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법칙 : 기갑공학자 0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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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 Prologue



- 안녕하십니까. 생방송 ‘내일의 오늘’ 진행자 우재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오늘! 세상을 바꾼 게임, 『알피온』이 첫선을 보였죠. 단 1년 만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던 바로 그 게임에 대해서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현장에 나가 있는 백민재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현장에 나와 있는 백민재입니다. 『알피온』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오늘, 여전히 제작사와 배급사 등은 베일에 가려진 가운데 그 열기는 아직도 뜨겁습니다. 이러한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래서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알피온』이란 게임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알피온』이요? 당연히 알죠. 요즘 그 게임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저희 할아버지랑 할머니도 하시는걸요?”

“그러시군요. 그럼 『알피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생각하긴요.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죠. 어떻게 그런 일이 게임에서 가능한지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게임하는 사람 보면 솔직히…… 별로 안 좋은 시선이었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니까요? 정말 어디서 만들었는지 몰라도 대박이에요! 대박!”

“네,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이렇듯 시민들의 게임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킨 『알피온』. 현재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이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은 게임입니다. 항간에서는 신이 만들었다고 할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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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난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이 게임은 우리 사회 저변에 확대되어 방송/연애는 물론 경제/과학/교육 및 여러 분야에 걸쳐 그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알피온』을 한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합니다.

설문 조사 결과 『알피온』을 플레이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인원이 99%에 달해 놀라움을 더해 주고…….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으로 방송을 보고 있던 한 남자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나…… 대한민국 1%네?”

1. 알피온



“하암!”

한 남자가 어두운 사무실 안에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한창 바쁜 사무실이었다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겠지만, 상사도 부하도 없는 ‘창고 청소효율 관리부’ 사무실에서는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 2시밖에 안 됐잖아? 낮잠 자면서 시간 죽이는 것도 한계가 있지. 시간 참 더럽게 안 가네, 진짜.”

툴툴거리는 남자의 책상 앞에 덩그러니 놓인 명패에 새겨져 이름.

마공도.

공학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셨던 공도의 아버지가 공학의 길을 걸으라며 붙여 주신 이름이다.

하지만 그런 공도의 아버지는 공도가 대한민국 공학의 성지, 카이소트 공과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유명을 달리하셨다.

그랬기에 공도는 그 누구보다 더욱 치열하게 공부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그리고 좋지 않은 몸으로 뒷바라지하는 어머니를 호강시켜 드리기 위해.

그 결과 로봇공학을 전공한 공도가 졸업 논문을 발표했을 때 학계는 뒤집어졌다.

일개 학부생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파격적이면서 매력적인 논문은 학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유명 해외 대학과 거대 기업마저도 공도를 주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공도를 스카웃하려는 러브콜이 쇄도했고, 수많은 선택지 중 공도는 가장 좋은 곳을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때만 해도 인생 피는 줄 알았는데…… 뭐 별수 없지.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으니까.’

행복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공도의 어머니가 쓰러졌다.

평소 지니던 지병이 악화되어 버티다 못해 결국 사달이 난 것이다.

공도는 그런 어머니를 두고 해외로 떠날 수 없어, 해외 유명 대학이나 글로벌 기업의 제안을 걷어차고 우리나라 기업 섬상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이유는 섬상에서 어머니에 대한 완벽한 케어를 중점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그 매력적인 제안에 결국 공도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을 포기하고 일개 회사원으로 섬상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게 6년 전 일이다. 이후 공도의 어머니는 차도를 보이는 것 같았으나 결국 공도가 32살이 되는 올해 돌아가셨다.

“후…… 이제 정말 혼자구나.”

문득 혼자라는 고독감이 들어 멍하니 주변을 바라봤다.

주변에는 청소 도구가 널브러져 지저분했고, 공도의 책상에는 그 흔한 데스크톱 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막판에 일이 꼬이려니 또 이렇게 꼬이네, 젠장. 박 과장, 그놈 때문에 이게 무슨…… 에휴.”

신입 사원 때는 있을 수 없는 조건까지 내걸며 공도를 데려온 것치고는, 지금 공도가 있는 ‘창고 청소효율 관리부’의 사무실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공도가 혼자 이런 한직에 물러나 시간이나 죽이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처음에는 공도도 이곳 섬상에 와서 열정적으로 일했다.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지원과 성과만을 바라는 한국 기업의 태도가 공도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런 열악한 조건에서도 공도는 결국 몇 번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공도의 것이 아니었다.

공도의 이름이 올라가기도 전에 더 높은 상급자들이 가로채 가 버렸고, 그 결과 공도의 연구는 성과 없는 쓸모없는 것이라 판단되어 지원이 끊겼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공도의 논문에 관한 연구도 이미 섬상 측에서 특허를 출원해 버렸다.

공도는 이제 섬상에서는 더 이상 필요한 인재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불편한 존재가 되었다.

그런 상황에 최근 있었던 박 과장과 있었던 일이 결정타였다.

“박 과장 그놈이 기계 설비 자금을 빼돌리는 걸 알아챘을 때 바로 찔렀어야 됐는데……. 인정이니 뭐니 하면서 망설이다가 멍청하게 당했잖아. 젠장.”

그랬다.

공도는 최근 박 과장의 비리 사실을 우연치 않게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공표하거나 문제 삼을 생각은 없었다.

얼마 전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머릿속이 복잡한 찰나에 귀찮은 일만 잔뜩 생길 것 같아 그냥 넘기려 했는데, 박 과장이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공도를 ‘창고 청소효율 관리부’란 이름도 이상한 부서의 한직으로 발령시킨 것이다.

아무래도 박 과장 혼자만 연루된 것이 아니라 그 윗선까지 줄이 닿아 있는 듯 공도의 발령은 순식간이었다.

그 덕에 공도는 데스크톱 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은 빈 책상 앞에 앉아 시간이나 죽이며 앉아 있게 된 것이다.

‘뭐…… 제 발로 사표 쓰고 나가라는 거지. 차라리 지금이라도 미국에 갈까? 근데 가 봐야…… 에휴.’

공도는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딱히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경력도 뚜렷한 성과가 없어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꿈 하나 가지고 미국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아니, 예전의 공도였다면 꿈 하나만 가지고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공도는 아니다.

이미 섬상에서의 일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지칠 대로 지쳐 버린 공도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후…… 그냥 어디 한적한 곳에서 어릴 때 만들던 로봇이나 편하게 만들고 싶다. 그때가 좋았는데…….’

공도는 점점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문득 어릴 때 아무 걱정 없이 순수하게 아버지와 함께 만들던 로봇들이 생각났다.

아버지와 함께 만들던 그 로봇들은 기초적인 것이었지만 그때의 습관이 점차 취미가 되고 결국 직업이 되었다.

하지만 직업이 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더 이상 로봇을 만들지 못했다. 그렇기에 공도에게 있어 로봇이란 그저 이룰 수 없는 아련한 로망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공도가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던 그때 문득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택배요! 여기가 맞나? 주소는 여기가 맞는데…….”

택배 기사는 물품 주소에 적힌 ‘창고 청소효율 관리부’라는 이름을 연신 확인하며 문을 두들겼다.

사람이 상주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창고에 가까웠기 때문에 물품을 수령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불안했기 때문이다.

“네! 나갑니다!”

예전 같았으면 사무실에 택배나 서류를 수거해서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을 법도 했지만 이제는 직접 받으러 나가야 했다.

귀찮은 일이긴 해도 할 일도 없는 지금 유일한 낙이 되어 버린 시간이었다.

택배를 받아든 공도는 얼른 자리로 돌아와 택배를 뜯었다.

‘호오, 이게 『알피온』 접속기인가?’

허접스러운 택배 박스를 뜯어보니 눈을 완전히 둘러싸는 고글 형태의 물품이 하나 덜렁 나왔다.

설명서나 기타 물품은 하나도 없이 달랑 고글 모양의 물품 하나만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본 공도는 헛웃음을 지었다.


“에이, 낚였네. 진정한 가상현실이 어쩌네 하길래 난 뭐 대단한 건 줄 알았더니…… 그냥 VR쯤 되는 건가 보네. 하여튼 우리나라 사람들 오바하는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갓겜, 갓겜 하며 『알피온』을 하도 칭송하기에,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고 사무실에서 시간 죽이는 것도 지겨워 게임이라도 할 요량으로 구매한 것인데, 아무래도 속은 것 같다.

허접스러운 구성품을 보면 말이다.

공도는 잠시 『알피온』 접속기를 이리저리 뜯어보다가 착용해 보려는 찰나 문득 회사에서 게임을 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하다 걸리면 어떠냐. 자를 거면 자르라 그래.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게.”

스스로 최면을 걸듯 중얼거린 공도는 회사에 대한 반항심 때문에 직접 사표를 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더군다나 할 일도 없는 이곳에서 누가 터치할 사람도 없기에 과감하게 『알피온』 접속기를 머리에 썼다.

‘의외로…… 괜찮은데?’

아직 『알피온』에 완전히 접속한 게 아닌, 그저 로그인 창이 눈앞에 보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뛰어난 해상도와 게임 외의 시야가 완벽히 차단되어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뭐 일단 인터페이스는 예전의 게임하고 비슷한 것 같기는 한데…… 가입부터 해야겠지?’

공도가 회원가입을 하려고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시야 하단에 떠오르는 새로운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홍채를 인식합니다.]


국적: 대한민국

이름: 마공도

나이: 32 세


[해당 정보로 『알피온』에 접속하시겠습니까?]


공도는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 기분이 나빠졌다.

홍채를 인식해 개인을 식별해 정보를 자동으로 불러온 것이다.


‘이런 젠장. 하여튼 개인 정보고 뭐고 없지. 이거 법에 안 걸려? 이게? 근데…… 난 홍채 같은 거 한번도 등록한 적이 없는데 어떤 식으로 식별한 거지?’


공도는 의문이 떠올랐으나 이내 의문을 지우고 그냥 접속하기로 했다.

만약 뭔가 문제가 있었으면 이미 방송이건 뭐건 시끄러워도 한참 시끄러웠을 테니 문제 삼아 봐야 자신만 피곤해질 것 같았다.


강철의 법칙 : 기갑공학자

 

지은이 : 강서구

제작일 : 2017.02.24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배성림

표지 :정찬일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수색로 191, 502호(증산동, 두빌)

전자우편 : golem81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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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13-34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