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2024년 현재 한국의 페미니즘은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을까. 여전히 사람들에게 충분히 자각되지 않았다는 입장과 이제는 한물간 주제, 또는 갈등만 부추기는 사안이라는 의견이 공존하는 듯하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디지털 성폭력처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진화된 범죄 유형들은 절망감을 넘어 무력감마저 안겨 주고 있다. 종종 여성우월주의로 오해되곤 하는 페미니즘은 특정 집단의 우위를 획득하기 위한 개념이 아니다. 이는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인식의 틀이며, 오랫동안 남성중심 사회에서 누락되어 온 여성적 시각을 회복함으로써 그 균형을 정립하려는 노력이다. 만약 이를 외면한다면 세계를 바라보는 균형추에 오류가 생긴 채 지각하고 글을 쓰고 발언하는 셈이다. 페미니즘과 젠더 문제를 남성과 여성 사이의 대결 구도로 이해하는 한, 기존의 이분법적 성별 규범에서 탈피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갈등은 지속되고 악화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출간되는 김홍희의 『페미니즘 미술 읽기: 한국 여성 미술가들의 저항과 탈주』는, 지난 몇 년간 문화계에서 붐을 이루던 ‘여성’,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전시와 출판 흐름의 뒤늦은 편승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수많은 이벤트 속에서 정작 페미니즘 미술의 담론과 현장을 이론적으로 정리하는 기회는 드물었다. 이 책은 지난 삼십여 년간 큐레이터이자 평론가로 미술 현장에 몸담아 온 김홍희의 도전적 작업으로, 1980년대 이후 반세기 동안 한국의 여성 미술가들이 축적한 성과를 보여주는 여성적 시간의 지형도이다. 페미니즘이 당면한 열다섯 가지 화두를 설정하고 그 안에 다른 세대의 작가, 또는 생각을 공유하는 작가 두세 명을 배치해, 개인을 넘어서는 세대와 작가 사이의 팀워크를 보여준다. 이 지상 전시회에 초대된 마흔네 명의 여성 미술가들은 부계적 가치관과 남성중심의 화단 권력에 맞서며, 억압되어 보이지 않는 것, 존재하나 부재하는 것을 여성의 상상력 과 은유적 언어로써 회복하는 페미니즘의 책무를 수행한다. 나아가 신분, 인종, 성별, 장애 등 차별 유형들의 교차성에 주목하는 미래의 청사진까지 제시함으로써 현대 페미니즘 미술의 최전선을 확장해 간다.
이 책은 열다섯 장으로 구성된 본론을 중심에 두고 이를 돕는 글 두 편이 앞뒤에 배치된다. 한국 현대 페미니즘 미술의 역사적 흐름을 개괄하는 「글을 읽기에 앞서」는, 페미니즘 미술 운동의 발아기인 1970년대부터 다문화주의와 글로벌리즘을 표방한 본격적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시대인 2000년대까지의 변화의 흐름을 살핀 뒤, 2010년대 이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리부트’된 소위 ‘넷페미’ 현상을 짚어 본다. 「글을 마치며」에서는 페미니즘 미술의 역사적 연속성을 가시화하기 위하여 여성 운동과 여성 화단의 근대기 ‘허스토리’를 소환, 재조명하고, 그러한 기반 위에서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빗장을 푼 나혜석과 천경자의 작품세계를 소개한다.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현황을 파악하고 성과를 가늠하며 앞으로의 전망을 헤아려 보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인 만큼, 저자는 담론 들여다보기, 현장 내다보기를 두 축으로 페미니즘 화두와 작가 연구를 교차, 병치하는 방식을 취한다. 섹슈얼리티, 몸, 에로스와 히스테리, 퀴어 정치학, 여성서사, 에코페미니즘, 감정노동, 노마디즘, 디아스포라, 여성적 추상 충동, 알레고리, 매체번역, 불편함의 미학, 공예, 페미니스트 컬렉티브 등의 주제 아래, 마흔두 명의 원로, 중진, 청년 작가들이 팀을 이루어 특출한 사고력과 색다른 감성, 창작의 희열과 고뇌를 보여준다. 여기에 저자가 직접 나눈 작가와의 대화, 엄선된 주요 작품들 236점이 함께 수록되어 담론과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다각적으로 전달한다.
책머리에
여성 미술 문화의 밝은 미래를 꿈꾸다
글을 읽기에 앞서
한국 현대 페미니즘 미술의 흐름
여성성과 섹슈얼리티
윤석남, 장파
몸의 미술
이불, 이피, 이미래
광기, 에로스, 히스테리
박영숙, 이순종, 이은새
퀴어 정치학
정은영, 흑표범, 김나희
저항적 여성서사
임민욱, 송상희, 함양아, 김아영
에코페미니즘
홍이현숙, 조은지, 홍영인
감정노동자의 초상
주황, 신민, 치명타
노마디즘
김수자, 함경아
디아스포라 미술
차학경, 민영순, 윤진미
추상미술에서의 여성성
양주혜, 홍승혜, 박미나
알레고리 형상
김명희, 김원숙, 조영주
번역의 매체와 양식
이수경, 신미경, 이세경
불편함의 미학
정서영, 김소라, 양혜규
수공예와 민예
이영순, 장응복
페미니스트 컬렉티브
‘입김’의 정정엽, ‘노뉴워크’의 봄로야
글을 마치며
페미니즘 미술의 빗장을 푼 나혜석과 천경자
주註
수록 작품 목록
발문 · 김혜순
김홍희라는 접속사―여성 ‘시하기’와 여성 ‘미술하기’
찾아보기
“이 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글쓰기에 매달리고, 작가들과 친밀하게 소통하면서 비평이나 큐레이팅이 ‘사랑의 행위’라는 평소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이번에 원고를 쓰면서 머릿속으로는 전시 큐레이팅을 했다. 전시의 청사진이 필름처럼 돌아가는 가운데 전시 기획문을 쓰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비가시적이고 개념적인 지상 전시회가 내 큐레이터의 본능을 충족시켜 주기도 했지만, 훌륭한 작품으로 근사한 전시의 가능태를 상상케 한 작가들이 더욱 소중했다.” ―「책머리에: 여성 미술 문화의 밝은 미래를 꿈꾸다」 중에서
“이 책의 열다섯 개 화두에 맞추어 초대된 마흔두 명의 작가 가운데는 ‘페밍아웃’한 페미니스트도 있고, 작업의 내용은 페미니즘과 관련이 있으나 그럼에도 페미니스트로 귀속되기를 거부하는 작가도 있다. 어떤 작가의 경우 가부장제가 최적화된 사회에서 성적 불평등의 고통을 겪었거나 성폭력의 트라우마 때문에 일시적 페미니스트가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존재론적 차원이나 인식론적 차원에서 해당 작가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건 아니건, 이 책이 중시하는 것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큐레토리얼(curatorial), 비평적 판단이다. 부언하자면, 본질론이나 해체론의 시각에서 다양한 화두를 쟁점화하는 작가들을 일차적 대상으로 했다. 작가들 중에는 여성 문제보다는 사회의식이나 역사 인식을 우선시하는 문명 비판적, 시대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거나 페미니즘 계보의 바깥에서 작업하는 젠더중립적인 작가도 있다. 이들은 페미니즘의 여러 목소리, 그 다양성과 확장성의 맥락에서 초대했다.” ―「글을 읽기에 앞서: 한국 현대 페미니즘 미술의 흐름」 중에서
“이 글은 전시 기획자처럼 작은 ‘드림팀’을 매듭지어 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여성성이라는 존재론의 자리에서 자주적이고 특이한 미술적 발화를 하는 작은 페미니즘 미술 분자들을 서로 연결하는 커다란 접속의 자리에 다시 초대하려는 의도하에서 씌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김홍희가 이들을 다수의 자리로, 거장의 자리로 옮기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소수는 접속 없인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제도권에 포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미술가들에게는 모델이 없고, 거장이 없으며, 본보기가 없다. 그러니 여성 미술의 매핑과 접속으로 한국 미술계라는 다수성을 향해 ‘불안’을 투척해야 한다. 페미니즘 미술이 소수라는 것은 페미니즘 미술인의 숫자가 적다는 말이 아니라, 미술의 종말 담론이 횡행하는 시대에 그들이 영원히 새로운 생성의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김혜순(시인), 발문 「김홍희라는 접속사―여성 ‘시하기’와 여성 ‘미술하기’」 중에서
김홍희는 이화여대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콩코르디아대 대학원 서양미술사학 석사 학위,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미술관과 경기도미술관, 대안공간 쌈지스페이스 관장 등을 거쳐 현재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이다. 카셀 도큐멘타 14 감독선정위원,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등을 지냈다. 미술사학자이자 평론가, 큐레이터로서 다수의 페미니즘 미술전과 백남준 미디어아트 전시를 기획했다. 저서로 『페미니즘·비디오·미술』 『여성과 미술』 『굿모닝 미스터 백』 『큐레이터는 작가를 먹고산다』 등이 있다. 김세중조각상, 석주미술상, 월간미술 대상 등을 수상했다.
1. 34,200원 펀딩
- <페미니즘 미술 읽기> 도서 1부
- 후원자 명단 인쇄 엽서 삽지
- 펀딩 달성 단계별 추가 마일리지 적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