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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언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시 아닌 언어는 죽은 언어다. 물론 흥미로운 것은 시의 언어와 시 아닌 죽은 언어의 차이가 얼핏 보면 크지 않다는 데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인들은 그 미세한 차이를 알아서 대체로 시 아닌 죽은 언어 근처에는 되도록 얼씬거리지 않으려 한다. 대신 당연하게도 우리가 시의 언어라고 흔히 믿고 있는 그런 자리의 언어를 가리고 뽑아 직조한다. 그런데 어떤 시인은 굳이 시 아닌 죽은 언어 가까이로 다가가 그 언어들 속에 숨은 시의 언어를 들추어 찾아내 오곤 한다. 이를테면 이영란 시인이 바로 그런 시인이다.
그러므로 지상의 모든 존재는 구름의 슬하에 있다. 머리 위를 걱정하는 일들이며 난처한 일들 모두가 구름 아래서의 일이다. 이영란의 시는 세상의 존재에 대한 기대나 환상 같은 것을 거절한다. 인식되는 그 자체로서 살아있음을 증언한다. 우리 시는 흔히 대상에 대한 온정,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다림, 보잘 것 없는 존재들에 대한 희망 등을 노래한다. 이는 이영란 시에 없는 것들이다. 이영란은 그 없는 것 사이에 진짜 살아있는 것들, 그래서 생생한 것들을 드러내는 데 익숙한 시인이다.
- 박덕규(문학평론가, 단국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