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다는 것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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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다는 것 (양장)

김중미 지음 / 창비

"김중미가 다시,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후"

김중미가 다시,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후 장소를 이야기한다. 행정구역이 되기도 하고 마을이 되기도 하는 그곳의 이름은 '은강'. 예전엔 '죽은 난장이의 아들딸'이 살던 판잣집(<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있었고, 현재는 쪽방촌과 빌라와 아파트 단지가 혼재한다. 재개발 이후 어떤 가정은 아파트로 떠나갔지만, 아직도 은강에 머무는 사람들이 있다. 국적이 다르거나, 장애가 있거나, 불운했던 어떤 사람들. "배를 곯지 않는다고 가난이 없어진 건 아니다." (17쪽) 은강방직 해고 노동자인 이모할머니의 삶을 소설로 남기고 싶은 지우.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호조무사를 꿈꾸는 강이. 은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대 진학을 준비하는 여울. 세 친구는 서로를 위해 어깨를 내어주며 의좋게 한 시절을 지낸다. 은강의 '가난'마저 상품화하겠다는 쪽방 체험관 정책이 발표되며 세 친구는 자신의 할머니, 어머니가 그랬듯 분노한다.

보이지 않는, 보고 싶지 않은 곳에 여전히 가난이 존재한다. '체공녀 강주룡'의 시대와, 팬티와 브래지어만 입고 해냈던 은강방직 '여공'들의 투쟁의 시대와, 7미터 타워크레인에 매달린 여성 노동자의 시대. 강경애의 소설과 김중미의 소설 사이의 시차. "임용고시를 단박에 붙었다는 영웅적 서사"(25쪽)가 쉬이 허락되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에 관해 이 소설은 이야기한다. 내가 살던 '안산시 원곡동'을 잘 기억하려 하지 않던 나는, '성적이 좋은 상위권 아이들은 면학실로 가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73쪽)하던 내 학창시절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이 시대 소녀들의 삶이 이전과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꼈다. 자신의 소설이 향하는 곳과 자신의 삶이 향하는 곳이 일치하는 작가 김중미가 전하는 뜨거운, 혹은 따뜻한 이야기. 감독 이길보라와 작가 은유가 추천했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어무이, 어무이. 나 아안 가아. 아아안 가."

이 책의 한 문장

언니가 그랬다. 익명이 편할 줄 알았는데 고립이 더 힘들다고. 어쩌면 수찬이가 이 빌라를 선택한 게 다행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빌라 재미있는 데야. 다문화 가정, 보호 종료 청년, 장애인, 이주 노동자 다 모여 살아."
내 말에 수찬이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 빌라만 그래? 이 주변 다 그래. 그래서 난 이 동네가 좋아."
"이사 온 거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