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이지만 엑스트라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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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1화



“장래희망을 주인공으로 적는 애가 어디 있냐. 장난치지 말고 다시 적어와.”

왜 안 되는 걸까.

주인공이 되고 싶다. 세상 모든 이에게 주목받는 단 하나의 사람이 되고 싶다.

당신은 이런 생각한 적 없나?

난 항상 한다.

기왕 태어나 한 번 살다 가는 인생. 엑스트라보다는 주인공이 낫잖아.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아닐 거다. 다들 첫 장래희망은 주인공이라 할만한 것을 꿈꾸잖아.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점차 현실을 깨달아가며 장래희망 또한 점차 낮아지지. 나처럼 고3쯤 되면 대부분이 공무원 혹은 회사원을 장래희망이라며 말한다.

내 친구들만 해도 어릴 적 가수나 과학자, 의사, 스포츠 선수, 검사 등을 꿈꾸던 녀석들이 회사원, 경찰, 군인, 요리사 등 어느 정도는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직업으로 장래희망을 바꿨다.

“안 바꾼다고? 이거 생활기록부에 올라간다. 대학교 면접 볼 때 힘들어질 수 있어.”

바꾸기 싫다.

안다. 객기란 거. 그래도 싫다. 친구들한테 중2병이 늦게 찾아왔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래도 싫다. 너무 싫다.

어째서 스스로 엑스트라의 삶을 꿈꿔야 하는가.

난 이제 19살이다. 아직 살아갈 날이 그 3배는 남았다. 아직은 꿈꿔도 될 나이 아닌가.

딱히 무얼 할지 생각해보진 못했다.

그저 누구도 살아보지 못한 특별한 삶을 살고 싶다.

‘주인공.’

주인공이 되고 싶다.

주변 인물은 싫다. 조연은 되고 싶지 않다.



* * *



“아. 시발 차라리 조연이라도 시켜주지.”

소설 속에 들어와 버렸다. 그것도 엑스트라 악당의 몸으로.

2화



‘그러니까 이건…… 진짜군.’

4일 만에 이 상황을 인정했다. 지금 내가 처한 꿈 같은 상황은 꿈이 아니라 실제라고.

‘진짜 소설 속에 들어왔어.’

처음 백인 소년의 몸으로 깨어났을 땐 당연히 꿈이라 생각했다.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꿈에까지 나온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세상천지에 4일간 이어지는 꿈이 어디 있을까. 그것도 1분 1초 전부가 기억날 정도로 생생한 꿈이.

‘빌어먹을. 기왕 소설 속에 집어넣을 거면 주인공 시켜주든가.’

왜 하필 이 몸인가.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르윈 티에겐스. 티에겐스 공작가의 첫째.’

여기까지만 들으면 대단한 몸에 들어온 것 같지만 한 가지 사실이 더 붙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묘사되지도 않는 어떤 전투에서 전사. 빌어먹을…….’

내가 읽은 소설 속에서의 아르윈은 1부의 보스 역할을 하는 발데마르 티에겐스 공작의 장남이다. 

발데마르 티에겐스는 진주인공이라 독자들 사이에서 불릴 정도로 멋진 모습과 많은 분량을 자랑하지만,

[철혈공의 첫째 아르윈은 10살 무렵부터 티에겐스 가의 전장에 함께 했다. 그는 12살 말미에 마르켈의 부장이 되었고 전공을 쌓아 15살에 하나의 부대를 이끌기 시작했다. 제국 소룡 6인 중 하나로 뽑힐 정도의 재능을 갖고 있었으나 부대장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장에서 목숨을 잃는다. 그리하여 둘째 에르하드가 후계자로서 전면에 나서게 되는데, 에르하드는…….]

아르윈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이게 다다. 

주인공이 지나가는 성문의 경비도 이것보단 길게 묘사된다. 무려 대사도 있고 말이다.

‘빌어먹을 작가 녀석.’

무려 발데마르의 첫째 아들인데 좀 자세하게 알려줄 것이지 저 정도로 언급을 끝내면 어떡해. 

적어도 어떤 전투에서 어떻게 죽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내가 대비를 할 거 아냐.

티에겐스 공작가는 주인공에 의해 멸망한다. 

발데마르 티에겐스는 물론 에르하드도, 마르켈을 비롯한 상급기사도 전부 죽는다. 

소설의 주인공과 대립하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건 6년 후의 일이다. 주인공은 북부 왕국에서 한창 성장하고 있을 터, 지금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올해 아르윈의 나이는 14살.’

소설에 의하면 아르윈은 15살에 부대장이 되고 얼마 뒤 전사한다. 자세한 설명이 없기에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 

좀 버텨서 16, 17살에 죽었는지 아니면 부대장이 되자마자 죽었는지 말이다.

‘그래도 1~2년 안에 죽는다는 건 확실하지.’

그런데 사실 이것도 당장 급한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급한 문제가 지금 이 순간 내게 닥쳐있었으니까.

“전군! 전투 준비!”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우워어어어어어어어!

이 강렬한 함성이 들리는가? 수천의 병사가 일제히 내뱉는 힘찬 함성. 그리고 그것이 울려 퍼지는 땅. 그 전장에 서 있다는 거 그게 문제다. 그것도,

푸르륵.

거대한 전마(戰馬) 위에 올라선 기마병으로서 말이다. 

말은 타보긴커녕 실제로 본 적도 없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생인 내가.

“마스터. 여깄습니다.”

“……그래. 고맙다. 유리안.”

종자 유리안이 등에 메고 있던 창을 내게 건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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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안 미차욱스(남, 15세)

체력   17

민첩성 13

지능   11

정신력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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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안을 보자 그의 우측 상단 허공에 그에 대한 간단한 정보가 나타났다. 

저것 때문에 내가 지난 4일간 꿈인지 생시인지 더 긴가민가했었다. 진짜면 사람에 대한 정보가 보일 리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럴 수 있더라. 하긴 생각해보면 소설 속 등장인물이 되는 일도 일어났는데 저런 게 대수인가 싶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그 창을 한 손으로 드시다니. 저도 빨리 창을 다룰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별생각 없이 들었는데 창이 꽤 묵직하다.

창은 자루까지 강철로 만들어져 있었다. 유리안이 보병인지라 내게 창을 건네줄 때 머리 위로 창을 들어 올렸는데 손을 바르르 떠는 것이 꽤 버거워 보였다.

그걸 난 한 손으로 들고 있네. 현실의 나는 두 손으로도 이걸 못 들지 않을까. 이게 아르윈의 힘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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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윈 티에겐스(남, 14세)

체력   22

민첩성 17

지능   9

정신력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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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 나에 대한 정보도 표시되었다.

내가 유리안보다 1살이 어림에도 지능을 제외한 능력치가 조금씩 높다.

특히 체력은 5가 더 높았다. 아마도 저 차이로 인해 이 창을 한 손으로 다룰 수 있는 자와 없는 자가 나뉘는 거겠지. 

대충 체력 20 정도면 이 창을 다룰 수 있는 게 아닐까.

아르윈은 이미 기사로 서임 받은 상태다. 

아마도 공작의 장남이기에 가능한 이른 나이의 기사 서임이겠지만 능력치를 보면 아예 실력이 없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문제는 아르윈의 몸속으로 내가 들어왔다는 거다.

창을 내려봤다.

‘그냥 찌르면 되나?’

태어나 태권도 도장도 나간 적 없는,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 외엔 아는 게 없는 내가 창을 다루는 방법을 알 리 없지 않나.

그런 내가 창을 들고 죽고 죽이는 전장에 서야 한다니. 그것도,

쿠워어어어어어어억!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저런 괴물들을 상대로 말이다.

“시끄럽군요. 오크 놈들, 잔뜩 열이 오른 모양입니다.”

오크라 불린 녹색과 갈색 피부를 가진 이종족은 기본적으로 키가 2m가 넘어가는 괴물들이었다. 

키만 큰 게 아니라 멀리서 봐도 보일 정도로 울룩불룩한 근육이 온몸을 덮고 있는 것을 보면 힘은 또 얼마나 강할지.

아무리 아르윈의 신체가 14살치고는 강하다고 해도 저 괴물들만큼은 안 될 거다.

그래도 기사로 서임 받을 정도로 인정받은 진짜 아르윈의 전투능력이라면 저 괴물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처음 창을 잡아본 내가? 저 괴물들을 상대로?

“곧 전투가 시작될 것 같은데 제 위치로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마스터.”

“그래.”

“태양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유리안이 내게 군례를 하며 말했다. 나 역시 그대로 유리안에게 해주었고 유리안은 기분 좋게 웃으며 보병대 쪽으로 달려갔다.

“태양의 가호라…….”

태양은 스코바 제국이 믿는 신 솔을 의미한다. 

유리안은 내게 신의 은총을 빌어주고 간 것이다.

‘신의 은총이란 거 정말 있으면 좋겠군.’

그 은총이 나도 살려주고 너도 살려주면 좋겠네.

크워어어어어어어억!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오크의 고함이 전장을 뒤흔들었다. 

그 고함이 전투 시작 명령이었는지 오크들이 일제히 돌격해오기 시작했다.

“공자. 이쪽으로.”

다른 전마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듯한 전마에 탄 자가 날 불렀다.

죽음밖에 없을 것 같은 이 전장에도 날 살려줄 생명줄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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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켈 루스터(남, 31세)

체력   53

민첩성 39

지능   21

정신력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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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신체능력을 가진 이 남자는 소설 설정상 티에겐스 공작가에 단 4명 있는 상급기사이자 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다.

소설을 읽으며 느낀 바에 의하면 티에겐스 공작가에서 가장 강한 자가 바로 이 마르켈이다. 

아르윈 같은 엑스트라와 달리 몇 권에 걸쳐 등장하고 전투에서 크게 활약하는 장면도 꽤 나오는 중요한 조연급 인물이다.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지만 조연만 해도 소설 속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만이 될 수 있는 영광된 자리다. 

이런 작은 전장에 마르켈을 상대할만한 강자는 없을 테니 따라다니면 살 수 있겠지.

그런데 무슨 말을 하려고 부른 거지.

공작가 장남이지만 엑스트라


지은이 : 냉장고1

제작일 : 2018.10.01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이가영

표지 : 고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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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305-57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