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수년간 거주한 로마를 배경으로 이탈리아어로 쓴 소설집. 로마로 이주해온 이민자인 등장인물들은 태생적으로 지닌 이름과 국적, 성별을 넘어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작가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결국 누구나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이름 붙여진 정체성 너머의 인간 조건
첫 소설집 <축복받은 집>으로 오헨리 문학상과 펜/헤밍웨이상, 그리고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유명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가 모국어인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생애 첫 산문집을 펴냈다.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영어를 두고 왜 대화도 글쓰기도 익숙지 않은 이탈리아어로 작품을 썼을까?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에 작가의 답이 있다.
데뷔작 『축복받은 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국가인문학메달(National Humanities Medal)을 받은 줌파 라히리. 자신만의 문학적 영토를 넓혀나가던 작가는, 장편소설 『저지대』를 출간한 뒤 이탈리아어로만 글을 쓸 것이라 선언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 올린 그가 ‘안전한’ 길을 뒤로하고 제2의 언어로 달아나는 도전을 감행한 것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줌파 라히리는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를 시작으로, 『책이 입은 옷』 『내가 있는 곳』 『로마 이야기』까지 차례차례 이탈리아어 작품을 선보이며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첫 소설집으로 1999년에 오 헨리 문학상과 펜/헤밍웨이 문학상, 2000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단에 등장한 줌파 라히리도 어느덧 데뷔한 지 십 년이 훌쩍 넘은 중견 작가다. 단편소설집과 장편소설을 각각 두 권씩 번갈아 발표하며 자신의 문학 이력을 차곡히 쌓은 그의 문학사는 단순히 작가 한 사람의 문학사가 아니라 미국 문학, 세계문학 전체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