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사랑!
정진호 작가가 선사하는 익숙한 듯 낯선 이야기
정진호
<여우 요괴>는?
일상에 숨은 이야기를 새롭고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는 정진호 작가가 이번에는 등골이 오싹한 구미호 전설로 찾아왔다. 여우 요괴와 김 생원의 이야기는 어딘가 생경하다. 흔히 사람을 홀리는 여우는 백여우로 묘사되지만, 여우 요괴는 밤처럼 까만 털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사람이라고 속이는 구미호나, 결국엔 둘만의 신의를 저버리고 마는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대놓고 네놈 간을 빼 먹겠다며 호기롭게 나타나는 여우 요괴와 신의를 저버리기는커녕 눈감는 날까지 한마음으로 여우 요괴 옆을 지키는 김 생원이 등장한다.
정진호 작가의 ‘낯설게 하기’는 이야기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표현 기법 역시 흔히 전래 동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판에 박힌 먹그림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붉은색을 전면에 드러내고, 단순하고 간결한 선에 그래픽 디자인을 결합했다. 현대적인 이미지에 판소리를 연상케 하는 글의 조화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