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 2021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비평 부문 수상작
★ 2022 람다문학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
★ 전미 베스트셀러
★ 《타임》, 《워싱턴포스트》, 《커커스리뷰》, 《퍼블리셔스위클리》, 《NPR》 선정 ‘올해의 책’
★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핀란드, 아르헨티나 등 출간
소녀 시절에서부터 비로소 시작되는,
슬픔과 부드러움을 품은 ‘몸의 이야기’
『내 어둠은 지상에서 작품이 되었다』는 화장품 광고에서 10~20대 여성들이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웃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어둠”의 이미지를 드러낸다. 저자는 또래 친구들보다 조숙한 몸으로 인해 소녀 시절 내내 겪어야 했던 폭력의 경험, 그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느껴온 슬픔과 수치심을 털어놓는다. 그의 이야기에서는 타인들에 의해 대상화되는 몸, 남성들에게는 괴롭힘당하고 성추행당하는 몸, 또래 여성들에게는 비난받고 “걸레” 취급당하는, 한 소녀의 몸이 등장한다.
소녀 시절부터 여성을 압박하는 가부장제는 여성의 자아 형성 과정에서 작용하면서 여성의 몸속에 내면화된다. 저자는 남성적 시선을 내면화하면서 자신의 몸을 혐오하고, 16세에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의 몸처럼 가녀린 몸을 동경한다. 소녀 시절의 상처가 상흔을 남긴 결과, 그는 성인이 되어 원하지 않는 스킨십을 요청받을 때 단호히 거절하지 못하며, 낯선 남자가 자신을 스토킹할 때 습관적으로 자신을 탓한다. 또한 자기중심적인 여자친구나 약물 중독자인 남자친구와의 불안정한 연애 관계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은 수동적이고 슬픈 몸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십대 시절의 ‘나’는 자위행위나 첫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쾌락과 욕망을 발견하고, 캠프에서 만난 소녀와의 스킨십을 계기로 레즈비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간다. 성인이 되어서는 반려자 도니카 덕분에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우친다. ‘나’의 몸은 취약하지만, 성장과 만남의 과정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또한 20대 초반 시절 자발적으로 선택한 성노동 경험을 말하면서 트라우마라는 개념을 학문적으로 고찰하는 한편, 소녀 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성적 동의’, 선 긋기를 배우는 계기였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고향에 올 때마다 “어른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을 내던 그는 절대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소녀 시절을 똑바로 마주함으로써, 자신이 과거에 부끄러워했던 몸이 지닌 힘을 통해,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다정한 관계를 통해 어둠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음을 되새긴다.
시간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여성의 취약성과 연대를 엮어내는 글쓰기
소녀 시절을 되돌아보는 회고에서 시작하는 이 책에서는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내밀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실제로 저자는 몸이 조숙하게 발달한 시기에 기록한 일기를 인용(“때로 나는 사람들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하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매일 일기를 쓰는 그는 30대 후반 작가로서 경험한 프랑스 카시스 여행기와,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던 대학 시절의 파리 여행기를 교차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에 그치지 않고, ‘나’로부터 시작해 ‘우리’와 ‘사회’로 뻗어나가며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인터뷰, 문화 비평, 학술 연구 등 온갖 분야를 가로지르며 오늘날 여성들이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남성적 응시, 스토킹, 감정 노동 등을 철저히 짚어내며 문제를 제기한다.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공통점과 차이점은 여성들 간의 이해와 연대의 가능성을 키운다.
저자의 목소리는 자신의 소녀 시절을 되돌아볼 때 종종 불안과 혼란으로 떨리곤 하지만, 동시대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 때는 씩씩하고 단단하다. 그는 그동안 가부장제의 착취 아래 여성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에 구체적인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자들의 말하기를 북돋우며, 가부장제의 작동을 저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지치지 말고 서로의 이야기에 기대며 나아가자고 말한다. 저자를 비롯한 여성들의 목소리는 우리의 이야기가 사회 전체에 가닿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그 당시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게만 느껴졌지만, 이제는 내 소녀 시절의 슬픔, 그러니까 어둠이 나만의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소녀 시절은 우리가 인정하고자 하는 것보다도 더욱 어두운 시절이다. 소녀 시절에 우리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우리가 지닌 가치가 무엇인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무엇이 해롭고 무엇이 정상인지—를 받아들이고, 타인의 감정, 안위, 인식, 권력을 우리의 것보다 우선하는 법을 배운다. 이런 정신 훈련을 통해 우리는 자기의 여러 부분을 추방하고, 자기 몸을 혐오하며 학대하고, 다른 소녀들을 감시하고, 우리의 안전, 행복, 자유, 또는 쾌락을 우선하지 않는 가치에 평생 충성을 바치게 된다. 나는 인터넷의 영향을 받지 않은 마지막 시대에 소녀 시절을 보냈지만, 나보다 늦게 어른이 된 소녀들도 대다수는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쓰는 일은 어느 정도는 내 소녀 시절을 수정하고, 나 자신을 회복하는 법을 찾아가는 일이기도 했다.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를 친구 삼았고, 우리의 평범함 역시도 치유력이 있음을 알게 됐다. 글쓰기는 언제나 내가 한 경험과 이를 묘사할 수 있는 서사(또는 서사의 부재)를 화해하게 만드는 길이었다. 내 글이 여러분을 위해서도 그런 일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멀리사 피보스
『내 어둠은 지상에서 작품이 되었다』의 원제인 ‘Girlhood’는 나를 늘 머뭇거리게 하는 단어다. 이 책에서는 ‘소녀 시절’이라고 번역한 ‘girlhood’는 여성의 삶에서 소녀로 존재하는 시기 또는 상태를 가리킨다. 소녀 시절이라는 말에서 나는 건강함과 무구함보다는 취약함과 외로움을 연상한다.
한편으로는 보통의 소녀 시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여성임womanhood’이 전제하는 여성의 공통된 경험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나 순간들이 너무나 많다는 걸 인식한 순간부터, 나는 ‘보통’이나 ‘공통’이라는 말을 조금 걱정하게 됐다. 공통 경험, 또는 공유하는 가치를 위해 우리가 지닌 불편하고도 찬란한 가장자리들을 깎아내거나 없는 척해야 하는 일을 겁내게 됐다.
『내 어둠은 지상에서 작품이 되었다』가 쉽사리 보편으로 환원되는 경험을 그리고 있지는 않으리라고 확신한 것은, 릴리 댄시거가 편집한 여성 작가들의 에세이 선집 『불태워라』(돌베개, 2020)를 번역하며 처음 멀리사 피보스를 만난 덕분이었다. 이 책에 수록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 중 하나인 「레벨 걸」에서 피보스는 10대 시절 페미니스트 여름 캠프에 참여하며 처음으로 페미니스트로서, 또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으로서 자신을 자각한 소녀 시절의 경험을 생생한 언어로 담아낸다.
첫 책인 『명석한Whip Smart』(2011)을 비롯해 꾸준히 회고록적 성격을 띤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알려진 그의 독특한 개인사 또한 보편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글 쓰는 퀴어 여성이고, 부모와 복잡한 정서적 관계를 유지했으며, 20대 초반에는 도미나트릭스를 직업으로 삼아 성적 서비스를 제공했고, 동시에 헤로인 중독으로 스스로를 극한까지 밀어붙였다.
『명석한』에 등장하는 경험들은 내 직접 경험과 연결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트라우마가 자신을 거기까지 이끌었는지는 중요치 않으며, “트라우마는 그저 존재했을 뿐이고, 이제부터 그것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가 더 중요했다”고 털어놓는 그의 솔직하고 자기 연민 없는 회고에서, 과거 또는 우리의 어둠을 돌아보고 이에 관해 이야기하는 새로운 방식이 있을 수 있으리라고 느꼈다.
『내 어둠은 지상에서 작품이 되었다』는 소녀 시절을 정의하는 ‘보편 경험’에 대해 제기하는 내 의문에 대해, 소녀들의 삶에 가해지는 가부장제 각본이야말로 우리의 공통 경험이라는 예리한 답변을 내놓는 책이다. 한 사람의 삶의 이력에 담긴 특별한 차이를 있는 그대로 서술하면서도 타인과 연결되는 익숙한 경험을 구별해내는 피보스의 재능은 이 책에서도 돋보인다.
소녀 시절은 “우리가 인정하려 드는 것보다 어두운 시절이다.” 모든 동물이 생존하기 위해 강한 힘과 큰 덩치를 필요로 하는 것과는 달리, 오로지 소녀들만이 더 작고 여린 신체를 선망하고, 자신의 힘을 미워한다. 타인에 의해 쓰인 이야기들이 소녀들을 ‘잡년’으로 만들고 소녀들의 신체와 여성들의 방을 함부로 드나들기 때문에, 스토킹을 로맨틱한 구애 행위로 보여주는 영화와 드라마를 소녀 시절이 끝날 때까지 줄곧 재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부장제는 바깥에서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소녀들은 가부장제 규율들에 자신도 모르게 순응하고, 때로는 그것에 가담하거나 협조한다. ‘노 민즈 노’(No means No,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성폭력으로 간주하는 법칙)가 허용되는 순간에조차 양가적이고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가해자의 기분을 맞추느라 애써 웃고 변명을 덧붙인다. 그것이 우리의 진짜 어둠이다. 소녀들이 스스로를 지우고, 부정하고, 왜곡하고, 내가 아닌 타인의 눈으로 인지한 몸을 미워하고, 힘껏 깎아내며 보내는 시간이다.
우리가 이 어두운 시간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나아가 작품으로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소녀 시절은 과거형으로 쓰인다. 어둠의 정체를 꿰뚫어 보고, 우리가 공허하게 동의한 각본을 발견할 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법을 알 수 있을 테니까. 또, 그 이야기를 다른 소녀들에게 횃불처럼 전해줄 수 있을 테니까. 불을 밝혀 어둠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우리의 힘을 빼앗고 억누른 것들을 낱낱이 드러내는 일은 아마 우리가 평생에 걸쳐 할 작업이자, 가장 뛰어난 작품이 될 것이다.
—송섬별
나는 ‘온전하게 유별난’ 이 작가의 삶과 더불어, 능숙하고 지적인 서술의 배치에 감명받았다. 폭풍우 속에서도 끝까지 배의 키를 놓지 않는 이 선장을 따라 나도 다른 소녀들을 구하러 가는 항해 길에 오르고 싶다. 만약 내가 청소년 때 이 글을 읽었더라면 나는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언젠가 십 대의 필독서가 될 이 책을 이제라도 만나게 되어 다행이다.
—김멜라, 소설가
어떤 책은 다 읽은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타인의 이야기에 나의 이야기를 겹쳐보고 이어 쓰는 방식으로 독서가 확장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이 책을 덮고 나면 비로소 알게 된다. 그 소란스러운 깨달음은 우리에게 해방의 감각을 선물한다. 멀리사 피보스가 말하기를 선택함으로써, 가부장제가 만든 비밀에 휩싸이는 대신 자기 이야기의 주인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취약함을 드러냄으로써 우리는 용감해진다. 우리는 모두 이상하고, 이상해서 사랑스럽다.
—장일호, 기자
이 훌륭한 에세이집은 내 몸에게 더욱 깊이, 진실하게 귀 기울일 수 있게, 그리고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이미 짜여진 각본들을 뿌리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여러 친구들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권오경(소설가‧『인센디어리스』 저자), 《더 위크》
이 책을 오랫동안, 흠뻑 빠져 읽었고, 수업에서 함께 읽을 계획이다. 피보스의 언어와 정서적 솔직함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다룬 대화에, 성적 동의를 하기엔 너무 어린 시절의 우리에게 주어졌던 무시무시한 성적 자유를 다룬 대화에 깊이를 더한다. 그러나 저자에게서 피해자라는 태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으며, 그는 애써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영웅이다. 고전이라 불려 마땅한 작품!
—메리 카(시인‧회고록 작가‧미국 시러큐스 대학교 영문과 교수‧『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저자)
이 책을 통해 피보스는 소녀 시절의 끔찍하고도 강렬한 깊이를 고스란히 담아낸 위대한 기록자로서의 면모를 증명한다.
—카먼 마리아 마차도(소설가‧『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 저자)
내밀한 동시에 교훈적이고, 서정적이면서도 지혜로운 이 책은 자신을 내면에서부터 정의하고자 하는 여성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융합적 텍스트다.
—멀리사 브로더(시인‧소설가‧『오늘 너무 슬픔』 저자)
매혹적인 에세이 여덟 편을 통해 피보스는 청소년기 트라우마를 파헤치면서 어린 여성의 삶에 따라붙는 부담을 폭로한다. 사춘기에 드리운 어둠을 독자와 나누며, 여성에게 가해지는 기대와, 그 기대가 한 사람의 자아 개념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타임》
이 책은 한 페미니스트의 생존 증언이다. 피보스의 목소리는 불경스러우면서도 독창적이다. 그러나 이 책의 목표는 그저 자신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다른 여성들의 맥박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북리뷰》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어려운 일을 해낸 덕에, 조심스럽지도, 무모하지도 않은, 다만 깊이 있는 지혜와 치유를 담은, 용감하면서도 너그러운 이 책이 탄생했다.
—《로스앤젤레스 리뷰오브북스》
“그 소년, 그의 커다란 손과 축축한 입을 떠올리면, 때로 그때로 돌아가 ‘싫다’고 말하고 싶다, 땅속에 깊이 파묻힌 내 조각을 끄집어내고 싶다. 무엇보다도, 그 소녀에게 미안하다 말하고 싶다. 그 애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 애는 그저 자기가 아는 최선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던 거다.”
—「케틀홀」
“캠프에서 돌아온 지 며칠 뒤 나는 제시카와 키스했다. 그 애의 입술은 너무나도 부드러웠다! 내 것이 아닌 가슴을 만져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 애의 가슴은 내 것과 달랐다. 더 작고, 젖꼭지는 나처럼 짙은 색이 아니라 반창고 색이었다. 그 애와 키스할 때는 공허하지 않았다. 키스가 끝난 뒤 속이 니글거리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이 역시 내 세상을 더 넓히는 앎이자, 그 세상에서 가능하리라는 걸 알게 된 일이었다.”
—「거울 검사」
“내 이야기는 평범하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런 이야기들은 지금도 더 지독한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잡년’은 ‘마녀’와 마찬가지로 여성에게 가하는 권력을 유지하고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하고자 남성들이 발명한 말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이해하는 그날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거울 검사」
“인간으로 산다는 건 어지간한 다른 종과는 달리 깃털을 꼼꼼히 다듬는 쪽이 암컷이라는 의미였다. 우리는 가장 약해지려고, 작아지려고, 아기처럼 굴려고 경쟁했다. 수컷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자기를 가냘프게 만드느라, 가진 모든 자원을 썼다.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한 최고로 부드럽고, 깔끔하고, 섬세해지는 일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나에게는 나를 가냘프게 만드는 습관이 없었다. 나는 깔끔하지도, 섬세하지도 않았다.”
—「와일드 아메리카」
“가엾은 몸. 소중한 몸. 어떻게 이 몸이 이런 취급을 받도록 내버려둘 수 있었단 말인가? 내 몸은 ‘나였다.’ 자기 몸을 혐오한다는 건 정신적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것과 같았다. 그런 순간들이면, 나는 내가 정신질환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내가 내 몸과 맺고 있는 이 적대적인 관계를, 말 그대로 정신질환 말고는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하는 행동 중 어떤 것이 타고나길 나인 것이며 어떤 것이 문화적으로 부과된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와일드 아메리카」
“‘왜 나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한밤중에 남의 집을 기웃거리는 남자의 환심을 살 만한 행동을 했나? 혹시 과거의 어느 오후, 그가 보는 앞에서 내가 ‘정말’ 자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나? 이렇게 돌아볼수록 과거의 순진했던 내가 무책임해 보였다. 심지어 내 과실 같기도 했다. 내 방 안에서 벌거벗고 서 있었던 나는 얼마나 순진하고, 무지막지하리만큼 조심성이 없었나?”
—「침해」
“페르세포네가 지하 세계에서 보낸 시간은 자연으로부터의 일탈이 아니라 자연의 실현이다. 나는 내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바라보게 됐다. 내 어둠은 지상에서의 내 작품이 되었다. 나는 거듭해서 어머니에게 돌아가고, 두 영역 모두 내 집이다. 이 이야기에는 하데스도, 납치자도 없다. 오로지 나뿐이다.”
—「테스모포리아」
“여성들 중 대부분은 답변지 마지막에, 이 글 속 사건들을 여태 아무에게도, 때로는 자신에게도 자세히 이야기한 적 없다고 썼다. ‘당신이 만약 이 글을 읽지 않더라도, 전 이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그들은 누군가가 물어보기 전까지, 자신에게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몰랐다.”
—「자신을 아껴줘서 고마워요」
“어린 시절 나는 온갖 것—타인의 몸, 도시들, 나 자신—에 대고 내 몸을 그어댔지만, 내가 그것들에게 남긴 자국도, 그것들이 내게 남긴 자국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미지의 가치를 지닌 것은 가치가 없었고, 나는 나 자신을 그렇게 취급했다. 내면이 검고 푸른 멍투성이가 될 때까지 내 삶을 두들겨 댔다, 그렇게 하면 아픔을 멈추는 법을 알게 되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다 마주하는 사소한 다정함은 아무리 덧없다 해도 귀했다. 그런 것들이 내 삶을 구했는지도 모른다.”
—「레 칼랑크」
추천의 말
작가의 말
프롤로그—흉터 짓기
케틀홀
거울 검사
와일드 아메리카
침해
테스모포리아
자신을 아껴줘서 고마워요
레 칼랑크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 문헌
지은이|멀리사 피보스 Melissa Febos
1980년 출생으로,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마을에 자리 잡은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16세에 집을 나와 보스턴과 뉴욕에서 홀로 거주하며 생계를 꾸렸다. 20대 초반 시절의 도미나트릭스 경력을 풀어낸 회고록 『명석한Whip Smart』(2010)로 주목을 받으며 데뷔하여 『나를 버려Abandon Me』(2017), 『내 어둠은 지상에서 작품이 되었다Girlhood』(2021) 『바디 워크Body Work』(2022)까지 논픽션 도서 네 권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다섯 번째 책인 회고록 『드라이 시즌The Dry Season』이 2025년 6월 출간 예정이다. 2018년 람다문학재단의 잔 코르도바 논픽션상, 2022년 구겐하임 재단 펠로우십과 국립예술기금 펠로우십 수상을 비롯해 수많은 수상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사라 로렌스 칼리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논픽션 글쓰기를 가르쳤고, 현재는 시인이자 반려자인 도니카 켈리와 함께 아이오와시티에서 살면서 아이오와대학 영문과 정교수로 논픽션 글쓰기를 가르친다. 매기 넬슨과 레슬리 제이미슨의 뒤를 이어, 지금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에세이스트이다.
옮긴이|송섬별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읽고 쓰고 번역한다. 여성, 성소수자, 노인, 청소년이 등장하는 책을 좋아한다. 고양이 물루, 올리버와 함께 산다. 옮긴 책으로 『젠더를 바꾼다는 것』, 『페이지보이』, 『페미니즘들』, 『자미』, 『불태워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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