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프받고 탑스타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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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1화 버프시스템



내 이름은 강철봉.

나는 한국 최고의 연예기획사 갈락티코 엔터테인먼트(Galactico Entertainment)의 대표이사다.

스타들만 모은다는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을 쓰냐고 웃어 대는 사람들의 콧대를 주저앉힌 지도 벌써 3년이 넘는다.

연예계에서 스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모두 내 소속사에 포함되어 있거나 거쳐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예 비즈니스에서는 압도적인 1위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결국, 여기까지 왔네. 강철봉. 출세했다.”

대표이사의 고급의자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으며 성취감을 맛보고 있는데 밖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뭐가 이렇게 또 시끄러워!”

삐이이―

“김 비서. 무슨 일입니까?”

“대표님! 배우 주민혁 씨와 고철진 씨가 오셔서 대표님을 뵙게 해달라고 성화를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들여보내세요.”

“예, 대표님.”

스타들만 모아 뒀더니 하나같이 어찌나 자존심들이 센지.

배우들 간에 배역 하나를 두고 다투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벌컥-!

20대 후반의 혈기왕성한 주민혁이 벌컥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왔다.

“대표님, 내가 찍어둔 역을 왜 상진 형님이 가져갑니까? 아무리 봐도 내가 어울리는데!”

주민혁의 뒤를 따라 들어온 30대 초반의 인기스타 고철진마저 내게 항의를 했다.

“민혁이 넌 좀 가만히 있어 봐! 난 진짜 억울하다고! 아니 대표님! 상진 형이 가로채 간 그 역할! 그거 제가 찍어 둔 거 대표님도 아시잖아요!”

두 사람은 대표실에 들어와서도 서로 자기가 더 잘한다며 항의를 했다.

“갑자기 이렇게 와서 웬 소란이야! 그리고 민혁이랑 철진이 너희 둘은, 상진 씨보다 연기력이 10포인트 이상 낮다니까!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그리고, 너희는 태생부터가 액션 배우야! 로맨스 연기는 때려죽여도 안 어울린다니까?”

내 기세에 밀려 주춤거리던 고철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항의해 왔다.

“아 진짜. 우리 대표님 또 그러신다! 그 포인트 이야기 좀 그만하세요. 도대체 그게 뭔데요? 우리 연기력이 얼마나 되는지 눈에 보이기라도 해요?”

주민혁 또한 고철진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대표님은 맨날 그 포인트 타령이신데. 사람 능력이 숫자로 보이기라도 하시다는 겁니까? 예? 컴퓨터에요?”

나는 두 사람의 말에 빙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보인다 보여. 너희들 능력이 훤히 보이니까 잔말 말고 다음번 배역이나 받아. 너희들에게 딱 어울리는 배역으로 골라줄 테니까 엉뚱한 욕심 내지 말고.”

늘 이런 식이다 보니, 섭섭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 말은 진심, 아니 진실이다.

‘보이기만 하냐? 올릴 수도 있는데. 겨우 연기 수치 25랑 30밖에 안 되는 녀석들을 버프를 줘서 이만큼 키워놓았는데 말이야.’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고 나한테 따지듯 덤벼드는 두 사람을 상대하고 있다 보니 처음으로 이 괴상한 능력과 만나게 되었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땐 참 아슬아슬했지.’



* * *



음악방송인 <뮤직빅뱅>의 대기실에서 4명의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철봉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오늘 라이브라니! 그런 말 없었잖아. AR(All Recorded)이 안 된다고? 그럼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고!”

4인조 아이돌 그룹 슈가걸스의 리더이자, 메인보컬을 맡아 노래의 70%를 소화하는 정예진이 서구형의 예쁜 얼굴을 찡그렸다.

정예진은 누가 볼까 두려울 정도로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아이돌이 저런 표정을 하면 안 되는데.’

나는 곧 무대에 오를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황급히 사정을 설명했다.

사정이라고 해 봐야 급히 대책을 세우는 중이라는 이야기밖에는 할 말이 없었지만 말이다.

“하아. 그게, 예진아. 이번에 새로이 바뀐 PD가 말이 잘 안 통하는 사람이다. 가수는 라이브를 해야 진짜 가수면서 말이야. 하여간, 지금 회사에서도 예능국장 선으로 클레임을 넣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응?”

내 설명이 끝나자, 서브 보컬을 맡은 박민아까지 울상을 지었다.

애교 있는 표정과 팬서비스로 유명한 박민아가 이런 표정을 보이는 것은 팀원들을 제외하고는 나 정도가 유일했다.

“오빠. 오늘 무대 망치면 어떻게 해요? 라이브는 한 번도 안 해봤는데…….”

CJS엔터의 4인조 여자 걸그룹 슈가 걸스는 결성 6개월 만에 이례적인 데뷔에 성공한 1년 차 아이돌이다.

상현고등학교 신입생 여름 축제 때 우연히 발굴했다.

네 명의 부모님에게서 도장을 받아낸 것도, 또 여기까지 직접 키워온 것도 나 혼자만의 몫이었고.

고등학교에 올라올 때까지 연습생 생활 한번 안 해본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을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실전 무대에 세우기까지 얼마나 고생이 많았던가.

멤버들의 부모님들을 설득하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그렇게 영입한 아이들을 회사는 곧장 굴려댔다.

기본기를 다지고 인성을 가르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그러니 남은 건 외모르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년간의 연습을 통해 춤과 노래를 연습시키는 정석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의 표정 연기를 집중하는 변칙을 택했다.

안무는 제대로 연습할 시간조차 없어 하늘거리는 손동작과 가벼운 스텝 위주로 구성했다.

부족한 노래는 전적으로 녹음실 엔지니어의 힘을 빌렸고.

회사가 붙여준 프로듀서는 유명무실한 밥벌레라, 춤과 노래까지 내 인맥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다.

그런데 대운이 들었는지, 그렇게 고생하며 데뷔시킨 슈가걸스의 디지털 싱글 첫 번째 곡 <두근두근 폴 인 러브>가 대중들에게 적잖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회사가 제대로 된 스태프를 붙여줬으면 모르겠지만, 이철민 이사의 라인이 아니다 보니 그 뒤로도 부족한 지원에 힘들어했다.

하지만, 곧장 이어 낸 디지털 싱글 <퍼피, 퍼피!>가 1위 후보에 올라버렸다.


『 청순파 아이돌의 등장! 』

『 정예진의 압도적 외모. 』

『 CJS의 신생 아이돌 슈가걸스. 데뷔 6개월 만에 음방 1위를 노리다! 』

『 군인들이 뽑은 최고의 아이돌 1의는 슈가걸스! 』


1위 후보가 되어, 기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이 밀려오자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데.

오늘 만약 1위를 할 수 있게 되면, 확실한 지원을 약속받은 순간.

사달이 나고야 말았다.

새로 뮤직빅뱅의 PD로 발령한 이동권 PD가 모든 노래를 라이브로 다 부르란 지시를 내리다니.

돌-I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곤 이건 너무하다 못해 미친 짓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세시봉 세대의 팬이라고 한다지만, 아이돌은 다 죽으라고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불안해하는 아이들을 다독이며 회사에 연락을 넣어뒀으니 조금 안심하고 기다리라고 했지만, 말이 먹히지 않았다.

이미 아이들은 패닉 상태였으니까.

“저, 저… 오빠. 저 도저히 못 하겠어요. 저 그냥 가수 안 할래요.”

마음이 여리고 외모와 체형도 가장 여성스러운 이슬기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목소리가 네 명 중 가장 청아했지만, 호흡이 딸려 임팩트 있는 부분에서만 살짝살짝 화음만 넣는 서브 보컬.

그녀도 라이브 경험은 전무 했다.

“슬기야. 괜찮아. 심호흡하고! 자, 조금만 기다려 봐. 지금 박동수 실장님과 이철민 이사님까지 나서서 PD와 방송국을 압박 중이거든? 잘 해결될 거야.”

마지막 멤버인 방상미는 그나마 멘탈이 좋고 느긋한 성격이라 관리가 편한 멤버였지만, 오늘따라 그녀도 혼돈의 도가니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오, 오빠. 우리 그냥 갈까? 하……하하. 이건 PD가 잘못한 거잖아. 우리가 방송을 째면 그 사람이 알아서 하지 않을까? CD를 틀던, 자료 영상을 틀던 말이야. 안 그래?”

“무슨 소리야. 상미 너까지 왜 그러니? 그리고 가긴 어딜 가?”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회사의 전화를 기다렸다.

어서 회사의 압박이 통해 라이브 결정이 취소되기를 말이다.

1분 1초의 피를 말리는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그동안 아이들은 대기실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전화가 울렸다.

[퍼피~ 퍼피~ 퍼피~ 앙앙!]

슈가걸스의 두 번째 싱글 <퍼피, 퍼피!>의 후크 부분 벨소리가 대기실에 울려 퍼졌다.

“여보세요?”

―철봉이냐? 나다. 이철민.

“예. 이사님. 어떻게 되었습니까? PD가 라이브 통보 취소했습니까?”

―실패다. 지금 현장에 너뿐이니까, 네가 어떻게든 애들 다독여서 이번 무대만 잘 넘겨야겠다.

“예? 실패하다니요. 이사님이 직접 이야기하셨는데도 말이 안 통한다고요?”

―사장님까지 나서서 예능국장한테 압박을 넣었는데, 그 신참 PD가 방송국 사장 라인이라서 못 건든단다.

“이사님! 이대로 라이브 들어가면 대형 참사 납니다. 지금 애들 완전 패닉에 빠져 있다고요!”

―야, 인마. 그러면 펑크 낼 거야? 그러면 두 번 다시 니 애들 무대에 못 서. 그러고 싶어? <뮤직빅뱅> PD 바뀌려면 최소 반년은 걸릴 거다. 그리고 거기 펑크 내면 다른 음악 무대는 설 수 있을 줄 알아? 어떻게든 하라니까. 이번 무대 망쳐도 최대한 미디어 대응하면 다 커버할 수 있어.

전화가 끊기고 내 설명이 끝나자 슈가걸스 멤버들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이대로 있을 순 없어 아이들을 달래봤지만, 헛수고였다.

‘빌어먹을.’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난다.

다시 한번 PD를 찾으러 다녀오겠다고 이야기했다.

“자, 잠깐만, 얘들아! 내가 나가서 PD랑 직접 이야기해 볼게!”

나까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일 순 없어, 잘될 거라는 표정을 지으며 대기실 밖으로 나왔다.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압박감이 사라지자 다리에 힘이 풀리며 복도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뭐? 형? 미쳤어? PD가 그랬다고?”

“야. 목소리 낮춰! 다 들려.”

“XX. 미친 거 아냐? 우리보고 라이브 하라면 어떻게 하라고!!!”

옆 대기실에서도 큰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나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가 혼비백산한 모습이었다.

“하하, 그래 너희들도 있었지.”

우리 아이들과 1위 경쟁을 하는 보이그룹 B-Jax 애들도 라이브는 안 된다.

그 격렬한 춤을 추는데, 인간이라면 라이브로 소화할 수가 없지. 그나마 다행인가?

다 같이 망하니까.

분명, 오늘의 무대는 중견 가수들과 발라드 가수 그리고 트로트 가수의 독무대가 될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돌은 그들의 가창력을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가 될 거다.

하지만, 그 이후엔?

팬덤이 들고 일어날 거고, 소속사에서도 강력한 항의를 할 거다.

조금 오버하면 출연 보이콧을 할 수도 있고.

싸움은 대형 소속사의 항의로 가수에게 유리하게 되겠지만, 그전에 입을 상처가 너무 컸다.

제대로 된 연습도 못 하고 데뷔시킨 슈가걸스의 가창력은 최악이니까.

립싱크를 통해 어렵게 버텨왔지만, 숨겨진 실력이 들키면 팬덤은 또 얼마나 떨어질까.

무대 영상은 역대급 개망신이 될 거고, 인터넷상에서 무한 복제될 가능성이 컸다.

또, 그걸 보는 우리 애들의 멘탈은 또 얼마나 망가질 건지 예측도 안 된다.

“후아. 진짜. 그냥 오늘, 상미 말처럼 미친 척하고 째 버릴까?”

그때 손에 든 폰이 위잉하고 울리며 까메오톡 메시지가 날아왔다.

혹시나 이철민의 문자 메시지인가 싶어 폰을 확인했다.

그런데, 익명의 메시지였다.


[#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유일무이한 버프 능력자로 선택되었습니다. ― 버프시스템 #]


“뭐?? 버프? 이게 무슨 소리야?”

뜬금없는 메시지에 처음 느낀 감정은 당혹이었고, 그다음은 분노였다.

이 순간에 이런 얼토당토않은 메시지라니.

회신 메시지를 보내 욕이라도 한바탕 부으려는데 계속해서 메시지가 전송되었다.


[# 버프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

[# 튜토리얼 오토 버프 시스템 : 전담 연예인 정예진의 가창력에 버프 포인트가 30 적용되었습니다. #]


어떤 미친놈이 메시지를 보내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게임 시스템 메시지처럼 까메오톡 메시지를 전송하고 있었다.

“뭐? 오토 버프 가이드? 게임 하냐? 어떤 놈이 지금 이때 메시지를 보내는 거야? 학철인가? 아니면 동구인가?”

회사의 3년 차 대리 동기들이 현장에서 괴로워하는 날 놀리려는 줄만 알았다.

그 자식들은 다름 아닌 이철민 이사의 라인이니까.

그런데, 그다음 메시지들 때문에 회사로 전화를 걸려는 생각을 멈췄다.

“뭐, 뭐야? 이거!”

메시지에는 내 정보와 함께 네 명의 아이들의 정보가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버프받고 탑스타 


지은이 : 현신

제작일 : 2018.03.29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임준현

표지 : 장은솔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수색로 191, 502호(증산동, 두빌)

전자우편 : golem81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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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13-98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