가 이곳으로 소환되기 전에도 몸에 나노머신을 집어넣어 몸 상태를 파악한다니 뭐니 하는 것이 있었으니까 그런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겠지 싶어서 계속해서 마법을 연구했다.

결과적으로, 그 연구에 34년을 사용했다.

세계를 재편하는 연구는 과연 만만치 않았다. 나 혼자의 힘으로는 당연히 역부족이었기에, 좀 내로라하는 괴물이라면 굳이 찾아가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연구에 참여해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다.

나는 이미 전 세계에서 으뜸가는 마법사였기에, 그런 내가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니 끝까지 거절하는 사람은 한 놈 빼고 아무도 없었다.

공간을 베어낼 수 있다는 검신의 검을 연구해 아공간 창조의 단서를 잡고, 모든 것을 꿰뚫어본다는 드래곤 로드의 관심안을 연구해 상태 창과 스킬 창을 고안해내고, 강제로 인간을 조종할 능력을 갖춘 반신의 고유능력을 연구해 스킬 각인 시스템을 창조해냈다.

그건 정말로 힘든 일이었다. 남색가 검귀에게 정조를 수백 번 위협 당했고 드래곤 로드에게는 전 재산을 털어 바쳐야 했으며 반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렇게 열심히 해서 기본 기틀을 잡고 퀘스트를 하나씩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중에서도 으뜸가는 업적이라고 한다면 역시 초월 자율형 AI, 시리우스를 만들어낸 것이겠지. 시리우스는 가상의 시스템 관리자가 되어 대륙 전역을 관리하게 되었다.

물론 시스템이 강제가 되어버리면 너무나 답이 없어지기 때문에 시스템 사용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해 두었다. 모든 존재에게 시스템을 강제 적용하려면 단 하나의 마스터 키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마스터 키는 나만 알고 있지.

“시스템 로그는 얼어 죽을 시스템 로그. 내가 그런 걸 왜 남겨두냐? 진작 용암에 처박아 뒀지.”

낄낄 웃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허름한 집이다. 가족도 아마 없을 것이다. 이 몸의 주인은 가족이 있을 수가 없는 몸이니까. 역사개변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체.

원래 ‘있을 수 없는 역사’를 새로 창조해내 ‘있는 역사’로 바꾸는 마법이다. 사실 환생마법이라고 하면 얼마든지 시전할 수 있다. 남의 영혼을 밀어내고 몸을 차지하는 방법이나, 시간을 역행하는 방법 같은 것.

중요한 것은 리스크를 짊어진다는 것이다. 남의 영혼을 밀어내는 것은 당연히 타인의 영혼이 큰 피해를 입는다. 심할 경우 소멸에 이를 수도 있는데, 영혼을 소멸시키면 사후의 지옥에서 최고형을 선고받는 중죄다. 반신에게 들은 이야기니 틀림없겠지. 나는 죽어서 영원히 고통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시간을 역행시키는 게 가능하냐 하면, 그것 역시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데다가 큰 문제점이 있었다.

시간을 역행시킬 경우 원래 시간대에 존재하는 내 존재와 마주쳤을 때 모순이 발생해 내 존재가 사라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나와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도 그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뼈아픈 일이다.

죽을 정도로 바꾸고 싶은 기억이 있었다면 시간 역행을 골랐겠지만,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할 메리트는 없었다.

그에 비해 이 방법은 그야말로 스마트하고 엘리트하고 엘레강스하다. 원래 없는 존재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영혼이 있을 리 없다. 시간을 역행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존재를 말소당할 일도 없다. 얼마나 좋은가.

그러면 일단 마스터 키를 입력해서 내 권한을 되찾아보도록 할까? 후후. 망할 자식들. 내가 권한만 되찾으면 배신한 놈의 목 정도는 수십 번 효수할 수 있다. 죽이고 되살리기를 한 이백 번 정도 반복해 주마.

“상태 창.”


[당신의 상태를 보여드립니다.]


“F3.”


[Bios setting에 진입합니다.]


설마 짐작도 못 했겠지. 상태 창을 켤 때 F3이라고 외치면 관리자 메뉴에 들어간다는 건.

익숙한 반투명 창에 미소를 날려주고선 관리자 메뉴를 열심히 조작했다. 일단 내 마나 체질을 개화시켜야 한다. 남아 있는 퀘스트 자원이 꽤 있으니까 그걸 개화시키고 나서 능력을 분배하고 나면 어떻게든 복수할 능력은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놈 역시 뒤에서 갑자기 기습하지 않았다면 맥을 추지 못하고 내게 당했을 테니까. 내가 마법능력만 찾는다면 무서워할 놈은 아무도 없다.

“좋아. 마나 체질 개화.”

관리자 메뉴를 열심히 터치하고서 마나 체질을 개화시킨다. 이제 확인을 누르고 마스터 키를 입력하면 끝.


[마스터 키를 입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디 보자. 김성훈123#.


[21일 전에 변경된 비밀번호입니다.]


네?


“김성훈123#.”


[21일전에 변경된 비밀번호입니다.]


아니, 잠깐. 아니야. 그럴 리가 없는데?

“성훈123#.”


[비밀번호를 세 번 틀리셨습니다. 10일 뒤에 다시 시도해 주십시오.]


아?

어?

응?

“허…….”

이러면 안 되는데?

아무래도, 마스터 키를 빼앗긴 모양이다.

환생한 줄 알았더니


지은이 : 검은먹

제작일 : 2019.01.15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김보나

표지 : 김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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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우편 : golem81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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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305-75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